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프리미어리그 2위를 기록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2007년 여름 부터 3년 동안 선수 영입에 과감한 투자를 하면서 전폭적인 스쿼드 보강을 했고, 이제는 빅4와 대등하거나 능가하는 스쿼드를 보유했기 때문에 2위 도약이 그리 어색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순위 변동이 잦은 시즌 초반이라는 점에서 2위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맨시티가 첼시를 제치고 리그 1위로 뛰어오르면 그야말로 흥미로운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해 여름까지 리그 중위권 혹은 하위권, 챔피언십리그(2부리그) 강등을 수없이 반복했음을 상기하면 리그 1위 도약은 놀라운 행보입니다. 1967/68시즌 이후 32년 동안 리그 우승 경험이 없었던 점은 올 시즌 우승을 위한 동기부여를 자극합니다. 첼시의 리그 독주도 흥미롭지만, 리그의 흥행 및 신선한 재미를 위해서는 맨시티가 첼시와 치열한 1위 다툼을 펼쳐야 합니다. 과연 맨시티는 첼시의 기세를 무너뜨리고 리그 1위로 도약할 수 있을까요?
맨시티, 리그 1위 도약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맨시티는 올 시즌 4승2무1패(승점 14)로서 리그 2위를 기록중입니다. 1위 첼시(6승1패, 승점 18)를 승점 4점 차이로 추격중이고, 3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3승4무, 승점 13)와 1점 차이로 앞서있기 때문에 3위권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한 위치에 있습니다. 하지만 첼시에게 1패를 안겼던 팀은 맨시티입니다. 지난달 25일 첼시전에서 테베스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두었으며 경기 내용에서도 우세를 점했습니다. 당시의 첼시전 승리는 맨시티의 전력이 더 이상 중위권 혹은 그 이하 클럽의 레벨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물론 맨시티가 리그 1위로 도약하려면 첼시의 독주 체제가 무너져야 합니다. 그런데 첼시는 시즌 초반에 약팀들과 상대했기 때문에 승점 3점 획득 과정이 손쉬웠습니다. 시즌 6승 중에 5승은 웨스트 브로미치-위건-스토크 시티-웨스트햄-블랙풀 같은 올 시즌 하위권 전력이 예상되었던 팀들과의 대결에서 거둔 결과물입니다.(올 시즌에는 웨스트 브로미치-블랙풀이 기대 이상 선전하고 있지만) 그만큼 승점 관리를 잘했다고 볼 수 있지만, 기존의 약점이었던 스쿼드의 노령화에서 비롯된 체력 부족이 독주 체제에 발목을 잡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첼시의 앞날 행보는 '맑음'보다는 '흐림'에 가깝습니다. 램퍼드-알렉스-칼루-베나윤이 벌써부터 부상으로 주춤했고 특히 베나윤은 장기간 결장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UEFA 챔피언스리그 일정까지 병행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어려움 및 부상의 우려를 안게 됐습니다. 그나마 뉴캐슬과의 칼링컵 3라운드에서 패하면서 토너먼트 일정에 대한 부담감을 어느 정도 덜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주전 선수 평균 연령이 29.3세인 스쿼드가 빠듯한 경기 일정을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물론 맨시티도 유로파리그 일정을 병행하지만 스쿼드가 두껍기 때문에 이러한 어려움과 무관합니다.
맨시티의 리그 2위는 반짝이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만치니 감독을 영입하면서 마크 휴즈 전 감독 시절보다 공수 양면에 걸친 전력이 부쩍 좋아진 것은 분명합니다. 휴즈 전 감독 시절에는 수많은 무승부를 양산하며(그래서 축구팬들은 휴즈 전 감독을 '마크 휴무'라고 부릅니다.) 승점 3점을 따내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의 만치니 체제에서는 '지지않는 축구'를 팀 컬러로 삼으며 수비 조직력 완성에 힘입어 안정적인 경기를 펼치게 됐습니다. 올 시즌 리그 7경기에서는 단 3실점만 허용하는 '짠물 축구'의 위용을 과시했습니다.
기존의 맨시티는 잦은 선수 영입 및 수비수의 실력 부족 때문에 후방이 고질적으로 취약했습니다. 하지만 만치니 감독 영입 이후 배리-데 용 같은 수비력이 뛰어난 미드필더들을 중원에 배치시키고 2선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주문하며 후방의 약점을 덜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공격진에서 테베스가 활발한 전방 압박을 펼쳤던 것도 도움이 됐죠. 그래서 포백이 수비에 전념하면서 실점 줄이기에 자신감을 얻었고 그 결과는 성적 향상으로 귀결됐습니다. 올 시즌에는 골키퍼 하트의 번뜩이는 선방, 콤파니-콜로 투레 센터백 조합이 완성된 것, 야야 투레가 팀의 수비 전환시 배리-데 용과 '스리 볼란치'를 형성하면서 중원의 수비력이 더 강화됐습니다. 리차즈의 부상 공백은 20세 영건 보야타가 말끔히 해결했고 특히 첼시전에서 말루다 봉쇄에 성공했습니다.
맨시티의 올 시즌 초반 약점은 공격 옵션들의 호흡이 맞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원톱 테베스를 보조하는 밀너-야야 투레-실바가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보강된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호흡 불안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3명의 미드필더들이 과감한 돌파와 빠른 볼 터치를 앞세워 상대 수비를 뚫는데 주력하면서 테베스가 전방에서 여러차례 결정적인 골 기회를 노릴 수 있었습니다. 191cm 장신 공격수 아데바요르가 벤치로 내려가면서 제공권을 활용한 공격력을 살리기 힘든 것이 약점인 것은 분명하지만, 테베스가 상대 견제에 아랑곳 않고 꾸준히 골을 넣을 수 있는 이유는 2선 미드필더들의 공격 전개가 착실함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또한 맨시티의 플레이가 경기를 치를수록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은 앞날의 긍정적인 행보에 탄력을 얻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스쿼드는 두말 할 필요없이 강하며, 약점이었던 조직력이 만치니 체제에서 강점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또 다른 대형 선수를 영입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리그 우승을 도전하기가 충분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맨시티의 행보를 놓고 보면 갑작스런 순위 하락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맨유-아스날-토트넘 같은 상위권 팀들 전력이 지난 시즌에 비해 약해졌기 때문에, 맨시티는 뒤돌아 볼 것 없이 첼시를 리그 선두에서 떨어뜨리는 일에 전념해야 합니다.
리그의 흥행적인 관점에서도 맨시티의 오름세가 필요합니다. 어느 한 팀의 독주가 계속되기에는 리그의 재미가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맨시티가 치고 올라가면 첼시도 분발할 것이 틀림 없기 때문에 선두권 싸움이 지금보다 더 치열해져야 합니다. 또한 맨시티는 그동안 우승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으며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에 올 시즌 우승을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 분명합니다. 어쩌면 올 시즌이 리그 우승을 위한 적기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맨시티의 리그 1위 도약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