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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대표팀 중앙 MF 변신 기대된다

 

오는 12일 A매치 일본전은 조광래호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입니다. 일본은 한국의 전통적인 라이벌이고, 조광래호 입장에서는 지난달 이란전 0-1 패배를 안방에서 만회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고, 일본전 A매치 3연승 도전이라는 상징적인 가치가 있기 때문에, 태극 전사들의 승리가 기대됩니다.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에이스'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의 일본전 포지션 변경입니다. 조광래 감독은 지난 4일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미드필드 싸움에서 우위를 주기 위해 변화를 줄 생각이다. 박지성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2선으로 내려서 활용하는 부분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드필더진을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일본을 맞이하여 '박지성 카드'로 맞불을 놓으며 승리하겠다는 것이 조광래 감독 의도입니다. 지난 5월 25일 일본 원정에서 결승골을 넣었던 박지성이 과연 일본전 맹활약을 통해 국민들에게 승전보를 전해줄지 주목됩니다.

일본전 승리, 박지성 발끝에 달렸다

현 시점에서, 조광래호의 가장 큰 불안 요소는 중원입니다. 남아공 월드컵 16강 콤비였던 김정우-기성용의 최근 행보가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정우는 군사훈련 이후 컨디션 난조에 시달린 끝에 일본전 명단에서 제외되었고 기성용은 소속팀 셀틱에서의 잦은 결장 여파 때문에 실전 감각이 무뎌진 상황입니다. 물론 기성용은 수비력 부족을 이겨내기 위해 공수 양면에서 적극적인 플레이에 눈을 뜨면서 폼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나타냈지만 아직은 일본전 맹활약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윤빛가람은 지난 이란전에서 몸싸움 및 피지컬 부족을 견디지 못한 끝에 상대 허리 싸움에서 밀렸습니다. 미드필더진이 강한 일본을 상대로 제 실력을 발휘할지 의문입니다. 구자철-신형민의 대표팀 가세는 조광래호 중원에 숙제를 안겨줍니다. 일본의 두꺼운 허리를 상대로 맞서 싸울 수 있는 최적의 중원 조합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구자철-신형민은 A매치 출전 경험이 무뎌졌기 때문에 일본전 선발 출전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리지 않습니다. 기성용-윤빛가람 라인을 지난 이란전에 이어 일본전에서 가동하면 중원 장악 어려움 때문에 상대 허리 싸움에서 우세를 점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일본이 한국전 승리를 위해 기성용-윤빛가람 라인의 약점을 물고 늘어질지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조광래 감독은 대표팀 중원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카드로 박지성을 선택했습니다. 박지성은 8년 전까지 일본 J리그 무대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고, 유럽 무대에서 축적된 역량을 통해 상대의 두꺼운 수비를 극복하면서 공격력을 강화하는 내공이 있으며, 지난달 26일 볼턴전에서 4-4-2의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하여 <스카이스포츠>로 부터 평점 7점을 받는 긍정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특히 2010년에 접어들어 소속팀 맨유에서 측면보다는 중앙에서 '센트럴 팍'으로 두각을 떨치는 활약상에 힘입어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는 점은 조광래호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최근 맨유의 왼쪽 윙어로서 부진에 빠진 박지성에게 중앙 전환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박지성은 대표팀에서 중앙 자리에 익숙합니다. 대표팀의 에이스로 떠오르기 시작했던 2004년 아시안컵에서 3-4-1-2의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고, 아드보카트호-베어벡호-허정무호에서도 4-3-3과 4-2-3-1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습니다. 개인 실력이 다른 한국 선수들을 능가하는데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공격의 젖줄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중앙이 결코 낯설지 않습니다. 다만, 조광래호에서는 3-4-3의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대표팀 역할에서 수비적인 비중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의 수비력은 맨유에서 6시즌 동안 입지를 다지는 원천이었기 때문에 일본전 수비 역할이 걱정되지 않습니다.

또한 박지성이 3-4-3의 중앙 미드필더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또 하나의 이유는 대표팀의 일본전 명단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조광래 감독은 24명의 선수들 중에 '박지성을 제외한' 8명을 공격수로 채웠습니다. 박주영-유병수-김신욱이 중앙 공격수, 이청용-염기훈-이승렬-조영철-최성국이 윙 포워드 자원입니다. 박지성을 공격수로 포진하면 기존 공격진이 과포화되기 때문에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명단을 놓고 보면, 조광래 감독이 박지성을 중앙 미드필더로 포진시켜 일본의 강한 허리를 무너뜨리겠다는 의중을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한국은 지난 5월 25일 일본 원정에서 상대 미드필더진을 강한 압박으로 제압하여 2-0 완승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5개월전과 지금의 한국-일본 전력은 엄연히 다릅니다. 5개월 전의 한국은 김정우-기성용 조합 성공 및 전반적인 시스템 완성에 힘입어 압박을 강화했지만 지금은 중원 옵션 개개인의 행보가 좋지 않습니다. 반면 일본은 한국전 패배 당시 월드컵 3전 3패를 걱정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몰렸지만, 본선에서 엔도-아베-하세베로 짜인 '스리 볼란치' 정착 성공에 탄력받아 짠물축구로 16강 진출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최근 일본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자케로니 감독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지역방어 및 철저한 압박으로 재미를 봤기 때문에, 한국 입장에서 일본의 허리를 만만하게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조광래 감독은 일본전에서 3-4-3을 구사할 예정이기 때문에, 공격과 수비 능력이 골고루 뛰어난 중앙 미드필더를 선발에 기용할 것입니다. 박지성이 우선 순위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죠. 또한, 조광래 감독 입장에서는 기성용-구자철-신형민-윤빛가람 중에 한 명을 박지성 파트너로 골라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물론 그 과제는 소집 훈련에서의 옥석 고르기를 통해 해결 될 것입니다. 박지성은 자신의 파트너가 중원에서 뒷받침하는 것에 힘입어 빠르고 역동적인 공격 전개에 힘을 실어주면서 상대 배후 공간을 노릴 것이 분명합니다. 안정적인 공수 밸런스 유지에 강점을 삼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그 특징이 일본전에서 묻어나오면 한국의 경기 운영이 매끄러울 것입니다.

박지성 입장에서도 일본전 중앙 미드필더 전환이 맨유에서 부진에 탈출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조광래 감독은 4일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선수 생활 하다가 전방에서 막힐 때, 페이스가 떨어질 때는 2선에서 전진하면서 하는 플레이도 바람직하다"며 박지성의 중앙 미드필더 변신이 최근의 부진을 이겨낼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물론 박지성은 대표팀 차출에 따른 컨디션 저하에 의해 맨유에서 경기력이 다운되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전 차출이 이미 확정되었기 때문에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감각을 되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일본전은 박지성 발끝에서 한국의 승패가 결정 될 것입니다. 대표팀은 본프레레호 시절부터 지금까지 박지성의 존재감 및 활약 여부에 치우치는 경향이 뚜렷했기 때문에 이번 일본전에서도 박지성이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박지성이 대표팀의 주장이자 에이스로서 기대에 걸맞는 활약을 펼친다면 한국의 일본전 승리 가능성이 큽니다. 과연 박지성이 일본전에서 중앙 미드필더를 맡아 조광래호 승리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낼지 축구팬들의 시선은 벌써부터 서울 월드컵 경기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