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절 한가위를 앞두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의 빅 매치가 펼쳐집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리버풀이 라이벌의 자존심을 놓고 90분 내내 격전을 펼칠 예정입니다.
맨유와 리버풀은 오는 19일 저녁 9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릴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경기에서 맞붙습니다. 두 팀은 오랫동안 지역 감정 등의 이유로 대립각을 세운 끝에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습니다. 이번 경기는 두 팀에게 라이벌의 자존심이 걸려있는데다, 시즌 초반 불안한 행보를 이겨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반드시 철천지 원수를 무너뜨려야 합니다. 아울러 박지성이 리버풀전에서 시즌 첫 골을 작렬하며 축구팬들에게 기쁜 소식을 안겨줄지 주목됩니다.
1. 맨유vs리버풀, 지는 팀은 충격이 클 것
우선, 두 팀의 시즌 초반 스타트는 좋지 못합니다. 맨유는 풀럼-에버턴 원정에서 뒷심 부쪽 끝에 비기면서 리그 선두 첼시의 독주를 허용했습니다. 최근에는 루니의 스캔들, 지난 15일 레인저스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1차전에서 답답한 공격력을 일관한 끝에 0-0으로 비겼습니다. 리버풀은 리그에서 1승2무1패를 기록했지만 4경기 모두 경기 내용이 안좋습니다. 특히 2008/09시즌의 중원을 빛냈던 알론소-마스체라노와 작별하고 그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서 기존의 탄탄했던 공수 밸런스가 무너졌습니다. 답답한 공격 전개 및 요바노비치-막시의 부진, 스크르텔-아게르 같은 센터백들이 무거운 몸 놀림을 일관한 것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맨유와 리버풀은 각각 리그 우승과 빅4 재진입을 벼르고 있기 때문에 시즌 초반의 불안한 행보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만약 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팀은 그 여세를 몰아 순위 향상에 주력할 것이 분명하며 패하는 팀은 충격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맨유는 리그 3위지만 슬로우 스타터에서 벗어나야 하며 리버풀은 리그 13위를 기록중이기 때문에 중위권에 이어 상위권까지 파고 들어야 합니다. 또한 맨유는 리버풀보다 이틀 먼저 유럽 클럽 대항전(레인저스전)을 치렀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유리하며, 리버풀은 지난 17일 부쿠레슈티와의 유로파리그 경기에서 4-1로 승리하면서 슬럼프 회복 조짐을 보였습니다. 어느 팀이 승리할지 쉽게 판가름하기 어려울 정도로 예측불허 입니다.
2. 박지성, 리버풀전에서 '강팀 킬러' 또 입증할까?
맨유와 리버풀의 맞대결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산소탱크' 박지성의 활약 여부 입니다. 박지성은 강팀에 강한 면모를 발휘하는 '강팀 킬러'로서 팀 내 입지를 다졌으며 지난 두 번의 리버풀전에서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3월 14일 호날두의 페널티킥 골을 유도하며 도움 1개, 지난 3월 21일에는 역전 헤딩골을 넣으며 맨유의 2-1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경기는 맨유의 홈 구장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터졌고 이번 경기 또한 같은 장소에서 열립니다. 발렌시아의 발목 골절 부상으로 지속적인 공격 포인트가 요구되는 현실 속에서 강팀 킬러임을 또 입증할지 주목됩니다.
또한 박지성은 리버풀전에서 수비력에 대한 적지 않은 공헌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만약 4-4-2 또는 4-2-3-1의 왼쪽 윙어로 출전하면 리버풀 오른쪽 풀백 존슨의 오버래핑을 차단하기 위해 분주하게 뛰어다닐 것입니다. 지난달 8일 첼시와의 커뮤니티 실드에서는 페레이라의 발을 꽁꽁 묶으며 공격 옵션들의 수비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안겼기 때문에 이번 리버풀전에서 존슨을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봉쇄할지 주목됩니다.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하면 루카스-메이렐레스(폴센)로 짜인 리버풀 더블 볼란치의 종방향 활동을 방해할 것입니다. 지난 3월 21일 루카스-마스체라노 조합의 공격 활로를 사전에 끊으며 리버풀 중앙 공격을 무너뜨렸던 역량이 이번 경기에서 다시 발휘될 지 팬들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3. 나니, 발렌시아 공백 메울 측면 공격의 믿을맨
맨유의 최대 고민은 발렌시아 부상 공백입니다. 최소 내년 2월까지는 발렌시아 없이 스쿼드를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선수 중에 누군가가 그의 존재감을 대체해야 합니다. 나니-박지성-오베르탕이 오른쪽 윙어로 기용될 수 있고, 오른쪽 풀백 경쟁에서 밀린 하파엘이 오른쪽 윙어로 전환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리버풀전은 맨유가 이겨야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검증 된 자원에게 자리를 맡겨야 합니다. 긱스-박지성이 왼쪽을 두고 주전 경쟁을 펼치거나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니가 발렌시아의 공백을 메울 오른쪽 윙어로 기용 될 가능성이 큽니다.
나니의 공격력이 믿음직스러운 이유는 발렌시아에 비해 공격 패턴이 단조롭지 않은데다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발렌시아는 날카로운 볼 배급을 강점으로 삼지만 드리블 패턴이 단조로우며 왼발 기술이 약하기 때문에 상대 왼쪽 풀백에게 봉쇄당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나니는 기복이 심한 아쉬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발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상대 수비수를 단숨에 따돌리는 개인기 및 과감함이 무르익었으며, 지난 1월 부터 팀 플레이에 눈을 뜨면서 주변 동료를 활용하는 적시적소의 볼 배급으로 결정적인 골 기회를 연출하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군더더기 없는 공격력을 펼치면서 기술적인 완성도를 높인 끝에 기복이 심한 약점에서 벗어날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4. 리버풀 MF 메이렐레스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맨유가 나니에게 공격의 초점을 모을 계획이라면, 리버풀은 나니와 똑같은 포르투갈 국적 미드필더 메이렐레스의 맹활약을 바랄 것입니다. 메이렐레스는 지난 6월 남아공 월드컵에서 별 다른 기복 없이 꾸준히 살림꾼 역할을 하며 두각을 떨쳤던 박스 투 박스 성향의 수비형 미드필더입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마스체라노의 대체자로 영입된 선수로서 리버풀의 약점인 중원 문제를 해결할 재목으로 꼽힙니다. 지난 13일 버밍엄 시티 전에서 후반 31분 교체 투입하여 부지런히 공간을 누비면서 동료 선수들의 연계 플레이를 유도하는 인상깊은 활약을 펼쳐 맨유전 선발 출전이 확실시 되고 있습니다.
메이렐레스는 루카스-폴센의 불안한 경기력을 덮을 수 있는 역량을 자랑습니다. 공수 양면에 걸쳐 여러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살림꾼으로서 상대 공격을 맹렬히 끊으면서, 공격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유연한 볼 배급을 펼칠 정도로 넓은 활동 범위를 자랑합니다. 종패스와 롱패스를 정확하게 연결할 수 있는 장점까지 겸비했기 때문에 루카스의 공격 전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폴센보다 더 믿음직한 선수임에 분명합니다. 그래서 리버풀 입장에서는 빅4 재진입을 위해 메이렐레스의 맹활약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메이렐레스가 맨유전 승리를 이끄는 일등공신 역할을 해낼 경우, 리버풀은 시즌 초반의 무거운 행보에서 벗어나 성적 향상에 자신감을 얻을 것이 분명합니다.
5. 매치업 대결 (1) '리버풀에 약한' 베르바토프vs'맨유 킬러' 토레스
맨유의 루니가 슬럼프 및 스캔들 여파를 이겨내지 못했음을 미루어보면, 이날 경기는 두 팀 공격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베르바토프와 토레스의 맞대결이 흥미를 끕니다. 두 선수 모두 소속팀에서 막중한 영향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이날 경기 활약에 따라 팀의 승패가 가려질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베르바토프는 올 시즌 커뮤니티 실드를 포함한 5경기 모두 공격 포인트(4골 1도움)를 기록하는 파죽지세를 앞세워 그동안의 위기론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했습니다. 반면 토레스는 리그 4경기에서 1골을 기록했지만 그 1골이 웨스트 브로미치전 결승골이었기 때문에 의미가 남다릅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베르바토프가 리버풀에 약하고 토레스가 맨유에 강하다는 점입니다. 베르바토프는 2006년 여름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후 리버풀을 상대로 3도움을 기록했을 뿐 단 1골도 넣지 못했습니다. 토트넘 시절부터 지난 시즌까지 강팀을 상대로 맥없이 무너지는 경향이 강했고(첼시전은 예외 였지만) 리버풀전에서도 그 여파가 두드러졌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초반부터 꾸준히 골을 기록했기 때문에 리버풀전에서 골망을 터뜨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반면 토레스는 올드 트래포드에서 '맨유 킬러'의 저력을 뽐낼 각오입니다. 2009년 3월 14일, 10월 25일, 지난 3월 21일 맨유전에서 1골씩 추가했으며 이번에 맨유전 4경기 연속 골을 잔뜩 벼르고 있습니다. 누구의 발에서 골이 터질지 기대됩니다.
6. 매치업 대결 (2) '내림세' 에브라vs'오름세' 콘체스키
왼쪽 풀백 대결 또한 흥미롭습니다. 부진에 빠진 에브라, 리버풀의 붙박이 주전 도약을 노리는 콘체스키가 맞대결을 펼치기 때문입니다. 두 선수는 내림세-오름세를 놓고 서로 상반된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번 경기 활약이 앞날의 팀 내 입지를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에브라는 프랑스 대표팀의 남아공 월드컵 본선 탈락 및 내분 문제로 바람잘 날 없는 나날을 보냈고, 그동안 맨유에서 많은 경기에 출전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쏟았던 과부하까지 겹쳐 시즌 초반부터 나쁜 컨디션을 일관하고 있습니다. 반면 콘체스키는 지난 5월 풀럼의 유로파리그 준우승 멤버로 활약했고 지난달 리버풀로 이적하면서 붙박이 주전 도약까지 자신하게 된 상황입니다.
특히 콘체스키가 풀럼에서 활약했던 마지막 경기는 다름 아닌 맨유전 이었습니다. 지난달 22일 맨유전에서 발렌시아를 적극 봉쇄하며 상대 오른쪽 공격의 숨통을 조였습니다. 리버풀 이적 이후
발렌시아가 부상으로 결장했다는 점이 변수지만, 새로운 팀의 확고한 주전으로 자리잡으려면 이번 맨유전 맹활약이 필요합니다. 리버풀의 왼쪽 풀백은 인수아의 임대, 아게르의 뇌진탕 후유증 및 부진, 아우렐리우의 부상으로 팀 전력의 불안 요소로 꼽히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웨스트 브로미치전에서 무난한 데뷔전을 치렀던 콘체스키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7. 매치업 대결 (3) 스콜스vs제라드, 라이벌전 판세 좌우 할 중원 대결
스콜스와 제라드는 '중원 사령관'을 놓고 자존심 대결을 펼칩니다. 스콜스는 4-2-3-1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제라드는 4-2-3-1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다는 점에 차이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콜스는 제라드의 공격 침투 길목을 사전에 차단하고, 제라드는 스콜스의 거친 태클을 뚫고 맨유 진영으로 전진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서로의 맞대결이 불가피 합니다. 맨유와 리버풀이 각각 스콜스와 제라드의 날카로운 패싱력과 경기 조율을 바탕으로 공격력을 키우고 있는 만큼, 두 선수 중에서 가장 경기력이 좋은 선수는 팀의 승리를 이끌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무엇보다 스콜스와 제라드의 폼은 지난 시즌보다 올 시즌 초반이 더 좋습니다. 두 선수는 각각 체력 저하 및 집중 견제 등의 이유로 90분 동안 지속적인 공격력을 펼치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 시즌에는 초반부터 느낌이 다릅니다. 스콜스는 36세 노장 미드필더 답지 않게 맨유 골 장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데다 부드러운 패싱력을 앞세워 팀 공격의 돌파구를 마련했습니다. 제라드는 올 시즌에도 집중 견제를 면치 못했지만 지난 시즌보다 몸이 가벼워지면서 공격 과정에서의 움직임이 경쾌합니다. 동료 미드필더들의 부진 속에서도 상대 중원 뒷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과 패싱력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맨유전에서 좋은 결실을 거둘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