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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3승5무' 맨유, 빛을 잃어가는 승리 본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프리미어리그 3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승리가 절실히 필요했던 경기에서 끝내 이기지 못한 것은 맨유에게 문제점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맨유가 지금의 불안을 극복할 실마리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맨유는 16일 저녁 11시(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 웨스트 브로미치(이하 웨스트 브롬)전에서 2-2로 비겼습니다. 전반 5분 루이스 나니의 프리킥이 상대 골키퍼 몸을 맞고 앞으로 흘러나온것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세컨슛으로 선제골을 넣었고, 전반 25분에는 나니가 추가골을 작렬했습니다. 하지만 후반 5분 파트리스 에브라가 자책골을 기록했고 5분 뒤에는 스멘 초이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끝내 승점 3점 획득에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맨유는 승점 14점(3승5무)에 그쳐 시즌 8경기 중에 3경기에서만 승리하는 불안한 행보를 나타냈습니다.

맨유, 웨스트 브로미치전 부진 원인은?

경기 흐름만을 놓고 보면, 맨유는 웨스트 브롬을 압도했습니다. 슈팅 20-9(유효 슈팅 6-2, 개), 점유율 56-44(%), 패스 399-326(개)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2실점이 너무 뼈아팠습니다. 후반 5분 브런트의 프리킥을 에브라가 볼의 궤적을 읽지 못하면서 자책골을 내줬고, 5분 뒤에는 판 데르 사르가 공중볼을 잡으려다 펀칭 실수로 공을 놓쳐 초이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는 뼈아픈 실수를 연출했습니다. 해외 축구 사이트 ESPN 사커넷이 홈페이지 메인에 맨유 소식을 띄우면서 'Van Der Sar's horror show(판 데르 사르의 호러쇼)'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붙일 정도로 그 실수가 치명적 이었죠.

문제는 경기 내용 우세속에서 어이없는 실점으로 비긴 경우가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지난 8월 22일 풀럼전에서 후반 44분 한겔란드에게 동점골을 허용한 것, 지난달 11일 에버턴전에서 후반 인져리 타임에만 2골을 내주며 3-3으로 비겼고, 웨스트 브롬전에서도 2-0 리드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세 경기 모두 수비수와 골키퍼의 실수에서 비롯된 실점 때문에 승점 3점 획득에 실패했습니다. 이것은 맨유가 승리에 대한 의지가 결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골을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리드를 지키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번번이 수비 실수를 범하는 것은 강팀 선수 답지 못한 자세입니다.

웨스트 브롬전에서는 골 결정력도 아쉬웠습니다. 20개의 슈팅 중에 유효 슈팅이 6개에 불과했고, 그 중에 2개를 상대 골망에 흔들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경기 종료후 <MUTV>를 통해 "전반전을 5-0으로 앞설 수 있었으나 결과는 2-0 이었다. 우리가 앞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2-0은 안심할 수 있는 스코어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선수들의 골 결정력 부족을 꼬집었습니다. 에르난데스와 나니의 골 장면은 인상깊었지만, 문제는 많은 슈팅 기회 속에서 골을 넣기 위해 세기를 날카롭게 다듬는 열의가 부족했습니다. 선수들이 2-0 이후 심리적으로 풀어진 것이 경기력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또한 웨스트 브롬전은 중원의 경기력이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캐릭-안데르손 조합은 얼마전 부상에서 복귀했지만 여전히 경기 감각이 정상적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공수 양면에 걸쳐 어떠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결정적인 패스 미스까지 범하면서, 상대 허리 싸움에서 밀리거나 공격 옵션들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불안함을 나타냈습니다. 그나마 맨유가 나니 위주의 공격 패턴을 펼쳤고 베르바토프-에르난데스의 움직임을 늘리면서 공격 분위기를 유리하게 끌고 갔습니다. 그것마저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면 맨유는 홈에서 철저한 졸전을 펼쳤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맨유의 중원 불안은 끝내 극복되지 못했습니다. 캐릭-안데르손이 중원 장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대의 역습에 뚫리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습니다. 그래서 압박 자체가 잘 되지 않으면서 포백의 수비 부담이 늘어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습니다. 후반 27분에 캐릭-안데르손을 모두 교체시킨 것은 퍼거슨 감독이 두 선수의 경기력을 못믿고 있다는 의중이 작용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에도 중원이 흔들렸습니다. 맨유가 세 번째 골을 넣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깁슨-스콜스가 무리하게 공격쪽으로 올라오면서 상대에게 배후 공간을 내주는 불안함을 노출했습니다.

전반 43분 긱스가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 된 것은 맨유에게 좋지 못한 시나리오 엿습니다. 긱스를 빼고 안데르손을 왼쪽 윙어로 돌려 깁슨을 중앙 미드필더로 투입했으나, 안데르손은 어정쩡한 경기력을 일관했습니다. 맨유가 공격을 전개하는 상황에서 어느 자리에 있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바람에 공격의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발렌시아-박지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긱스까지 다치면서 전문적인 윙어가 나니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또한 나니는 시즌 초반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체력 저하가 우려됩니다. 맨유의 스쿼드 편성에 적잖은 고민을 안게 됐습니다.

교체 선수들도 제 몫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깁슨은 중원에서 연계 플레이를 노리거나 킬패스를 찔러주는 볼 배급이 떨어졌고, 그 결과는 맨유가 측면과 최전방의 기동력에 의지해야 하는 어려움으로 이어졌습니다. 시즌 초반에 선전했던 스콜스도 부진했습니다. 위치선정 및 볼 키핑력이 매끄럽지 못해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루니도 정상적인 감각을 찾지 못했습니다. 후반 27분 안데르손의 대타로 교체 투입하여 왼쪽 윙어로 뛰었지만 적극적으로 움직이기에는 몸이 무거웠고 볼 터치자 적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결코 일시적이지 않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달성했던 2008/09시즌에 비해 경기력이 눈에 띄게 저하되었고, 에이스였던 루니의 끝없는 부진을 비롯해서, 수비과정에서의 실수가 잦아졌습니다. 물론 2008/09시즌 초반 8경기에서는 승점 15점(4승3무1패)를 기록하면서 지금과 승점이 똑같지만, 적어도 그때는 시즌 초반 경기력 저하를 만회할 수 있는 힘이 충만했고 그 이후부터 호날두가 뿔꽃같은 득점 실력을 뽐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불안 요소가 점점 쌓여가는것을 비롯해서 이겨야 할 경기를 이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승리 본능'을 잃어가는 맨유의 앞날이 순탄할지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