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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주영-김정우, AG에서 슬럼프 탈출할까?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지난 18일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훈련을 치르면서 '금메달 사냥'을 위한 담금질에 돌입했습니다. 한국 축구가 아시안게임에서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24년 동안 금메달이 없었고,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 병역 혜택이 적용됩니다. 그래서 홍명보호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자신감과 부담감이 서로 맞물리며 광저우에서의 기분 좋은 선전을 잔뜩 벼르고 있습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관건은 '와일드카드' 입니다. 한국 축구는 근래에 아시안게임 및 올림픽에서  와일드카드 효과가 미미했습니다. 해당 선수가 예상외의 부진에 시달리거나 후배 선수들과 호흡이 맞지 않는 전술적인 괴리감에 시달렸기 때문이죠. 그런 점이 우려되었는지, 홍명보 감독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 세 명을 채우지 않고 박주영(25, AS 모나코) 김정우(28, 광주 상무)만 선발했습니다. 두 선수가 후배들과 함께 힘을 합쳐 제 몫을 다하면 한국의 금메달 달성 과정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박주영과 김정우는 남아공 월드컵 이후 슬럼프에 빠진 어려움을 안고 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끌며 선전했으나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것이 흠이었습니다. 박주영은 올 시즌 9경기 1골 및 조광래호 무득점 골 부진을 비롯해서 모나코에서의 왼쪽 윙어 전환에 따른 포지션 혼동 여파로 힘에 부치고 있습니다. 김정우는 월드컵 이후 군사훈련을 받았으나 그 이후 K리그 일정을 소화하며 컨디션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부진의 원인이 됐습니다. 두 선수는 최근의 폼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아시안게임에 임하기 때문에 홍명보호의 금메달 달성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습니다.

김정우는 이미 파주 NFC에 입소했지만, 대회 직전에 합류하는 박주영은 모나코에서 서서히 경기력이 회복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17일 SM캉과의 경기에 원톱으로 선발 출전하여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교란하고 날카로운 패싱력으로 팀의 공격을 주도했습니다. 비록 골을 터뜨리지 못했지만 경기 내용은 시즌 초반보다 좋아졌습니다. 문제는 원톱 전환이 일시적입니다. 박주영을 윙어로 밀어냈던 듀메르시 음보카니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던 경기였기 때문입니다. 측면 미드필더와 원톱을 오가는 불규칙적인 포지션 혼동이 앞으로 계속 될 여지가 분명합니다. 무엇보다 골이 없는 상태에서 아시안게임에 합류하면 대회 맹활약을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분명한 것은, 박주영과 김정우는 내년 1월 아시안컵에서 한국의 우승을 이끌 중요한 옵션이라는 점입니다. 박주영은 조광래호에서 만족스런 경기를 펼치지 못했지만 한국이 공격수 불안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변함없이 주전을 지킬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김정우는 지난 9월 이란전에서 부진했지만 오히려 대표팀 중원에서의 존재감이 커졌습니다. 자신 이외에는 공수 밸런스를 튼튼히 다지고 수비력 및 중원 장악에서 큰 공헌을 세울 옵션이 대표팀에 없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김정우 같은 스타일을 선호한다고 밝힌 전례가 있기 때문에, 김정우는 정상적인 컨디션을 되찾아야할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 선수에게 아시안게임은 슬럼프에서 탈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작용합니다. 아시안게임에서 그동안의 우려을 떨치고 정상적인 감각을 되찾으면, 병역 혜택 성공과 동시에 아시안컵에서의 맹활약을 위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김정우가 병역 혜택을 받으면 전역하게 됨) 한국 축구가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을 모두 제패하려면 두 선수가 살아나기를 바래야 합니다.

그런 박주영과 김정우는 홍명보호에서 중요한 임무를 짊어지고 있습니다. 박주영은 홍명보호의 약점 포지션으로 꼽혔던 중앙 공격수로 활약하며 공중볼을 노리고, 상대 수비수를 흔들고 배후 공간을 파고들며, 골을 노리는 역할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박희성은 골에 강점을 두는 공격수의 컨셉과 거리가 멀고, 지동원은 K리그 및 청소년 대표팀 출전에 따른 체력적인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에 박주영의 활약상이 중요합니다. 가장 절실히 기대되는 것은 골 입니다. 아시안게임에서 상대하는 팀들은 프랑스리그 레벨에 비해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박주영에게 득점력이 절실히 요구될 수 밖에 없습니다. 축구는 골을 넣어야 승리하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따내려면 박주영의 발끝에서 골이 터져야 합니다.

김정우는 기성용과 함께 더블 볼란치로 활약할 것입니다. 홍명보 감독은 4-3-3을 선호하며, 김정우-기성용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하고 구자철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공교롭게도 김정우-기성용 조합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을 견인한 버팀목입니다. 중원을 장악해야 경기 흐름을 지배하기 쉬운 것이 축구의 진리인 것 처럼, 김정우-기성용은 막중한 임무를 맡고 대회에 임합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시작으로 대표팀에서 끊임없이 호흡을 맞춰왔고 월드컵 16강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물을 거두었기 때문에 아시안게임에서 쉽게 부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김정우가 최근 경기 감각을 되찾은 기성용 처럼 폼이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하지만 축구 선수에게 자신감은 필수입니다. 자신의 기량을 그라운드에서 유감없이 발휘하려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해야 합니다. 그래서 '터닝 포인트'라는 것이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떠한 사건이나 일을 계기로 탄력을 얻으며 경기력이 살아나는 현상을 일컫는 것이죠.

박주영과 김정우에게는 아시안게임에서 터닝 포인트를 찍으며 앞날의 맹활약을 위해 자신감을 키우고, 내년 1월 아시안컵에서 한국 우승의 중요한 밑거름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출범 초기부터 전술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조광래호가 아시아를 제패할 수 있는 희망을 얻으려면 박주영-김정우의 폼이 회복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연 박주영과 김정우가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