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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리버풀전 골이 필요한 이유

 

'산소탱크'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민족의 명절 한가위를 앞두고 치러지는 라이벌 리버풀전에서 골을 터뜨릴지 주목됩니다. 리버풀을 상대로 2경기 연속 골을 넣으며 '강팀 킬러' 임을 입증하면서 안토니오 발렌시아의 발목 골절 부상 공백까지 메울지 기대됩니다.

박지성은 19일 저녁 9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리게 될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리버풀전 출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1일 리버풀과의 홈 경기에서 후반 15분 맨유의 2-1 역전승을 이끄는 결승 헤딩골을 넣었던 장면을 이번 경기에서 재현할지 관심이 모입니다. 리버풀을 비롯한 강팀에 강한 모습을 보였고 발렌시아가 전력에서 이탈했기 때문에, 박지성의 리버풀전 선발 출전이 유력합니다.

우선, 박지성은 지난 15일 레인저스전에서 강렬한 임펙트를 보여주지 못하고 후반 30분 교체되면서 <스카이 스포츠>로 부터 양팀 최저 평점인 4점을 받았습니다. 맨유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상대의 견고한 밀집 수비를 공략하지 못하면서 공격력이 평소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었죠. 물론 박지성은 오프 더 볼에서의 움직임에서 무난한 활약을 펼쳤지만 팀의 공격 과정에서 눈에 띄는 장면을 적극적으로 연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지 언론에게 '야박한' 평점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또한 평점 4점은 경기의 흐름을 결정지을 공격력이 그동안 좋지 않았던 것에 대한 '누적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버풀은 레인저스와 다른 팀 입니다. 레인저스가 맨유에게 실점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지키는 경기를 펼쳤다면 리버풀은 맨유를 이겨야 하는 입장이고 공격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리버풀은 올 시즌 리그 1승2무1패 및 13위를 기록하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반드시 맨유 원정에서 이겨야 하는 입장입니다. 이미 리그에서 치렀던 4경기 모두 경기력이 매끄럽지 못했고 답답한 공격력을 일관하는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에, 지난해 3월 14일 맨유 원정 4-1 대승을 재현하기 위해 필사의 각오로 나설 것이 분명합니다.

맨유 또한 리버풀전 승리가 필요합니다. 풀럼-에버턴 원정에서 뒷심 부족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슬로우 스타터의 악몽을 깨지 못한데다 '에이스' 웨인 루니의 스캔들 문제로 어수선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리버풀전 승리를 통해 팀 사기를 끌어올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두 팀 모두 승리가 절실하기 때문에 이 경기에서 패하는 팀은 후유증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 입장에서는 리버풀의 공격력을 적극 봉쇄하면서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종적인 공격 패턴이 강한 선수를 선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선수가 바로 박지성입니다.

박지성은 리버풀전에서 4-4-2의 왼쪽 윙어, 또는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설 전망입니다. 이미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리버풀전 선발 출전이 확정되었지만 루니의 출전 여부에 따라 박지성의 포지션 및 선발 출전 여부가 결정 될 전망입니다.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이 형성되면 왼쪽에서 라이언 긱스와 함께 선발 출전 경쟁을 펼쳐야 합니다. 레인저스전에서 75분 뛰었던 박지성보다는 결장했던 긱스가 체력적으로 유리합니다. 하지만 루니가 선발에서 제외되면 2선 미드필더는 긱스-박지성-나니로 구축 될 전망입니다. 베르바토프-긱스 조합이 그동안 공격의 실마리를 푸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에서 박지성의 공격형 미드필더 출전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그런 박지성은 지난 3월 21일 리버풀전에서 역전 헤딩골을 넣으면서 루카스-마스체라노로 짜인 상대 더블 볼란치의 전진적인 움직임을 막아내는 전방 압박을 앞세워 맨유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루카스-마스체라노의 패스 길목을 사전에 차단하면서 토레스-제라드의 전방 고립을 유도했고 리버풀의 공수 밸런스가 끊어지는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더욱이 리버풀 중원은 마스체라노가 빠지고 '슬럼프를 이겨내지 못한' 폴센이 가세하면서 지난 시즌보다 더 약해졌습니다. 폴센과 달리 메이렐레스가 리버풀 주전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이번 경기의 변수겠지만, 맨유가 리버풀 중원의 허점을 노릴려면 박지성의 존재감이 필요합니다.

베르바토프와의 공존 또한 기대됩니다. 박지성은 지난 4월 3일 첼시전에서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원톱으로 출전한 베르바토프와 호흡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베르바토프가 원톱임에도 조율 위주의 경기를 펼친데다 매끄럽지 못한 위치선정 때문에 스스로 고립을 부추기며 첼시전 패배를 책임졌고 박지성은 엄청난 활동량을 요구 받아야만 했습니다. 그런 베르바토프는 올 시즌 타겟맨으로 전환하면서 박스 안에서의 위치선정을 향상시킨 끝에 최근 5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4골 1도움)를 기록하게 됐습니다. 종적인 움직임과 종패스에 강한 이점을 지닌 박지성이라면 '달라진' 베르바토프와의 성공적인 공존이 기대됩니다. 또한 맨유가 승리하려면 두 선수의 조합이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야 합니다.

가장 기대되는 것은 박지성의 리버풀전 골 여부 입니다. 그동안 맨유에서 오프 더 볼 움직임 및 공간 창출을 기반으로 이타적인 활약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골을 요구하는 것을 무리로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항상 박지성의 골을 원했고, 골이 필요한 시점이면 박지성을 벤치로 불러들이거나 결장시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근 발렌시아가 부상으로 빠졌기 때문에 박지성에게 골이 필요한 것은 당연합니다. 이타적인 공격 패턴을 유지하면서 경기 상황에 따라 골을 넣으려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박지성은 지난 시즌에 기록했던 4골 중에 3골을 강팀을 상대로 넣었습니다. 아스날, AC밀란, 리버풀 같은 강팀의 골망을 흔들었죠. 아스날전에서 팀의 역습 과정에서 스스로 드리블 돌파를 통해 상대 진영을 두드리며 골을 넣었다면, AC밀란과 리버풀전에서는 박스 안에서의 절묘한 위치선정 효과를 봤습니다. 그 이전에도 강팀과의 경기에서 골을 터뜨렸고 경기 내용에서도 강인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레인저스 같은 약팀과의 경기에서 골을 통한 임펙트가 부족했던 아쉬움을 남겼지만 강팀에 강한 내공 만큼은 맨유의 리버풀전 승리에 반드시 필요한 옵션입니다. 박지성은 그 역량을 이번 리버풀전에서 충분히 살리며 맨유 공격을 이끌어야 합니다.

박지성이 이번 리버풀전에서 골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올 시즌 맹활약을 위한 자신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8월과 9월에 걸쳐 두 번씩이나 대표팀 차출을 위해 국내에 귀국하면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리버풀전은 컨디션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는 시점이기 때문에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리버풀전에서 골을 넣는 맹활약을 통해 앞으로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경기가 중요합니다. 과연 박지성이 리버풀의 골망을 흔들며 맨유 승리의 결정타 역할을 해낼지 축구팬들의 시선이 올드 트래포드로 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