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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일본전 경계대상 1호, 왜 카가와 신지일까?

 

일본 축구 입장에서는 오는 12일 A매치 한국 원정을 중요하게 여길 것입니다. 한국 축구와 오랫동안 라이벌 관계를 유지했던 것을 비롯, 올해 두번씩이나 한국에게 패했기 때문에 자존심 회복을 위해 승리를 벼를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또한 이탈리아 출신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벤치에서 직접 선수들을 독려하고 지휘하는 A매치 첫 경기라는 점(지난달 A매치 2경기는 비자 문제로 관중석에서 관람), 내년 1월 아시안컵 우승을 노려야 하기 때문에 선수단의 사기 향상을 위해 한국전 승리에 매달릴 것이며 두 팀의 격돌이 치열할 전망입니다.

특히 올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두각을 떨치는 공격형 미드필더 카가와 신지(21, 도르트문트)는 한국이 일본전에서 경계대상 1호로 삼아야 할 선수입니다. 카가와는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도르문트로 이적했으며 지금까지 분데스리가 7경기 4골 1도움, 유로파리그 4경기 2골을 기록했습니다. 21세의 신예임에도 불구하고 매 경기 선발 출전을 거듭하면서 꾸준히 골까지 넣으며 팀의 새로운 주축 선수로 떠올랐습니다. 유럽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카가와의 존재감은 한국에게 부담스럽습니다. 이번 일본전 경계대상 1호로 지목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카가와 신지, 혼다보다 더 강한 상대일지 모른다

카가와는 남아공 월드컵 이전까지 대부분의 국내 축구팬들에게 익숙하지 못했던 이름입니다. 지난해까지 J리그의 2부리그격인 J2리그 세레소 오사카에서 활약했고, 오카다 다케시 전 일본 대표팀 감독의 눈도장을 받지 못해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카가와는 일본내에서 촉망받는 유망주 였습니다. 지난 2008년 19세의 나이에 베이징 올림픽 본선에서 주전으로 뛰면서 일본 내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죠. 지난해 J2리그 44경기에서 27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라 세레소의 J리그 승격을 이끌었고, 올해 전반기 11경기 7골을 기록하여 분데스리가 팀들의 영입 관심을 받은끝에 도르트문트에 입단했습니다.

사실, 카가와가 분데스리가에서 급부상 할 것이라 예상한 이는 드물었습니다. 172cm의 작은 신장 및 일본 선수가 고질적으로 피지컬이 약하기 때문에 힘과 제공권을 중요시하는 분데스리가에서 성공할지 미지수 였습니다. J리그와 분데스리가의 경기력 레벨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현지 적응부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카가와는 빠른 적응력을 통해 팀 전력에 녹아들면서 붙박이 주전으로 도약했고, 지난달 19일 살케04와의 라이벌전 2골 및 독일 축구지 <키커>로 부터 평점 1점(독일식 최고점)을 부여받는 맹활약을 펼치면서 팀 내에서의 영향력을 높였습니다.

카가와가 독일 무대에서 거침없이 성장했던 결정적 키워드는 '과감함' 입니다. 기교-패스-완급조절에 중심을 두는 전형적인 일본 공격형 미드필더들과 다르게 상대 수비를 거침없이 몰아붙이며 그라운드를 부지런히 뛰어다닙니다. 그 상황에서 동료 선수들과 연계 플레이를 펼치며 볼 터치를 늘리고, 오픈 패스와 킬 패스를 적절히 섞는 2차 공격을 전개하거나 직접 슈팅을 시도하는 적극성을 발휘합니다. 특히 드리블 돌파가 일품입니다. 돌파 과정에서 공을 끌거나 좁은 공간에서 머뭇거리는 습관을 노출하지 않은데다 상대 수비를 정면으로 무너뜨리기 위해 밀어붙이는 돌파를 시도하며 팀의 공격 분위기를 주도합니다. 그의 과감한 축구 재능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인상을 강하게 심어놓는 결정타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카가와의 특징 및 성장 배경은 한국의 이청용과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두 선수 모두 동양권 출신으로서 유럽에 진출한지 얼마되지 않아 단숨에 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잡았고, 체격 조건의 불리함을 이겨내고 거구를 농락할 수 있는 빼어난 공격력을 자랑합니다. 이청용은 몇달 전 언론을 통해 "축구는 머리로 하는 것이다"라며 축구공을 다루는 개인기술 및 전반적인 축구 지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역의 관점에서 보면, 카가와도 그런 재능에 출중한 인물임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청용이 빅 리그에서 뛰고 있기 때문에 카가와와 비견하는 것을 무리로 생각하지만, 카가와가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클럽 도르트문트에서 뛰고 있음을 잊어선 안됩니다.

카가와는 원 포지션이 공격형 미드필더지만 도르트문트에서는 4-4-2의 쉐도우로 뛰고 있습니다. 타겟맨 루카스 바리오스를 보조하면서 도르트문트의 공격을 조율하면서 골 생산까지 책임지는 역할을 맡고 있죠. 일본 대표팀에서는 자케로니 감독이 '자신이 선호하는 3-4-3이 아닌' 4-3-3을 구사할 예정이기 때문에 한국전에서 중앙 공격수로 출전할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지금까지 측면에서 이렇다할 검증을 받지 못했고, 일본이 고질적으로 중앙 공격수가 취약하기 때문에 카가와가 그 포지션을 맡을 것으로 보입니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오른쪽 윙어를 오가는 '일본 에이스' 혼다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중앙 공격수로 올라왔던 것과 같은 예 입니다.

어쩌면 카가와는 혼다보다 더 강한 상대일지 모릅니다. 명성만을 놓고 보면 월드컵 스포트라이트가 있는 혼다가 우세할 수 밖에 없지만, 경기를 지속적으로 풀어가는 개인 능력이 약한데다 킥력 이외에는 본인의 강점을 차별화 시킬 수 있는 특징이 부족합니다. 남아공 월드컵 종료 후 유럽 축구 이적시장에서 엄청난 러브콜을 받았으나(언론 보도 상으로는) 끝내 잔류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카가와는 움직임에 일가견이 있는 미드필더이자 팀 공격의 지속성을 키울 수 있는 역량이 출중하며 그 능력을 도르트문트에서 키웠습니다. 앞으로 분데스리가 및 유럽 대항전 경험까지 더해지면 혼다보다 발전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A매치 한일전으로 화제를 돌리면, 한국은 지난 5월 25일 일본전에서 혼다를 철저하게 봉쇄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도 그를 막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혼다의 특징은 한국 선수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가와는 분데스리가에서 단단히 기세가 오른 상태에서 서울 월드컵 경기장을 밟기 때문에 한국 선수들이 경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축구 선수는 경기 감각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독일 무대에서의 긍정적인 흐름은 한국에게 만만치 않은 존재입니다. 특히 한국 수비수들은 국제 무대에서 돌파력이 강한 상대 공격 옵션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경험이 많기 때문에 카가와 견제를 게을리해선 안됩니다.

또한 한일전은 카가와가 분데스리가에서 발휘하는 파괴력이 거품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좋은 관전 포인트를 제공합니다. 한일전은 양팀이 서로 물고 늘리는 치열한 접전을 주고 받는 전형적인 라이벌전 특징이 있습니다. 카가와가 한국의 집중적인 견제를 이겨내며 분데스리가에서의 일취월장한 실력을 뽐낼지, 아니면 한국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는 실망스런 경기를 펼칠지 오는 12일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본 선수 중에서 가장 눈길을 모으는 선수는 카가와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