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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의 에버턴전 무승부, 스스로 자멸한 결과

 

에버턴 입장에서는 후반 인저리타임 시간에 2골을 몰아치며 3-3 무승부를 거둔 순간을 짜릿하게 여길 것입니다. 그것도 상대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였기 때문에 1-3의 스코어를 인저리타임에서만 3-3으로 되돌리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에버턴의 저력은 놀라웠지만, 맨유 입장에서는 씁쓸한 경기였습니다. 에버턴의 추격 의지에 너무 쉽게 끌려다녔던 맨유 선수들의 집중력 부족이 아쉬웠던 순간 이었습니다.

맨유는 11일 저녁 8시 45분(이하 한국시간)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에버턴 원정에서 3-3으로 비겼습니다. 전반 38분 스티븐 피에나르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전반 43분 대런 플래처, 후반 2분 네마냐 비디치, 후반 20분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골을 넣으며 3-1로 리드하면서 승리가 거의 확정되는 듯 싶었습니다. 하지만 3-1 스코어를 의식하면서 방심하더니 결국 후반 45분 팀 케이힐, 후반 47분 미켈 아르테타에게 골을 내주면서 3-3으로 경기를 마쳤습니다.

이로써 맨유는 지난달 23일 풀럼전에 이어 에버턴전에서도 후반 막판 동점골 실점 때문에 다잡았던 승리를 놓쳤습니다. 시즌 2승2무로 리그 3위를 기록했지만 우승 후보 첼시(4승), 아스날(3승1무)와의 순위 경쟁에서 밀리면서 올 시즌에도 슬로우 스타터로 고전하고 말았습니다. 한편 박지성은 후반 38분 파트리스 에브라를 대신하여 교체 투입하면서 3개의 절묘한 패스를 연결한 것을 비롯 중앙 미드필더로서 공간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경기 종료 후 <스카이스포츠>로 부터 평점 7점을 부여 받았습니다.

맨유의 에버턴전 3-3 무승부, 문제는 무엇인가?

우선, 맨유는 루니-발렌시아-에르난데스가 선수 보호 차원에서 결장하면서 포메이션 및 선수 배치가 불가피 했습니다. 루니-발렌시아-에르난데스는 스캔들 및 대표팀 경기 출전에 따른 체력 안배, 오는 15일 레인져스와의 챔피언스리그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에버턴전 명단에서 제외 됐습니다. 그래서 긱스-베르바토프-나니를 스리톱, 스콜스-오셰이-플래처를 중앙 미드필더, 에브라-에반스-비디치-네빌을 포백으로 놓는 4-3-3으로 변화했습니다. 루니-발렌시아-에르난데스 같은 세 명의 공격 옵션이 없기 때문에 공격력 새판짜기가 불가피 했습니다.

그런데 맨유는 경기 초반부터 '공격력이 아닌' 수비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긱스-스콜스 같은 30대 중후반 노장들이 에버턴 선수들의 파워와 스피드에 취약한 한계를 이겨내지 못하면서 뒷 공간 돌파를 허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스콜스-플래처는 오셰이보다 앞선으로 올라와서 공격을 전개하다보니 에버턴이 빠른 역습에 의해 스콜스-오셰이, 플래처-오셰이 사이의 빈 공간을 적극적으로 파고들고 아르테타가 볼 터치에 관여하면서 맨유가 중원을 장악 당했습니다. 긱스-나니의 전방 압박이 힘이 실리지 못하면서 에버턴에게 여러차례 빌드업을 허용했던 순간 또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맨유는 전반 27분 슈팅 1-9(유효 슈팅 0-0, 개) 점유율 38-62(%)로 일방적으로 밀리는 경기 운영을 나타냈습니다. 수비에서 힘이 실리지 못하면서 공격도 답답하고 무거울 수 밖에 없었죠. 긱스가 패스 위주의 공격 패턴을 나타냈지만 반대편 측면에 있던 나니가 바인스에게 봉쇄당했고 스콜스-플래처가 에버턴의 압박에 밀려 공격진과 간격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는 베르바토프의 고립 및 공격 밸런스 약화로 이어졌죠. 전반 38분 실점 이후 스콜스-플래처 라인을 윗쪽으로 끌어 올리면서 5분 뒤 플래처가 동점골을 넣었지만, 역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스콜스-오셰이-플래처의 호흡이 부자연스러웠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에브라 문제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반 38분 피에나르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상황에서는 에브라가 공을 잘못 걷어내는 미스까지 범했습니다. 이날 에브라는 컨디션이 좋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시즌보다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고, 수비 가담 속도가 늦었습니다. 미드필더 지역까지 올라가면서 위치를 잡다보니 팀이 수비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무거운 몸 놀림 때문에 상대 공격에게 뒷 공간을 공략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후반 38분까지 패스 시도가 18개에 그쳤다는 점은(14개 성공) 공격력마저도 적극적이지 못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맨유가 평소처럼 4-4-2를 썼다면 박지성을 선발 출전시켰을지 모를 일이지만, 박지성 또한 대표팀 차출에 따른 피로 여파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선발로 돌리기에는 무리였습니다. 캐릭은 부상으로 3~4주 동안 출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셰이를 중원으로 끌어올려야만 했죠. 어쩔 수 없이 4-3-3을 구사할 수 밖에 없었지만 호흡 및 밸런스에서 문제점을 나타내면서 에버턴의 저돌적인 경기 운영에 끌려다니고 말았습니다. 더욱이 에버턴은 맨유전 이전까지 시즌 3경기 1무2패로 리그 18위 부진에 빠졌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 승리하려는 의욕이 충만했고 특히 홈에 강한 기질이 다분합니다. 그런 팀을 상대로 4-3-3을 구사하기에는 다소 모험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맨유가 0-1로 뒤진 상황에서 3골을 넣은 것은 긍정적입니다. 루니-발렌시아-에르난데스 없이 3골을 기록한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는 일입니다. 플래처-비디치-베르바토프의 골 과정은 상대 수비가 한 순간에 집중력이 떨어진 약점을 노렸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인스에게 막혔던 나니가 전반 43분 플래처에게 핀 포인트 크로스를 연결했던 장면, 후반 20분 베르바토프의 세 번째 골 상황에서 스콜스가 맨유 진영에서 에버턴 진영쪽으로 한번에 롱패스를 연결하며 에버턴 수비진의 허를 찌른 패스가 절묘하게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맨유의 가장 큰 패착은 방심 이었습니다. 선수들이 3-1 리드에 너무 만족하다보니 앞선에서 부터 압박을 펼치거나 과감한 공격을 펼치는 횟수가 부쩍 적어졌습니다. 오히려 에버턴 선수들이 맨유 진영에서 골을 넣기 위해 사력을 다하며 움직이는 장면들이 눈에 띄었죠. 조커를 통한 전력 보강이 필요했지만 후반 38분 박지성을 교체 투입한 것 이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후반 중반에 조커를 투입하여 3-1 리드를 유지하고 경기력 향상을 자극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퍼거슨 감독도 무승부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결국, 맨유는 경기 종료 5분을 남기고 미드필더진이 압박을 포기하고 박스쪽에 많은 인원들을 몰리게 하는 잠그기 전술에 돌입 했습니다. 중앙 미드필더로 뛰었던 박지성이 왼쪽 풀백, 센터백 위치에 있는 경우가 있었죠. 문제는 미드필더진이 후반으로 내려오다보니 에버턴 선수들이 맨유 진영쪽으로 전진하면서 볼의 소유권을 일방적으로 장악하면서 맨유가 상대의 2선 공격에 흔들리고 말았습니다.

후반 45분 케이힐의 추가골 상황에서는 에버턴의 왼쪽 크로스를 사전에 봉쇄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1분 뒤 아르테타의 동점골은 스콜스의 몸을 맞고 굴절되었지만, 스콜스를 탓하기 보다는 아르테타를 비롯한 상대 공격 옵션을 놓쳤던 맨유 수비수들이 더 문제 였습니다. 후반 인저리타임에만 2골을 내주고 3-3 동점으로 경기를 마치면서 강팀의 자존심을 단단히 구기고 말았죠. 지난 풀럼 원정에 이어 뒷심 부족으로 무너지는 순간 이었습니다. 맨유가 리그 선두 첼시를 따라잡으려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까지 최상의 집중력을 유지하며 경기력을 꾸준히 끌어올리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에버턴전 무승부는 스스로 자멸한 결과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