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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vs리버풀, 결정적 승부처 5가지는?

 

프리미어리그의 대표적인 라이벌 경기 답게 치열하고 짜릿한 명승부가 펼쳐졌습니다. 양팀 모두 서로 물고 늘어지는 혈전을 주고 받은 끝에, 축구 경기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3-2의 펠레 스코어로 경기를 마쳤습니다. 전력적인 측면에서 여러가지 단점을 노출했지만 오히려 경기의 흥미를 키우며 축구팬들에게 멋진 골을 선사하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라이벌 리버풀과 뜨거운 공방전을 펼친 끝에 결국 웃었습니다. 맨유는 19일 저녁 9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리버풀전에서 3-2로 승리했습니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는 전반 42분, 후반 14분, 후반 39분에 상대 골망을 흔드는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리버풀은 스티븐 제라드가 후반 19분과 25분에 골을 몰아치며 2-2 동점을 이끌었지만 베르바토프의 결승골에 의해 분루를 삼켰습니다.

이로써, 맨유는 3승2무로 리그 3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리버풀전 승리는 슬로우 스타터를 극복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으며 선두 첼시를 추격하는 명분을 마련했습니다. 반면 리버풀은 1승2무2패로 리그 13위에서 16위로 추락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불안한 시즌 초반 행보를 나타냈습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다른 강팀들에 비해 스타트에 탄력이 붙지 못했다는 점에서 앞날이 순탄할지 의문입니다. 한편, 박지성은 리버풀전에 선발 출전할 것이라는 현지 언론 및 국내 여론의 예상과 달리, 리버풀전 18인 엔트리에서 제외 됐습니다.

1. '해트트릭' 베르바토프 vs '부진할 수 밖에 없었던' 토레스

베르바토프와 토레스의 맞대결은 전자보다는 후자의 우세가 예상 됐습니다. 베르바토프는 2006년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후 리버풀을 상대로 단 한 번도 골을 넣지 못했고, 토레스는 맨유전 3연속 골을 자랑하는 '맨유 킬러' 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베르바토프와 토레스의 가치가 서로 뒤바뀌었습니다. 베르바토프가 리버풀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맨유 승리의 해결사 역할을 했다면 토레스는 비디치에게 봉쇄당한 끝에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습니다. 특히 토레스는 그동안 비디치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공격수로 손꼽혔지만 이번 맨유전에서 그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했습니다. 그런 비디치는 경기 종료 후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맨유 선수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평점 8점을 부여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베르바토프의 3골은 박스 안에서의 절묘한 위치선정을 비롯 타이밍-정확성-침착성-기교까지 가미된 멋진 장면들 이었습니다. 전반 42분 긱스의 코너킥을 헤딩골로 연결지었고, 후반 14분에는 나니가 측면에서 띄운 크로스를 오버헤드킥으로 밀어 넣으며 축구팬들의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후반 39분에는 오셰이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재치있게 상대 골망을 흔들며 골 냄새를 확실하게 맡았습니다. 동료 선수들의 활발한 지원이 가능했고 그 기회를 충분히 살렸기 때문에 해트트릭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맨유가 루니의 부진 속에서도 웃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베르바토프의 '신들린 골 감각'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반면 토레스는 맨유전에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무기력한 움직임 끝에 일방적으로 부진했다기 보다는 동료 선수들의 꾸준한 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리버풀은 4-2-3-1을 구사했는데, 포메이션 특성상 원톱과 2선 미드필더들의 유기적인 호흡이 '생명끈'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좌우 윙어를 맡았던 조 콜-막시가 에브라-오셰이에게 막혀 고전을 면치 못했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메이렐레스와 기존 선수 끼리의 패싱력이 매끄럽지 못하면서 토레스에게 볼이 연결되는 빈도가 적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욱이 리버풀은 숏패스 위주의 경기를 펼쳤기 때문에 토레스가 전방에서 많은 기회를 얻기 어려웠습니다. 논스톱 패스 및 크로스를 앞세워 베르바토프를 지원 사격했던 맨유의 공격 패턴과 대조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2. '발렌시아 공백 메웠던' 나니 vs '카위트 공백 못 메웠던' 막시

맨유와 리버풀의 공통점은 주전 오른쪽 윙어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습니다. 맨유는 발렌시아, 리버풀은 카위트의 부상으로 공격의 파괴력이 일부 떨어진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번 경기의 관건은 누가 부상 선수의 공백을 확실하게 메우냐에 따라 경기의 승패를 판가름 할 수 있었습니다.

맨유의 나니가 오른쪽 윙어로서 부지런한 기동력과 과감한 패싱력으로 공격의 물꼬를 틔우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전반전에 콘체스키의 끈적한 수비에 의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후반들어 움직임이 살아나면서 빠른 볼 터치에 의한 공격을 펼치면서 폼을 회복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반면 막시는 경기 내내 에브라에게 막혀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한 끝에 0-2로 뒤진 후반 16분에 질책성 교체 됐습니다. 막시가 빠지고 메이렐레스가 오른쪽 윙어로 전환하면서 리버풀이 2골을 추가했다는 점은, 카위트 공백을 메우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3. 맨유의 2실점은 방심의 댓가, 하지만 승리욕은 리버풀보다 강했다

맨유의 아쉬운 점은 2-0 스코어에 너무 방심하면서 순식간에 2실점을 허용했다는 점입니다. 실점 과정 또한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후반 19분 에반스가 맨유 골문 왼쪽 부근에서 토레스에게 깊은 태클을 가해서 넘어뜨린 것이 제라드의 페널티킥 골로 이어졌고, 6분 뒤에는 오셰이가 맨유 박스 정면에서 토레스에게 또 다시 파울을 범하면서 제라드에게 프리킥 동점골을 내줬습니다. 맨유가 2-0 승리를 지킬려면 수비진이 평소보다 경기에 몰입하여 상대 공세를 막아야했는데, 집중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위험한 지역에서 무리한 파울을 범하고 두 번씩이나 실점의 빌미를 허용했습니다. 풀럼-에버턴 원정에서 뒷심 부족 끝에 경기 종료 직전 실점으로 무승부에 그쳤던 악몽이 되풀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맨유가 2-2 동점을 허용했던 후반 25분에는 경기를 다시 리드할 수 있는 20분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2-2가 되면서 마음을 다잡고 평소의 플레이를 이어갔죠. 베르바토프가 경기 종료 후 맨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순식간에 2-2가 되었지만, 우리는 좋은 정신력과 강인함을 보여줬고 경기 종료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던 것 처럼, 원래의 페이스를 되찾으며 상대 수비를 공략한 끝에 3-2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미드필더진의 볼의 소유 시간을 늘리면서 경기의 흐름을 회복했고, 나니가 상대 수비 뒷 공간을 적극 파고들면서 오른쪽 측면에서 공격의 돌파구를 마련했습니다. 그 결실은 후반 39분 오셰이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가 베르바토프의 결승 헤딩골로 이어졌습니다. 리버풀보다 승리욕이 더 강했던 것입니다.

4. 찬스에 강했던 제라드, 역시 에이스 다웠다

리버풀은 비록 2-3으로 패했지만, 제라드가 없었다면 2-2로 따라붙는 장면은 연출되지 못했습니다. 베르바토프에게 후반 14분 두번째 골을 허용했을 때 맨유의 완승 분위기가 고조되었지만, 제라드가 페널티킥-프리킥을 통해 상대 골망을 흔들며 두 팀의 경기를 뜨겁게 달군 결정타 역할을 했습니다. 만약 제라드가 두 번의 골 기회를 단 한 개라도 날렸다면 맨유와 리버풀의 라이벌전은 팽팽한 접전이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페널티킥과 프리킥으로 골을 넣으며 동점을 이끈 것 자체만으로도 선수 본인이 찬스에 강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반드시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베짱이 충만했고 절대 실수하지 않겠다는 침착함까지 동반되었기 때문에 리버풀이 값진 2골을 기록했습니다.

제라드의 맹활약은 2골에 그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4-2-3-1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지만 맨유전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아 리버풀의 단점이었던 중원 불안을 극복하는 모습이 뚜렷했습니다. 폴센과 함께 더블 볼란치를 맡아 여러 형태의 패스를 자유자재로 연결하며 경기 내내 공격 분위기를 주도했죠. 62개의 패스 중에 58개를 정확하게 연결하며 공격의 효율성을 키웠고 스콜스-플래쳐 뒷 공간을 공략하는 패스가 성공적으로 이루어 졌습니다. 측면 미드필더들의 부진 때문에 공격력이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횡패스 위주의 공격 전개를 펼쳤던 루카스보다는 경기 조율이 더 깔끔했습니다. 역시 제라드는 리버풀의 에이스 다웠습니다.

5. 리버풀의 패인은 조직력, 맨유는 루니-긱스 부진이 옥의 티

리버풀이 제라드의 분전 속에서도 맨유에게 패했던 이유는 조직력에 있었습니다. 미드필더 5명 중에 3명(조 콜-메이렐레스-폴센)이 올 시즌 리버풀로 이적했던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기존 선수와의 호흡이 원만하지 못했던 구조적 결함이 있었습니다. 맨유전 이전에 치렀던 지난 4경기에서 미드필더진의 패스가 여러 차례 끊기면서 답답한 공격 전개를 펼칠 수 밖에 없었죠. 맨유전에서는 제라드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리면서 공격의 효율성을 키웠지만 조 콜-막시로 짜인 윙어들의 움직임이 능동적이지 못했습니다. 메이렐레스는 후반 중반 오른쪽 윙어로 전환하기 이전까지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빠른 볼 처리에 의한 연계 플레이로 상대 중원을 뒤흔드는 공격 패턴이 아쉬웠습니다.

반면 맨유는 3-2 승리 속에서도 루니-긱스의 부진이 찜찜했습니다. 루니는 경기 내내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으며, 박스 부근 및 안쪽에서 13개의 패스 미스를 범하는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스캔들 문제 때문에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낼 수 밖에 없었죠. 지난 시즌 자신의 공격력을 뒷받침했던 베르바토프가 3골을 넣었음을 미루어보면, 맨유의 에이스임을 재입증하기 위해 더욱 분발이 필요합니다. 긱스는 냉정히 말해 상대 수비를 뚫는 결정적인 볼 배급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베르바토프의 선제골 상황에서 코너킥이 날카로웠지만, 존슨에게 봉쇄당하면서 종적인 움직임이 살아나지 못했죠. 그래서 경기 종료 후 <스카이스포츠>로 부터 맨유 최저 평점인 5점에 그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