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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는 웨인 루니를 영입할지 모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뼈를 묻겠다는 웨인 루니(25)의 충성심은 결국 빛이 바랬습니다. 본인이 스스로 맨유를 떠나겠다고 발언한 것이 사실로 밝혀졌고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시인하면서,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팀을 떠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그때까지는 맨유가 루니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겠지만, 이미 다른 팀들이 뜨거운 영입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맨유는 재정난에 시달리면서 대형 선수를 보강하지 못했기 때문에 루니를 트레이드 대상으로 염두할 수 있습니다.

루니에 영입 관심을 나타내는 팀들은 첼시,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 입니다. 잉글랜드의 첼시와 맨시티는 대표적인 부자구단이며, 스페인의 레알과 바르사는 매 시즌마다 프리메라리가 1위를 다투면서 유럽을 제패한 경험이 많았던 앙숙지간 입니다. 4개의 거물 클럽들이 루니를 눈여겨 보는 것은 올 시즌 우승을 위한 의지이자 집념으로 표현됩니다. 그래서 내년 1월 이적시장에 대한 열기는 벌써부터 고조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루니 영입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던 첼시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드록바 대체자, 루니가 정답이다

카를로 안첼로티 첼시 감독은 19일(이하 현지시간) 유럽축구 전문 사이트 <풋볼프레스>를 통해 "루니가 맨유를 떠날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 뒤 "만약 루니가 이적시장에 나오면, 첼시외에 다른 클럽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다. 만약 우리에게 돈이 있다면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도 루니에게 관심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며 루니를 스탬포드 브릿지로 데려올 수 있음을 예고했습니다. 루니 영입에 반대 의사를 표현했던 조세 무리뉴 레알 감독과 대조적인 의사를 나타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안첼로티 감독이 루니 영입에 긍정적인 관심을 공개한 것은, "루니를 영입할 의사가 없다"는 온기와 전혀 다릅니다. 루니를 첼시의 스쿼드에 포함시키고 싶다는 자신의 생각을 다르게 표현한 것입니다. 첼시의 선수 영입은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안첼로티 감독이 그 현실에 순응해야 합니다. 하지만 첼시는 지난해 여름 안첼로티 감독 부임 이후 현지 언론에서 공격수 영입 여부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안첼로티 감독이 공격수 영입을 원치 않았지만, 루니에게 관심을 표명했다는 점은 무언가 의미심장 합니다.

물론 첼시의 루니 영입이 현실로 이루어질지는 의문입니다. 맨시티-레알-바르사에 비해 이적시장에서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몇년전까지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첼시의 부흥을 위해 이적시장에서 엄청난 돈을 퍼부었으나, 2년 전 러시아 주식시장에서 적잖은 타격을 입으며 긴축재정을 실시했고 이제는 대형 선수 영입에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토레스 영입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고, 첼시의 스쿼드가 노령화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젊은 대형 선수에 눈길을 돌릴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토레스 영입이 끝내 불발되면 루니에게 시선을 돌릴 가능성이 큽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첼시의 루니 영입 가능성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첼시의 공격력은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으뜸이며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자신할 수 있는 레벨에 도달했습니다. 말루다-드록바-아넬카로 짜인 스리톱의 위력은 현 시점에서 유럽 축구 최고의 공격 조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칼루가 No.4 공격수 옵션으로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고 스터리지-카쿠타 같은 영건들까지 두각을 떨치는 분위기입니다. 이제는 4-3-3을 기초로 하는 '골 넣는 공격축구'가 정착되었기 때문에 이적시장에서의 공격수 보강은 현실적이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루니가 매우 필요합니다. 말루다-드록바-아넬카가 모두 30대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겠지만, 30대 선수들은 몇 개월 동안 경기를 거듭하다보면 체력 및 컨디션 저하로 고전할 수 밖에 없으며 젊은 선수들보다 지치기 쉽습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 인터 밀란전 1~2차전 패배 원인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특히 드록바는 빠듯한 경기 일정에 시달리다 인터 밀란전에서 루시우의 강력한 대인마크에 고전한 끝에 고개를 떨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30대 선수들은 언제 노쇠화에 시달릴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을 보유하는 소속팀 입장에서 젊은 대체자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특히 루니는 '32세' 드록바를 대체하기에 가장 적절한 자원입니다. 드록바처럼 박스 안에서 파워넘치는 공격력을 앞세워 상대 수비수를 뒤흔들고 직접 골까지 해결할 수 있는 본능을 루니도 겸비했기 때문입니다. 비록 발목 부상 후유증 및 불륜 스캔들 여파로 슬럼프에 시달리는 상황이지만, 새로운 팀에서의 동기부여가 작용하면 다시 원래의 기량을 되찾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지난 시즌 거의 매 경기에서 골을 넣었던 포스를 되찾아 첼시에서 그 기질을 충분히 발휘하면 드록바의 공백을 메울 수 있습니다.

물론 드록바가 첼시 선발 스쿼드에 그대로 존재하더라도 루니와의 공존은 가능할 것입니다. 말루다 또는 아넬카가 벤치로 내려가겠지만, 루니-드록바가 서로 힘을 합치는 공격 조합이라면 엄청난 파괴력을 내뿜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루니는 지난 4월 PFA(프리미어리그 선수협회)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고, 드록바는 지난 시즌 리그 득점왕과 더불어 첼시의 잉글리시 더블(EPL-FA컵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첼시 입장에서도 말루다-드록바-아넬카의 스리톱 체제를 그대로 이어가기에는 상대팀들의 수비 전략에 읽힐 여지가 있기 때문에, 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서 루니 영입을 통한 새로운 변신이 필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또한 드록바의 백업 공격수 스터리지의 성장은 여전히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드록바가 빠지면 아넬카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 현실입니다. 아넬카는 오른쪽 윙 포워드지만 원 포지션이 중앙 공격수이기 때문에 스터리지가 실전에서 많은 기회를 받기 어렵습니다. 그 흐름이 지속되면 뚜렷한 성장을 기대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첼시 입장에서는 스터리지의 장래를 위해 얼마만큼 인내하고 기다릴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첼시가 지금에 이어 미래에도 우승 경쟁력을 키우려면 스터리지 보다는 루니 같은 확실한 공격 자원이 더욱 필요합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도 첼시가 꾸준히 우승함과 동시에 유럽 제패를 원하기 때문에 루니 영입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첼시는 루니를 영입할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