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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명단 발표' 홍명보호, 목표는 AG 금메달

 

홍명보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이 17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오는 11월에 열리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20명의 최종 엔트리를 공개했습니다. 축구팬들의 화제를 모았던 와일드카드(23세 이상 선수)는 박주영(AS 모나코) 김정우(광주)가 발탁 되었으며, 지난해 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8강 진출을 이끌었던 김보경(오이타) 김민우(사간 토스) 등이 2012년 런던 올림픽 대비를 위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엔트리에 이름을 내밀었습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엔트리는 총 20명으로 구성 되었으며 홍명보 감독이 선호하는 4-3-3 포메이션을 구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골키퍼는 김승규(울산) 이범영(부산), 센터백은 김영권(FC 도쿄) 홍정호(제주) 김주영(경남) 장석원(성남), 풀백에 윤석영(전남) 홍철(성남) 신광훈(포항) 오재석(수원), 미드필더에 김정우(광주) 기성용(셀틱) 구자철(제주) 김보경(오이타), 윙 포워드에는 김민우(사간 토스) 지동원(전남) 조영철(니가타) 서정진(전북), 그리고 중앙 공격수로서 박주영(AS 모나코) 박희성(고려대)가 합류했습니다.

이번 대회의 목표는 금메달 획득입니다. 언뜻보면 아시아 축구 대회이기 때문에 금메달 달성을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이후 24년 동안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습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4강 이란전에서는 승부차기 끝에 패했고 4년 뒤 도하 아시안게임 4강 이라크전에서는 0-1로 패하면서 두 대회 연속 결승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2002년에는 박지성-이천수-최태욱 같은 한일 월드컵 4강 전사를 앞세우고도 탈락했고 2006년에도 베스트 멤버였으나 이라크의 기습 한 방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홍명보호가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려면 매 경기 매 순간마다 방심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병역 혜택 입니다. 이미 월드컵 병역 혜택이 폐지되었기 때문에 올림픽-아시안게임에서 군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올림픽은 세계적인 강호들과 대결하는데다 한국이 4강에 진출한 경험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에 병역 혜택을 받는 과정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은 철저한 아시아 무대이고 한국이 금메달을 달성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만약 홍명보호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20명이 금메달을 따내지 못하면 군 문제를 해결해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번 대회가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군인 신분인 김정우는 금메달 달성시 전역합니다. 복무 중에 병역 혜택 받으면 전역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었죠.)

특히 한국 선수들은 유럽 진출 및 롱런하는데 있어 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박주영이 유럽 축구 시즌 중에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 된 원인은 병역 때문입니다. 군 문제 해결에 실패하면 만 27세가 되는 2012년까지 유럽에서의 커리어를 정리하고 상무에 입대해야 하기 때문에 병역 혜택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만약 박주영이 한국의 금메달을 이끌면 내년 이적 시장에서 리버풀-첼시 같은 빅 클럽 또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클럽에 입단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K리거와 J리거들은 병역 문제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유럽에 진출하는 과정이 쉬워질 것입니다. 이것은 곧 한국 축구의 인지도를 높이는 긍정적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며 박지성과 이영표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홍명보호의 선배 세대라고 할 수 있는 김동진과 김두현은 안타까운 케이스입니다. 두 선수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으나(김동진은 2006년에도 출전) 한국의 금메달 달성 실패로 고개를 떨구었고, 아테네 올림픽과 독일 월드컵에서도 병역 혜택에 실패했습니다.(월드컵 병역 혜택은 독일 월드컵까지 적용) 그 이후 각각 러시아-잉글랜드에 진출했지만 부상 등 복합적인 원인 때문에 다시 K리그에 복귀했습니다. 하지만 상무 입대 최대 연령인 만 27세를 넘기면서 어쩔 수 없이 현역 또는 경찰청에 입대해야 합니다. 홍명보호 일원들이 두 선수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꼭 획득해야 합니다.

특히 홍명보호의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예감케 하는 이유는 와일드카드를 잘 뽑았습니다. 한국은 최근 두 번의 아시안게임 및 올림픽에서 와일드카드의 미미한 효과 때문에 전력 강화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광저우 대표팀에 포함된 박주영과 김정우는 홍명보호의 취약 포지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다양한 국제 경기 경험을 자랑합니다. 박주영은 전반적인 공격 능력에서 박희성을 압도하며 팀 공격의 무게감을 더할 수 있습니다. 김정우는 문기한의 장기 부상 및 기성용의 실전 감각 저하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고 살림꾼으로서 착실한 활약을 펼치는 선수 입니다. 무엇보다 기성용과 2년 넘게 국가 대표팀 중원에서 찰떡궁합 호흡을 과시했기 때문에 홍명보호에 꼭 필요한 자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K리그에서 두각을 떨친 김주영-신광훈의 합류는 곧 수비 강화를 의미합니다. 한국 축구는 그동안 국제 무대에서 고질적인 수비 불안에 시달렸고 특히 발이 빠른 수비수들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김주영은 조광래 감독이 공개적으로 칭찬했던 것 처럼 순발력을 강점으로 삼고 있으며 조율-마킹-위치선정이 K리그에서 검증됐습니다. 김영권-홍정호와의 주전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홍명보호 센터백의 퀄리티가 향상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신광훈은 오른쪽 풀백이었던 오재석의 실전 감각 부족을 대체할 수 있으며 특히 공격력에서는 2007년 U-20 월드컵 세대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습니다. K리그에서 산전수전했던 경험이 홍명보호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4-3-3 공격의 실마리 역할을 하는 윙 포워드는 주전 경쟁이 치열합니다. 남아공 월드컵 16강 멤버였던 이승렬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제외 될 정도로 말입니다. 지난해 한국의 U-20 월드컵 8강 진출을 이끈 김민우-서정진을 비롯해서 올 시즌 K리그의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는 지동원, 일본 J리그에서 두드러진 맹활약을 펼친 조영철이 윙 포워드 두 자리를 놓고 뜨거운 경쟁을 펼치게됐습니다. 특히 지동원은 원 포지션이 중앙 공격수지만 올 시즌 전남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와 왼쪽 윙어를 오갔고 2선 및 측면 플레이에 익숙하기 때문에 김민우의 경쟁자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홍명보호에 합류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조용형-정성룡-윤빛가람-석현준-유병수는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습니다. 조용형은 카타르에 진출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팀 내 입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고, 정성룡은 소속팀 성남이 아시안게임 출전을 반대했습니다. 윤빛가람은 기존에 홍명보호에서 두각을 떨쳤던 구자철-김보경과의 경쟁에서 밀렸고, 석현준-유병수는 박주영이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에 합류하면서 최종 엔트리 제외가 불가피 했습니다. 박희성은 홍명보 감독이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안고 가야 할 옵션이기 때문에 유병수가 탈락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과연, 홍명보호가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며 24년 만에 대회 우승에 성공하고 병역 혜택까지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