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볼턴 에이스' 이청용, 골이 필요한 이유

 

한일전을 마치고 잉글랜드로 돌아가 소속팀에 복귀한 '블루 드래곤' 이청용(22, 볼턴)이 올 시즌 첫 골에 도전합니다. 도움 2개를 기록했으나 아직 골이 없기 때문에 상대 골망을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청용은 16일 저녁 11시(이하 한국시간) 리복 스타디움에서 열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 스토크 시티와의 홈 경기에 출격할 예정입니다. 4일전에 한일전을 치렀기 때문에 피로가 말끔히 풀리지 않았지만, 볼턴이 올 시즌 7경기에서 단 1승에 그쳤고 이번 경기에서 승리하면 중상위권 진입을 내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선발 출전이 유력합니다. 리그 12위(1승5무1패)를 기록중인 볼턴은 7위(3승1무3패) 및 최근 4경기 연속 무패(3승1무)를 내달리는 스토크 시티와의 일전이 만만치 않겠지만, 적어도 이번 홈 경기 만큼은 볼턴의 우세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우선, 스토크 시티는 원정에 약한 면모가 두드러집니다. 프리미어리그로 승격된 2008/09시즌 홈 경기에서 10승5무4패를 기록했으나 원정에서는 2승4무13패로 고개를 떨궜습니다. 2009/10시즌 원정에서는 4승8무7패(홈에서 7승6무6패)로 그나마 선전했지만, 올 시즌 원정 3경기에서는 1승2패를 기록했습니다. 홈 경기에서 2승1무1패를 거두었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원정에 약합니다. 또한 스토크 시티는 지난 시즌 볼턴과의 2경기에서 1무1패로 주춤했습니다. 다만, 스토크 시티가 최근 두 경기에서 뉴캐슬-블랙번을 제압한 것은 전력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볼턴 입장에서는 올 시즌 중위권을 사수해야 하기 때문에 스토크 시티전에서의 승리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실점을 줄여야 합니다. 지난 8월 21일 웨스트햄전 3-1 승리 이후 리그 5경기 연속 무승(4무1패)에 그쳤으며 모두 실점을 허용했습니다. 지난 시즌에 비하면 수비 조직력이 견고해졌고 팀 전력의 최대 불안 요소였던 잿 나이트의 폼이 부쩍 올랐지만, 상대팀의 기습적인 공격 상황에서 흔들리는 경향이 짙습니다. 게리 케이힐을 제외하면 수비수들의 반응속도-시야-위치선정이 취약한 단점이 있기 때문에 아직 수비력을 더 길러야 합니다.

그런 볼턴이 스토크 시티전에서 승리하려면 다득점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특히 데이비스-엘만더 투톱의 호흡은 올 시즌에 무르익었습니다. 두 선수는 골문안에서의 위협적인 움직임 및 빼어난 제공권 장악능력을 통해 최전방을 흔들면서 유기적인 연계 플레이를 펼치는데 주력했습니다. 공간 활용 능력 또한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한 선수가 측면 또는 2선에서 상대 수비의 시선을 자신쪽으로 유도하면 또 한 선수는 최전방에서 골을 노리고, 그 패턴이 경기중에 수시로 번갈아가면서 상대 배후 공간을 집요하게 공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엘만더는 지난 시즌 25경기 3골에 그쳤으나 올 시즌 7경기에서만 4골을 기록하면서 공격력이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공격 패턴이 스토크 시티 수비진을 농락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볼턴 공격수와 미드필더의 역할이 철저하게 나뉘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데이비스-엘만더가 최전방에서 파워풀한 움직임을 펼치면서 상대 수비를 흔들고 골 기회를 노린다면, 측면에 포진한 페트로프-이청용은 두 선수가 최전방에서 골을 노릴 수 있도록 볼을 배급하거나 하프라인을 중심으로 빌드업을 시도합니다. 중앙 미드필더를 맡는 홀든-무암바는 공수 밸런스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죠. 하지만 역할 분담을 중시하는 축구는 역동성이 떨어져 상대 수비에 읽히기 쉬운 단점이 있습니다. 수비에 많은 숫자를 두고 지역방어를 강화하는 스토크 시티라면 A매치 휴식기를 통해 볼턴의 공격 전술을 파악했을지 모릅니다.

볼턴 입장에서는 스토크 시티전에서 미드필더의 골이 요구될 수 밖에 없습니다. 데이비스-엘만더 만으로는 골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청용에게 골이 필요합니다. 지난 시즌 볼턴에서 5골을 넣었고 지난 6월 남아공 월드컵에서 2골을 기록했던 만큼, 득점 감각이 있는 선수임엔 분명합니다. 하지만 지난 1월 26일 번리전 결승골 이후 아직까지 골이 없었고, 올 시즌 7경기 무득점 및 슈팅 5개에 그쳤다는 점은 득점력에 대한 분발이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그것도 공격 성향의 윙어인 만큼, 앞으로 더욱 좋은 선수로 거듭나려면 골에 대한 욕심을 부려야 합니다.

물론 볼턴의 현 전술 흐름에서 이청용이 골을 넣는 것은 쉬운일이 아닙니다. 오언 코일 감독은 미드필더들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주문하면서 역습 위주의 공격을 주문하는 성향이기 때문에 이청용에게 팀 플레이가 강조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청용은 게리 멕슨 전 감독 시절에는 상대 진영에서 볼을 기다리거나 전방으로 쇄도하는데 집중했지만, 코일 감독 부임 이후에는 후방을 의식하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하지만 이청용은 골을 넣어야 하는 선수입니다. 지난달 26일 맨유전에서 페트로프가 상대 문전 왼쪽에서 직접 골을 성공시켰던 것 처럼, 이청용도 상대 진영을 과감히 파고들며 동료 선수에게 패스 받을 공간을 찾아 골을 노리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또한 패스를 지속적으로 받기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플레이가 좀 더 꾸준해야 합니다.

이청용은 발목의 힘이 약합니다. 램퍼드-제라드-스콜스 같은 프리미어리그의 미들라이커들은 발목을 활용하는 강력한 중거리슛을 자랑하지만 이청용은 그런 장점이 없습니다. 발목의 힘이 갑작스럽게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 힘을 실전에서 향상시키려면 시도하기 위해 노력하는 플레이가 필요합니다. 활동 폭 및 기동력을 키우며 골을 노리는 것도 좋지만, 중거리슛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스토크 시티전에서 득점 패턴의 다양화를 위해 중거리슛에 대한 자신감을 증진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다만, 이청용은 상대 수비가 볼 처리 과정에서 실수하면 즉시 달려들어 볼을 빼앗아 골을 시도하려는 재치를 겸비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마르틴 데미첼리스의 실책을 틈타 만회골을 넣었고 지난달 11일 아스날전에서도 비슷한 과정을 연출한 끝에 엘만더에게 크로스를 올려 도움을 기록했습니다. 당시 아스날전에서는 슈팅 타이밍이 늦은데다 볼을 소유한 지점이 골문 구석에 있었기 때문에 골을 작렬할 수 있는 조건이 마땅치 못했습니다. 스토크 시티는 경기 내내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유지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집중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청용이 그 약점을 노리면 시즌 첫 골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청용에게 골이 필요한 이유는 빅 클럽 이적에 대한 유리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잉글랜드 월간 축구 전문지 <포포투>는 지난달 3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프리미어리그에서 저평가된 선수 1위로 이청용을 선정했습니다. 그 의미는 이청용의 기량이 빅 클럽에서 두각을 떨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 전까지 리버풀 이적설로 관심을 끌었고 또 다른 빅 클럽들의 새로운 영입 대상으로 거론될 수 있지만, 보다 확실한 눈 도장을 받으려면 골 만큼 강렬한 임펙트를 심어줄 존재가 없습니다. 과연 이청용이 스토크 시티전에서 시즌 첫 골을 쏘아올리며 자신의 가치를 드높이고 볼턴의 승리를 이끌지 그 결과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