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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EPL 득점 1위' 테베스 전성시대 도래하나?

 

'부자 구단'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첼시와 함께 프리미어리그 선두 다툼을 펼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캡틴' 카를로스 테베스(26)의 신들린 득점력이 빛났습니다. 테베스는 리그 8경기에서 7골을 넣으며 득점 1위를 기록중입니다. 지난 시즌 리그 35경기에서 23골로 득점 4위에 올라 맨시티의 간판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면 올 시즌은 다른 경쟁 자원에 비해 스타트가 제법 빠릅니다. 꾸준한 득점포로 오름세를 달리면 맨시티의 선두 진입 및 우승 가능성은 더욱 탄력을 얻을 것입니다.

물론 테베스의 득점 1위 행진은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과소평가 되기가 쉽습니다. 이미 8경기를 치렀지만 시즌이 종료되려면 아직 30경기가 남았고, 똑같이 6골을 기록중인 베르바토프-드록바-말루다의 득점력 또한 출중한 편입니다. 그럼에도 테베스의 득점 1위가 빛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맨시티의 리그 12골 중에 7골을 책임졌기 때문입니다. 첼시가 득점 랭킹 10위권에 세 명(드록바-말루다-칼루)를 보유했고 맨시티보다 거의 2배 많은 23골을 기록했음을 상기하면, 테베스의 골은 맨시티의 선두권 도약을 이끈 절대적인 원동력이 됐습니다.

맨시티는 리그 8경기에서 5승2무1패(승점 17)로 리그 2위를 기록중이며 1위 첼시(6승1무1패, 승점 19)를 추격중입니다. 공교롭게도 승점 3점을 챙긴 5경기의 공통점은 테베스의 골이 터졌습니다. 테베스는 지난달 8월 23일 리버풀전 2골, 지난달 19일 위건전 1골 및 25일 첼시전 1골, 지난 3일 뉴캐슬전 1골 및 18일 블랙풀전에서 2골을 뽑았습니다. 자신이 골을 넣었던 경기는 모두 맨시티의 승리로 돌아갔고 그 중에 첼시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면서 맨시티의 1-0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아울러, 첼시에게 유일하게 1패를 안겼던 팀은 맨시티입니다.) 지금까지는, 테베스가 골을 넣으면 맨시티가 승리하는 '테베스 법칙'이 성립됐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맨시티의 올 시즌 공격 전략이 '테베스에게 골을 몰아주는 전술'이기 때문입니다.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은 지난 시즌에 4-4-2와 4-3-3을 골고루 활용했습니다. 특히 스리톱을 쓸때는 크레이그 벨라미(현 카디프 시티)를 왼쪽 윙어에서 포워드로 끌어올렸고 그의 오른쪽 짝으로 테베스를 측면에 기용했죠. 벨라미-아데바요르-테베스의 폭발력은 가히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벨라미-아데바요르가 빠지고 존슨-밀너-실바 같은 이타적인 성향의 윙 포워드들이 로테이션 형태로 두 명씩 가세하면서 테베스의 득점력을 보조하게 됐습니다. 맨시티가 안정적인 수비 밸런스에 중점을 두면서 윙 포워드들이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고 테베스가 중앙 공격을 맡았죠.

그 결과는 성공적입니다. 시즌 초반 수비 조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달 부터 안정궤도에 오르면서 짜임새 넘치는 수비 조직력을 과시했죠. 리그 최소 실점만을 놓고 봐도 5실점으로 2위를 기록중입니다. 배리-야야 투레-데 용으로 짜인 스리 볼란치가 중원을 튼튼히 지키고 존슨-밀너-실바 같은 윙 포워드 자원들이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팀의 압박 과정에 참여하면서 상대 공격을 틀어막고 빠른 역습을 전개합니다. 상대 박스 중앙에 있는 테베스 방향을 겨냥하며 논스톱 패스와 오픈패스 등을 골고루 섞으며 골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윙 포워드들이 아데바요르 같은 골잡이가 아니라는 점은 테베스의 골이 늘어나는 원동력이 됩니다.

이러한 맨시티의 공격 전략은 상대팀들에게 읽히기 쉽습니다. 테베스를 막으면 맨시티 공격은 문제될 것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테베스를 철저히 마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한 번의 빈틈이라도 내주면 곧바로 실점을 허용합니다. 지난달 25일 첼시전에서는 상대 수비수들이 테베스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사력을 다했지만, 후반 14분 맨시티의 빠른 역습으로 수비 밸런스가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테베스가 문전 쇄도에 이은 오른발 슛으로 골을 터드렸습니다. 지난 18일 블랙풀전에서는 테베스가 후반 22분 문전에서 한 번의 방향 전환으로 상대 수비수의 마크를 뿌리치고 선제골을 터뜨렸고, 34분에는 상대 수비수가 소유한 공을 빼앗는 즉시 왼발 논스톱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테베스는 상대 수비 입장에서 집중 견제가 성공하기 힘든 타입에 속합니다. 자신의 공격 성향이 '투쟁적'이기 때문입니다. 박스 안에서 골 냄새를 맡는 전형적인 공격수로서의 장점을 비롯, 그라운드를 부지런히 뛰어다니고 상대를 재치있게 따돌리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집요함과 승리욕으로 무장했습니다. 한 번 공을 잡으면 쉴새없이 뛰어다니는 기질이 출중하죠. 그런 특징 때문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시절에는 '볼을 끈다', '무리하게 공격을 펼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역의 관점에서 보면 상대에게 지는 것을 싫어합니다. 또한 전방 압박을 통해 상대 수비수의 공을 빼내기 위해 커팅을 시도하며 (블랙풀전에서는 그 과정에서 골을 넣었던) 오히려 상대를 괴롭힙니다.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테베스는 맨유 시절에 비해 일취월장한 공격력을 내뿜고 있습니다. 스탯으로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맨유에서의 두 시즌 동안 리그에서 63경기 19골을 넣었다면, 맨시티에서의 두 시즌은 리그 43경기에서 30골을 기록중이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물론 맨유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현 레알 마드리드)의 존재감 때문에 자신의 골 숫자가 줄었을 것이라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테베스의 이기적인 기질은 호날두 못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맨시티에서는 자신의 공격력을 뒷받침하고 제어하는 도우미들이 있기 때문에 골 생산에 전념하기가 쉽습니다. 그렇다고 동료 선수들에게 의지하는 공격수는 아닙니다. 블랙풀전의 전례 처럼, 본인이 스스로 골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미 테베스의 골 결정력은 물이 오를대로 올랐습니다. 웨스트햄-맨유 시절을 포함해서 5시즌 동안 잉글랜드 무대에서 활약하며 상대 수비수를 농락하고 직접 골을 넣을 수 있는 노하우를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골 생산이 지난 시즌부터 꾸준했고 올 시즌 득점 1위를 내달리고 있기 때문에 그 감각이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테베스 같은 근성적인 성향이라면 앞으로의 골 생산에 더욱 힘을 낼 것이며 몰아치기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테베스의 전성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득점 1위의 기세가 반짝이 아닌 '당연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테베스의 득점 1위 수성 관건은 축구에 대한 열의 입니다. 그동안 "나는 26살이고 늙었다", "은퇴하겠다"며 조기에 그라운드를 떠나겠다는 말을 되풀이했기 때문에 축구에 대한 열정에 의심을 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진출, 맨유 임대, 맨유에서 맨시티로 떠난 과정이(정확히는 MSI -미디어 스포츠 인베스트먼트- 소속에서 맨시티 소속으로 변경) 매우 혼잡했고 적잖은 난관이 따랐기 때문에 다른 누구보다 지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 아르헨티나 대표팀 일정까지 소화하고 장거리를 비행하면서 체력 및 컨디션 부담이 컸습니다. 자기 자신을 얼마만큼 컨트롤하고 눈앞에 직면한 난관을 극복하느냐에 따라 올 시즌 명암이 엇갈립니다. 물론 부상도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테베스의 오름세를 가늠할 수 있는 이유는 올 시즌이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래 최고의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맨시티는 맨유와 달리 테베스를 절대적으로 신임하고 있으며 주장 완장까지 넘겨줬습니다. 또한 테베스는 동료 선수들의 끊임없는 골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그 기대를 골로 되갚으며 맨시티의 2위 도약을 이끌었고 1위 도약 및 우승을 노리는 중입니다. 맨시티의 에이스로서 우승을 이끄는 원맨쇼의 기질을 발휘하면 내년 봄에 PFA(프리미어리그 선수협회) 올해의 선수상 수상이 유력합니다. 어쩌면 테베스의 전성시대가 이미 시작되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