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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레알 마드리드, AC밀란전 승리는 당연한 결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 본선 최고의 빅 매치로 꼽혔던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과 AC밀란의 대결은 결국 레알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AC밀란전 승리가 의미있는 이유는 그토록 염원했던 유럽 제패가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경기력으로 입증했습니다.

레알은 20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0/11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본선 G조 3차전에서 AC밀란을 2-0으로 제압했습니다. 전반 12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오른쪽 인사이드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터뜨렸고, 1분 뒤 메수트 외질이 호날두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로빙슛을 날린 것이 다니엘레 보네라의 머리를 맞고 추가골로 이어졌습니다.

이로써, 레알은 본선 3전 3승을 거두면서 16강 조기 진출 가능성을 높였으며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향한 자신감을 키우게 됐습니다. AC밀란전은 90분 동안 경기 내용에서 철저한 우세를 점했기 때문에 2-0 승리는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AC밀란은 1승1무1패를 기록하여 아약스와 동률을 이루었으나 골득실에서 1골 앞서면서 (AC밀란 0골, 아약스 -1골) 간신히 2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모든 면에서 AC밀란보다 레벨이 높았다

레알은 AC밀란과의 홈 경기에서 4-2-3-1을 구사했습니다. 카시야스가 골키퍼, 마르셀루-카르발류-페페-아르벨로아가 포백, 케디라-알론소가 더블 볼란치, 호날두-외질-디 마리아가 2선 미드필더, 이과인이 원톱을 맡았습니다. 호날두와 디 마리아의 위치를 바꾸면서 상대 수비를 교란하겠다는 것이 레알의 전략입니다. 원정팀 AC밀란은 4-3-1-2로 맞섰습니다. 아멜리아가 골키퍼, 안토니니-보네라-네스타-잠브로타가 포백, 시도르프-피를로-가투소가 미드필더, 호나우지뉴가 공격형 미드필더, 즐라탄-파투가 투톱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UEFA 홈페이지에서는 AC밀란의 포메이션을 4-3-3으로 표기했으나, 실제로는 호나우지뉴가 중앙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명문 클럽끼리의 대결이기 때문에 양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당초에 예상했던 팽팽한 접전은 오히려 레알이 시즌 초반부터 경기 흐름을 장악하는 형태가 됐습니다. 호날두와 디 마리아가 좌우 측면에서 활동 폭을 넓히며 부지런히 움직이고, 케디라-알론소가 일찌감치 AC밀란의 허리를 장악하고 공격 옵션들에게 간결하고 정확한 패스를 연결하며 레알이 경기 분위기를 주도했습니다. 마르셀루-아르벨로아 같은 좌우 풀백 자원들까지 적극적으로 공격에 참여하면서 상대 진영에 많은 옵션들이 가세했습니다. 이에 AC밀란은 초반부터 경기 페이스를 정상적으로 찾지 못하면서 어려움에 시달린 끝에 레알의 공세에 허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는 레알이 이른 시간에 2골을 기록하는 상황으로 귀결됐습니다. 전반 12분 호날두가 박스 중앙 부근에서 오른발 인사이드로 낮게 프리킥을 날렸고 볼은 AC밀란 수비벽을 뚫고 상대 골망 왼쪽 윗 구석을 흔들었습니다. 1분 뒤에는 호날두가 왼쪽 측면에서 박스 중앙으로 쇄도하면서 외질에게 논스톱 패스를 밀어줬고, 외질이 오른발 로빙슛을 날린 것이 상대 센터백 보네라의 머리를 맞고 골로 이어졌습니다. 보네라의 자책골이 될 수 있었으나 UEFA는 외질의 골을 인정했습니다. 레알은 경기 초반에 2골을 넣으면서 앞으로 남은 시간을 여유있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완급 조절을 펼치면서, AC밀란의 공격을 차단하는데 주력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 명분을 마련했습니다.

레알의 전략은 전반 초반에 이어 중반에도 그대로 맞아 떨어졌습니다. 초반에 골을 넣는데 주력했다면 중반에는 '레알과 무리뉴 감독의 킬러' 호나우지뉴를 공략했습니다. 케디라-알론소 조합이 호나우지뉴쪽으로 향하는 AC밀란 공격의 물줄기를 차단하는데 주력하거나, 호나우지뉴가 볼을 받으면 동료 선수에게 패스 할 수 있는 공간을 사전에 봉쇄했습니다. 그래서 호나유지뉴는 두 선수의 견제에 막혀 전반 25분까지 14개의 패스 중에 7개의 미스를 범하는 문제점을 나타냈습니다. 그동안 걷잡을 수 없이 슬럼프에 빠지면서 몸이 무거워졌기 때문에 활동 폭을 넓히고 스피드를 키우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그 약점을 레알이 집요하게 파고들었죠. 그 결과는 즐라탄-파투가 최전방에서 고립되면서 AC밀란이 공격 전개에 어려움을 겪는 계기가 됐습니다.

다만, 전반 33분 호나우지뉴를 놓쳐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허용한 것은 옥의 티 였습니다. 호나우지뉴는 레알 수비의 집중 견제 때문에 종방향의 공격이 안된다는 것을 인식하여, 횡방향의 공격에 눈을 떴습니다. 그래서 오른쪽 횡패스로 잠브로타에게 패스를 연결하여 오버래핑 기회를 밀어줬습니다. 그 장면 이후에는 다시 2선 중앙에서 볼을 터치하여 레알 수비가 방심한 틈을 노려 배후 공간을 파고든 시점에 왼쪽에 있던 시도르프에게 횡패스를 연결했습니다. 비록 시도르프의 왼발슛이 골문 바깥으로 향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호나유지뉴의 감각적인 축구 재능은 여전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레알 수비가 다시 안정을 되찾으며 호나우지뉴-즐라탄-파투를 밀착 견제 했습니다.

레알은 전반 후반에 미드필더진에서 점유율을 늘리면서 상대 수비망을 한꺼풀씩 벗겨내려는 공격 운영을 펼쳤습니다. AC밀란 선수들이 자기 진영에 들어오면, 좌우 측면 및 2선과 최전방의 폭을 넓히는 빠르고 간결한 패스워크를 통해 상대 수비의 허점을 찾는데 주력했죠. 전반 43분에는 박스 중앙에서 호날두와 외질이 2대1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를 제치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특히 호날두가 팀의 연계 플레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디 마리아가 민첩한 몸놀림과 간결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진을 휘저으면서 레알이 공격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과인이 전반전에 보네라에게 막히면서 팀의 추가골 과정에 기여할 수 없었던 점, 알론소가 전반전에만 15개의 패스 미스를 범한 것(40개 시도, 25개 성공)은 레알의 전반전 공격 문제점으로 꼬집을 수 있습니다.

후반전에는 AC밀란의 수비 전술 미스가 레알에게 번번이 공격 기회를 허용하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AC밀란은 0-2로 뒤진 경기를 반전시켜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호날두를 밀착 견제하고 후반 중반에 호비뉴를 슈퍼 서브로 활용하여 공격의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했습니다. AC밀란의 오른쪽 풀백 잠브로타가 호날두 봉쇄에 실패하면서 후반전에는 가투소가 오른쪽 측면으로 빠지면서 호날두를 따라붙는데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AC밀란의 판단은 틀렸습니다. 레알이 허리에서의 압박을 강화하고 디 마리아가 포진한 오른쪽을 중심으로 공격 패턴을 바꾸면서 후반 6분과 8분에 박스 가까운 곳에서 슈팅을 날렸습니다. 호날두만 막으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AC밀란의 의도는 실패작 이었습니다.

AC밀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좌우 풀백 이었습니다. 안토니니-잠브로타가 공격과 수비 사이에서 허둥대는 경기 운영을 펼치면서 호날두-디 마리아에게 뒷 공간을 쉽게 허용했고 팀의 수비 밸런스가 깨지는 문제점이 벌어졌습니다. 후반 17분에는 안토니니가 자신의 정면쪽에서 돌파 및 슈팅을 시도하는 디 마리아를 물끄러미 바라볼 정도로 경기 집중력이 결여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한 레알이 허리에서 강력한 압박을 펼치다보니 전방쪽으로 패스를 밀어주거나 오버래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시도르프-가투소 같은 좌우 인사이드 미드필더들의 공격 부담이 커지면서, AC밀란이 전반전에 이어 후반전에도 미드필더진에서 공격 흐름을 변화할 기회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오히려 후반전에는 레알이 압박이 강화되면서 AC밀란의 공격은 점점 힘을 잃었습니다.

레알은 후반 시작부터 25분까지 8개의 슈팅을 날리며 AC밀란 진영을 위협했습니다. 비록 추가골을 넣는데 실패했지만, 2선 미드필더들이 전방 압박을 펼치고 호날두까지 적극적으로 가세하면서 '방심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나타냈습니다. 후반 초반까지 의기소침했던 이과인은 중반이 되더니 오른쪽 측면쪽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통해 상대 수비를 교란하며 왼쪽에 있던 호날두-마르셀루의 공간 침투를 유도하는 공격을 펼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마르셀루가 공격 과정에 개입하면서 AC밀란 선수들은 수비에 집중할 수 박에 없었습니다. 후반 25분 호비뉴 교체 투입으로 공격에 승부수를 띄웠던 AC밀란은 자신들이 의도했던 경기 운영을 펼치지 못하면서 레알 선수들에게 거친 파울을 남발했습니다.

그런 레알이 후반전에도 공격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AC밀란의 강점이 공격력이기 때문입니다. AC밀란은 즐라탄-호나우지뉴-호비뉴-파투로 짜인 '판타스틱4'를 보유하고 있으며 '위치선정의 달인' 인자기까지 있기 때문에 경기의 흐름을 반전시킬 옵션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래서 AC밀란쪽으로 경기 흐름이 전개되지 않도록 레알이 강력한 압박에 이은 파상공세를 펼쳤죠. 비록 후반전 12개의 슈팅을 단 한 번이라도 골로 연결시키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AC밀란의 기를 무디게했던 전략은 성공적 이었습니다. 결국, 레알은 AC밀란을 2-0으로 제압했고 그 원동력에는 호날두-디 마리아 같은 미드필더들을 유기적으로 조련하면서 AC밀란의 전술을 정면 간파했던 무리뉴 감독의 지략이 빛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