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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EPL, 챔피언스리그 명예회복 성공할까?

 

유럽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별들의 전쟁'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이 8개월의 대장정에 돌입합니다. 오는 15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32강 본선 1차전을 시작으로 내년 5월 29일 잉글랜드 런던 웸블리에서의 결승전에 이르기까지, 챔피언을 꿈꾸는 32개 클럽들의 뜨거운 축구 전쟁이 전 세계를 열광시킬 것입니다. 지난 시즌 우승팀 인터 밀란의 2연패 여부를 비롯해서 앙숙 관계인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치열한 우승 경쟁, 박지성-석현준 같은 한국인 선수들의 활약 여부가 주목되는 대회입니다.

무엇보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클럽들의 챔피언스리그 행보에 눈길이 모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프리미어리그는 최근 몇 시즌 동안 거대 자본의 유입으로 대형 선수 및 지도자들을 끌어들여,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두드러진 성적에 힘입어 유럽 최고의 리그로 거듭났습니다. 특히 2006/07시즌부터 2008/09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4강에 프리미어리그 3개 클럽이 안착했고, 2007/08시즌 결승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첼시가 나란히 결승에 진출할 정도로 유럽 무대에서 프리미어리그가 강세 였습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는 지난 시즌 4강에 단 한 팀도 배출하지 못했습니다. '챔스 DNA'로 불렸던 리버풀이 32강 본선에서 탈락했고, 첼시는 16강에서 인터 밀란에게 주저앉아 '스페셜 원' 조세 무리뉴 감독의 위용을 넘지 못했고, 맨유와 아스날은 8강에서 각각 바이에른 뮌헨-FC 바르셀로나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프리미어리그 독주가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대형 선수 영입에 활기를 띄며 전력 보강을 했지만 끝내 구단 재정난을 못이겼고 그 여파가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중되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또한 주력 선수의 부상을 안고 챔피언스리그를 치를 정도로 운까지 따르지 못했습니다.

지난 시즌 유럽 No.1의 자존심을 구긴 프리미어리그가 올 시즌 명예회복에 성공할지는 의문입니다.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대형 선수 영입이 소극적이었거나 많은 이적료를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팀 전력에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들을 몇몇 영입하면서 스쿼드를 확충했지만 '대형 선수 영입에 활발했던' 맨시티에 비해 존재감이 가려지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특히 맨유 같은 경우에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대형 선수 영입은 없다"고 선언한 것은, 프리미어리그 빅4 클럽이 더 이상 이적시장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상징합니다. 또한 프리미어리그 이적 시장의 '큰 손' 또한 첼시에서 맨시티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맨시티는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는 클럽이 아닙니다.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선전하려면 스페인-이탈리아-독일 빅 클럽들을 반드시 넘어서야 합니다.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시즌 인터 밀란의 유로피언 트레블을 이끈 '스페셜 원' 조세 무리뉴 감독을 영입하면서 통산 10번째 유럽 제패를 꿈꾸고 있으며, FC 바르셀로나는 2008/09시즌 유로피언 트레블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각오입니다. 이탈리아의 인터 밀란은 챔피언스리그 2연패에 도전하며, AC밀란은 즐라탄-호비뉴 영입 및 알레그리 감독을 영입하면서 '챔스 DNA'의 명성을 되찾을지 주목됩니다. 지난 시즌 준우승팀인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 또한 우승 후보 중에 한 팀인 것은 분명합니다.

물론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은 16강 토너먼트에 무난하게 진출할 것입니다. 맨유-첼시-아스날의 조편성은 대체적으로 무난한 편이며 전력 내림세 징후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지난 시즌의 리버풀처럼 32강 본선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NEW 빅4' 토트넘은 인터 밀란과 함께 A조에 배정받은 것이 흠이지만 베르더 브레멘-트벤테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토트넘이 인터 밀란의 새로운 사령탑인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전 리버풀 감독)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데다 브레멘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메수트 외질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토트넘은 적어도 A조 2위를 확보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토너먼트 입니다.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은 시즌 중반 휴식기가 없는 대신에 박싱데이를 치르고, 칼링컵-FA컵 같은 두 개의 토너먼트 대회를 병행하며 챔피언스리그 토터먼트를 치르기 때문에 체력적인 소모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첼시가 지난 시즌 16강에서 인터 밀란에게 주저앉았던 결정적 배경은 스쿼드의 노령화에서 비롯된 체력 저하 였습니다. 맨유는 지난 시즌 8강에서 루니의 발목 부상이 결정타가 되어 바이에른 뮌헨에 의해 탈락했지만, 그동안 루니를 거의 매 경기에 선발 출전시켜 무리하게 기용한 것이 선수의 부상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아스날 또한 빠듯한 경기 일정을 치르기에는 선수층이 엷으며 주축 선수들의 부상 빈도가 잦습니다.

그래서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은 로테이션 빈도를 늘리며 스쿼드의 유연함을 키워야 합니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스쿼드가 두꺼워지면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첼시는 스터리지-카쿠타 같은 그동안 꾸준히 선보이지 않았던 영건들의 활용 빈도를 늘리기 위한 움직임에 들어갔고, 아스날은 윌셔를 주전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한데다 이적생 샤막-코시엘니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모양새입니다. 토트넘은 갈라스-판 더르 파르트 영입 및 도스 산토스의 임대 복귀로 스쿼드의 무게감이 커졌으며, 맨유는 아직까지 젊은 영건들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지만 '포텐 폭발' 할 수 있는 자질이 충분합니다.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의 우승 여부 또한 주목됩니다. 첼시-맨유-아스날-토트넘 중에서 가장 유력한 팀은 첼시입니다. 아직까지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험이 없지만 오히려 그 약점이 유럽 제패를 자극하는 응집력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주력 선수들은 여전히 전성기를 보내고 있으며 이바노비치-알렉스-미켈-말루다 같은 백업 멤버의 무게감이 강했던 선수들이 주전으로 올라오면서 뚜렷하게 성장했습니다. 램퍼드-미켈-에시엔으로 짜인 미드필더진의 결속력을 비롯해서 그동안 꾸준히 단련된 조직력은 다른 강팀들에게 뒤지지 않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지난 시즌 16강에서 체력 저하의 약점을 이겨내지 못했지만 올 시즌에는 영건들의 출전 빈도가 늘어날 예정이기 때문에 노령화를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맨유와 아스날은 각각 수비력 약화, 경험 부족-골키퍼 실력 부족의 약점을 메우면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는 강한 수비력 및 선수들의 노련한 경기 운영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맨유는 '퍼디난드 백업' 에반스가 부진하며, 퍼디난드 또한 잦은 부상으로 폼이 떨어졌습니다. 최근에는 에브라도 이전 시즌과 달리 집중력 및 위치선정 불안으로 흔들리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불안 요소죠. 아스날은 젊은 선수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경험이 취약할 수 밖에 없으며 알무니아-파비안스키 같은 골키퍼들의 실력이 뒤떨어집니다. 아무리 필드 플레이어들이 잘싸워도 골키퍼가 뒷받침하지 않으면 좋은 결실을 거두기 힘들며, 특히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치명타가 될 수 있습니다.

토트넘은 챔피언스리그 우승 보다는 '돌풍'쪽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근래에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기 때문에 유럽 무대에서 얼마만큼 영향력을 발휘할지 의문입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치열한 격전을 통해 쌓아왔던 내공을 놓고 보면 유럽 무대에서 허무하게 좌절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챔피언스리그 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던 과정이 헛되이되지 않으려면 올 시즌 토트넘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성적을 거두어야 합니다. 과연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이 챔피언스리그에서 명예회복에 성공하여 다시 한 번 독주를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