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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레알 이적설' 루니, 떳떳한 재기 보고싶다

 

올 시즌 최악의 행보를 거듭중인 웨인 루니(2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의 시련이 점점 깊어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부상 및 부진 후유증, 불륜 스캔들 문제를 비롯해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의 불화설, 맨유와의 주급 갈등,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 이적설까지 줄기차게 대두되면서 앞날의 행보가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슬럼프로 고전하는 상황에서 어수선한 소식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맨유 에이스로서 자존심을 회복하는 그 날이 다가올지 의문입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루니가 맨유를 떠나겠다는 발언을 한 것입니다. 이미 대다수의 잉글랜드 언론들은, 루니가 A매치 몬테네그로전을 앞두고 동료 선수들에게 "지긋지긋하다. 새로운 클럽을 찾아야 할 것 같다"며 맨유를 떠나겠다는 늬앙스를 취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래서 루니가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레알로 이적할 것이라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맨유는 지난 18일 잉글랜드 축구 전문 채널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루니의 1월 이적은 넌센스"라고 못박았지만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무게감이 부족합니다.

분명한 것은, 루니가 레알로 이적하는 것은 결코 비현실적인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루니는 지난 1년 동안 레알 이적설로 꾸준한 주목을 끌었지만 이제는 단순한 루머로 판단할 수 없게 됐습니다. 친 레알 성향의 <마르카><아스> 같은 언론사들은 루니의 이적설을 꾸준히 보도했습니다. 이것은, 레알이 언론을 이용하여 루니를 영입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며 지난해 여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영입 전략과 똑같습니다. 루니가 레알이 구현하는 '갈락티코'에 적합한 대형 스타라는 점, 레알이 지난 7년 동안 베컴-판 니스텔로이-에인세-호날두 같은 맨유 출신 선수들을 영입했다는 점은 루니의 레알 이적을 뒷받침 합니다.

맨유가 원치 않는 시나리오지만, 동기부여적인 측면에서는 루니의 레알 이적이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을 계기로 끝없는 부진 수렁에 빠진 루니가 경기력을 회복하려면 '새로운 변화'가 필요할지 모릅니다. 이미 맨유 소속으로서 많은 우승을 팀에 안겨줬고, 올해 4월 PFA(프리미어리그 선수협회) 올해의 선수상을 통해 명실상부한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했기 때문에 잉글랜드 무대에서 이룰 수 있는 목표는 거의 달성했습니다. 스페인 무대에 도전하는 것은 자신의 축구 인생을 흥미롭게 자극하는 계기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조세 무리뉴 레알 감독은 루니를 원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스쿼드에 만족함과 동시에 새로운 선수의 영입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그 요지입니다. 레알은 곤살로 이과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은 득점 자원들이 든든히 버티고 있으며 앙헬 디 마리아까지 윙 포워드로서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기 때문에, 루니가 붙박이 주전으로 낄 자리가 없습니다. 루니의 트레이드 대상자이자 맨유 이적설로 언론의 주목을 끄는 카림 벤제마는 레알의 벤치워머임에도 여전히 무리뉴 감독이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루니의 레알 이적이 '독'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루니의 미래는 세 가지의 범주로 나뉩니다. 첫째는 지난 2003년 맨유에서 레알로 이적한 뒤에도 슈퍼스타로서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했던 데이비드 베컴(현 LA갤럭시)의 길, 둘째는 2004년 리버풀에서 레알로 이적했으나 벤치 신세를 면치 못했던 마이클 오언(현 맨유)의 길, 셋째는 맨유 잔류입니다. 베컴과 오언은 과거 잉글랜드 대표팀의 구심점이자 레알에서 뛰었던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루니가 반면교사를 삼기 쉬운 대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레알로 이적하려면 새로운 팀에 적응하면서 치열한 주전 경쟁까지 벌여야 하기 때문에 베컴-오언의 길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닙니다. 슬럼프에서 벗어나야 할 루니라면 그것이 오히려 부담을 가중시키는 문제점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을 루니가 인지해야 합니다.

물론 루니와 퍼거슨 감독의 불화가 사실로 밝혀지면 레알 이적이 탄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두 사람 모두 공식적인 반응을 피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구체적인 정황이 밝혀질 것입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맨유 이적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레알 이적설과 더불어 또 다른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이 맨유와의 주급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해외축구 사이트 <트라이벌 풋볼>은 지난 18일 루니 측근이 잉글랜드 <더 피플>을 통해 밝힌 것을 인용하며 "루니는 맨유 역사상 가장 높은 주급을 원하고 있다. 주급 16만 파운드(약 2억 8400만원)을 바라고 있지만 맨유가 지난 몇달 동안의 경기력 하락 때문에 그것을 원치 않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루니와 퍼거슨 감독과의 불화설 및 레알 이적설은 주급 문제에서 불거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맨유의 주급은 퍼거슨 감독이 관여하고 있으며, 유럽 축구에서는 주급을 둘러싸고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으면 다른 팀 이적설이 불거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 부분 때문에 언론에서 루니를 둘러싼 부정적인 보도가 등장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주급 문제가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것은, 루니는 맨유와 재계약 할 가능성이 큽니다. 주급 관련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 자체가 선수 본인이 맨유에 머물기를 원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반증이기 때문이죠.

맨유는 루니의 레알 이적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동안 레알에 여러명의 선수들을 내줬던 원인도 있지만, 루니 이외에는 팀 공격에 엄청난 파괴력을 안길 옵션이 마땅치 않습니다. 맨유의 현 스쿼드에서는 베르바토프-나니가 특출난 공격력을 내뿜고 있지만, 문제는 두 선수 만으로는 팀의 오름세를 주도하기가 어렵습니다. 루니는 공격수로서 엄청난 재능과 잠재력을 지닌 선수였고, 자신의 명예회복을 위해 반드시 슬럼프에서 탈출해야 하기 때문에 맨유가 쉽게 포기할리 없습니다. 또한 루니는 평소 맨유에 대한 충성심이 강렬했던 선수였습니다. 축구 선수는 팀에 대한 애착이 강하기 때문에 루니가 그 초심을 져버리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레알 이적을 갈망했던 호날두와 다른 소유자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루니가 자신을 둘러싼 크고 작은 잡음을 모두 잠재우려면 실력으로 되갚는 수 밖에 없습니다. 축구 선수는 그라운드에서의 경기력으로 말하기 때문입니다. 맨유에서 슬럼프 탈출에 최선을 다하면 원래의 폼을 되찾을 것임엔 분명합니다. 그동안 롤러 코스터 기질이 다분했고 이번에는 그 굴곡이 너무 컸다는 점을 위안삼으며 부활에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곤경에 처해있는 루니에게서 '떳떳한 재기'를 보고 싶은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