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라드' 기성용(21, 셀틱)이 지난 1월 스코틀랜드 리그 명문 셀틱으로 이적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기성용의 셀틱 이적을 아쉬워 했습니다. 기성용이 유럽에서 중간 레벨인 스코틀랜드 무대에서 뛰기에는 유럽 정상급 선수로 성장하는데 환경적인 한계가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스코틀랜드 리그는 셀틱-레인저스를 제외한 팀들의 경기력이 K리그와 비슷하거나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 이었습니다. 2010/1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이 선정한 유럽리그 순위에서 15위를 기록했으며 그리스-우크라이나-루마니아-터키-벨기에보다 수준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여론에서는 스코틀랜드 리그의 부족한 레벨을 이유로 들며 기성용의 셀틱 성공 가능성을 예상했습니다. 일부 축구팬들은 기성용의 셀틱 이적이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향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죠. 무엇보다 '기성용 절친' 이청용이 지난해 여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의 에이스로 자리를 잡았던 기대 심리 때문에 기성용의 장밋빛 미래를 머릿속에 그리기가 쉬웠습니다. 또한 셀틱의 기성용 영입은 철저한 마케팅 수단이 아닌 4년 계약을 통한 즉시 전력감 수혈이자 토니 모브레이 전 감독이 그를 원했기 때문에, 기성용의 셀틱 성공은 시간 문제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쉬움이 남는' 기성용의 셀틱 이적, 대표팀 입지마저 흔들렸다

하지만 효리사랑은 그 당시 블로그 포스팅을 통해 기성용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기성용과 이청용은 엄연히 다른 포지션을 맡는데다 그 특성이 기성용에게 불리하게 가중 될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기성용은 중앙 미드필더지만 이청용은 오른쪽 윙어입니다. 중앙 미드필더는 상대와의 치열한 허리 싸움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몸싸움 및 압박이 불가피하며 공수 양면에 걸쳐 많은 장점들을 보유해야 합니다. 측면을 맡는 윙어는 중앙에 비해 상대 압박에서 자유로운 특성을 살리며 전방으로 치고 돌파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성용이 이청용처럼 성공하기에는 축구의 구조적 측면에서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공격적인 컨셉이 두드러졌기 때문에 수비력에서 특별한 강점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공교롭게도 근래 유럽에 진출했던 한국 선수들의 사례를 놓고 보면 기성용의 셀틱 이적은 뚜렷한 성공을 기대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었습니다. 한국은 박지성-이영표-차두리-설기현-이청용 같은 측면 옵션들이 유럽에서 롱런하거나 뚜렷한 성공을 거두었지만, 김남일(네덜란드 엑셀시오르 시절을 말함)-이호-김두현-조원희 같은 중앙 미드필더들은 유럽에서의 실패를 경험하고 K리그에 복귀했습니다. 물론 김남일은 네덜란드에서 패싱력을 업그레이드했지만 소속팀에서 반시즌만 소화한데다 주전 경쟁에서 밀렸습니다. 기성용이 셀틱에서 성공하면 큰 의의가 있었겠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결국, 기성용은 셀틱의 주전 경쟁에서 밀려 벤치 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셀틱에 이적한지 얼마되지 않아 모브레이 전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됐고 그 이후 지휘봉을 잡은 닐 레넌 감독에 의해 수비력을 지적 받은 끝에 벤치에서 경기를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난 6월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소속팀에서 8경기 연속 결장하며 실전 감각이 무뎌졌고 그 여파는 대표팀의 평가전에서 고스란히 반영 됐습니다. 다행히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간신히 폼을 회복했지만 소속팀에서 많은 경기를 뛰었다면 평가전에서 자신의 역량을 최대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을지 모릅니다. 문제는 월드컵 이후에도 여전히 벤치신세이며 이미 주전 경쟁에서 밀렸습니다.

그런 기성용은 지난 3일 대표팀 기자회견에서 "내년 1월 팀을 옮기고 싶다. 감독이 내가 가진 장점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 것 같다"며 레넌 감독을 향해 직격탄을 날리며 셀틱을 떠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습니다. 하루 뒤에는 "당분간 이적할 생각 없다. 열심히 뛰겠다"고 번복했지만, 셀틱에서 행복하지 않은 것은 분명했습니다. 자신은 공격력에서 강점을 발휘하는 성향이기 때문에 공격에 적합한 역할을 원했지만 오히려 레넌 감독은 수비력을 주문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셀틱이 기성용의 특성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셀틱 경기를 보면 선발로 뛰는 중앙 미드필더들은 공수 양면에 걸쳐 고른 기량을 자랑하며 특별히 수비형/공격형의 구분이 없습니다.

기성용은 셀틱에서 성공할 수 있는 역량과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스코틀랜드 리그와 궁합이 맞지 못했습니다. 스코틀랜드 리그는 투박한 선수들이 즐비하고 '킥앤러시' 패턴의 공격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다부진 피지컬과 강력한 몸싸움을 지닌 선수가 성공하기 쉽습니다. 한마디로 수비력이 강한 선수들이 살아남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기성용은 FC서울과 허정무호에서 김한윤-김정우 같은 살림꾼들의 궂은 역할에 힘을 얻으며 공격력에 초점을 모았던 선수였습니다. 김한윤-김정우가 헌신했던 이유는 기성용의 공격력을 최대화시키기 위한 방안 이었습니다. 하지만 셀틱에서는 그런 선수가 없었고 기성용에게 수비력을 요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셀틱의 레벨을 탓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것이 당연한 현상입니다.

문제는 셀틱 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리그도 중앙에서 강한 압박, 투쟁심, 집요한 몸싸움을 펼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셀틱도 거칠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또한 마찬가지이며 '귀네슈 감독이 있는' 터키 슈퍼리그 또한 경기 스타일이 격렬하기로 유명합니다. 물론 기성용이 지난 여름 터키의 트라브존스포르로 이적하여 자신의 서울 시절 스승이었던 귀네슈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터키리그 진출은 트라브존스포르의 재정적 한계 때문에 영입이 어려웠습니다. 셀틱으로 이적하지 않았다면 이 같은 시나리오에 직면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결국 기성용의 셀틱 이적은 '최악의 선택'으로 귀결되었고 그 여파는 대표팀에서의 '입지 불안'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7일 이란전 0-1 패배 요인 중 하나는 기성용-윤빛가람 중앙 미드필더 체제의 실패작 이었으며 특히 기성용의 부진이 두드러졌습니다. 윤빛가람과의 호흡이 맞지 못했던 것을 비롯해서, 상대의 적극적인 압박에 스스로 대처하는 모습이 부족했고, 중원에서의 매끄럽지 못한 위치선정으로 패스 게임을 주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볼 키핑력 부족으로 상대에게 공을 빼앗기거나 또는 그럴 위기에 처했던 위태로운 상황에 몰리는 경우가 두드러졌고, 패스의 예리함이 전혀 묻어나오지 못했고, 드리블마저도 간결하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종합하면, 셀틱에서의 잦은 결장에 따른 실전 감각 저하가 기성용의 경기력에 지장을 일으켰습니다.

기성용은 허정무호에서 중원 사령관으로 군림하며 대표팀 중앙 공격에 없어서는 안 될 중심축 이었습니다. 물론 그때의 포스는 셀틱 이적 이전까지를 말합니다. 그런 특징을 놓고 보면 '아름다운 축구'를 컨셉으로 설정한 조광래호에서 성공할 자질이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셀틱에서의 결장이 잦아지거나 교체 출전에 그치면서 실전 감각이 떨어졌고 이제는 대표팀 주전마저 장담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제는 기성용이 대표팀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는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올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시나리오는 결코 어색하지 않습니다.

조광래 감독은 이란전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기성용과 윤빛가람은 전반전에 잘했다. 운동장 사정이 안좋다보니 두 선수가 어렵다는 하소연을 했다"며 경기에서 부진했던 두 선수에 대한 공개적인 신뢰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의 발언은 어린 두 선수에게 기를 살려주기 위한 의도였을 뿐, 많은 사람들은 기성용의 부진을 아쉬워했고 걱정했습니다. 이란 미드필더들이 원정의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의 중원을 장악한 것을 상기하면, 기성용의 부진은 결코 운동장 탓을 할 수 없으며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분명히 짊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문제입니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오는 11월 아시안게임과 내년 1월 아시안컵 입니다. 기성용이 두 대회 동시 차출이 허용될지는 미지수지만, 셀틱에서 입지 회복에 실패하면 두 대회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이 중앙 공격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기성용이 결장하거나 대회에 불참하면 대표팀 입장에서는 중앙 공격을 키울 수 있는 옵션이 부족한 약점을 안고 경기에 임해야 합니다. 기성용의 셀틱 이적은 선수 본인에게 이득을 주지 못했고 이제는 대표팀의 경기력까지 영향을 받게 됐습니다. 물론 유럽 축구의 중원은 압박이 심한 특징이 있지만, 기성용은 적어도 셀틱으로 이적하지 말아야 했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