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프리미어리그 특급 타겟맨으로 군림했던 엠마뉘엘 아데바요르(26, 맨체스터 시티. 이하 맨시티)의 내일이 불투명합니다. 카를로스 테베스와의 원톱 경쟁에서 밀린데다 레알 마드리드, 토트넘의 영입 관심을 받으면서 맨시티를 떠나는 듯 싶었지만 이적시장이 종료되면서 끝내 잔류했습니다. 문제는 소속팀에 남게 되면서 벤치를 뜨겁게 달굴 시간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팀 내 입지 문제를 놓고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아데바요르는 올 시즌 리그 3경기 중에 2경기 출전했지만 모두 교체 출전 이었으며 총 22분 밖에 뛰지 못했습니다. 지난달 14일 토트넘전에서 후반 38분, 29일 선덜랜드전에서는 후반 30분에 교체 투입했지만 팀의 승리를 결정짓는 활약을 펼치기에는 교체 타이밍이 늦었고 슈팅도 선덜랜드전 1개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유로파리그 플레이오프 두 경기(티미소아라와의 2연전)는 풀타임 출전했지만 골이 없었으며 지난달 23일 리버풀전은 결장했습니다. 현 시점에서 유로파리그의 비중이 떨어짐을 상기하면 테베스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 이유는 맨시티의 전술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즌의 맨시티는 아데바요르-테베스가 함께 공존할때는 어김없이 4-4-2를 구사했습니다. 191cm의 아데바요르가 타겟맨을 맡고 172cm의 테베스가 쉐도우를 소화하는 전형적인 '빅 앤 스몰' 형태가 유지되면서 균형잡힌 공격을 펼칠 수 있었죠. 그 뒷쪽에는 벨라미-배리-데 용-존슨(또는 션 라이트-필립스)가 미드필더 체제를 유지했습니다. 간혹 벨라미의 측면 공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벨라미-아데바요르-테베스의 스리톱 체제를 구사했던 경험이 있지만 테베스의 골 생산이 어려워지는 단점이 있었죠.
그런데 올 시즌의 맨시티는 4-3-3으로 전환 했습니다. 배리-데 용으로 짜인 중앙 미드필더 체제에서 야야 투레의 합류로 중원이 강화되었고, 윙 포워드로서 밀너-존슨을 기용했는데 측면 미드필더에 가까운 성향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공격수 1명을 줄였는데 그 희생양이 아데바요르 였습니다. 테베스가 지난 시즌 42경기에서 29골을 넣으며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의 확실한 신뢰를 얻으면서 맨시티 부동의 에이스로 떠올랐죠. 만치니 감독 입장에서는 지난 시즌 31경기에서 14골을 기록했던 아데바요르보다는 테베스에게 믿음감을 심어줄 수 밖에 없었죠.
아데바요르의 벤치 추락은 단순한 스탯 문제만이 아닙니다. 전반적인 폼이 아스날 시절보다 떨어졌으며 기복이 심해졌습니다. 지난 시즌 개막 이후 4경기 연속 골을 터뜨렸지만, 지난해 9월 12일 아스날전에서 불필요한 골 세리머니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이후의 10경기에서 2골에 그쳤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기간은 맨시티가 7연속 무승부 부진에 빠졌던 시기였고 아데바요르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최전방에서 공중볼을 따내며 테베스의 공격 부담을 덜어준 것은 좋았지만, 문제는 테베스-미드필더와의 끊임없는 호흡보다는 개인 플레이에 의존하는 돌파 위주의 경기를 펼치면서 팀의 공격 밸런스가 끊어지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런 아데바요르는 2007/08시즌 리그 36경기에서 24골을 넣으며 당시 맨유 소속이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치열한 득점 경합을 벌였던 과거가 있습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아데바요르는 티에리 앙리에 이은 아스날의 특급 골잡이로 거듭났고, 당시 주춤했던 디디에 드록바(첼시)를 능가하는 타겟맨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2008/09시즌 부상 여파 때문에 리그 26경기에서 10골에 그쳤고 시즌 막판에는 태업성 부진에 빠지면서 아스날 팬들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지난 시즌 맨시티로 이적했지만 테베스의 아낌없는 골 생산에 가려지면서 결국 올 시즌에 주전에서 밀렸습니다.
어쩌면 아데바요르는 맨시티의 계륵같은 존재입니다. 테베스가 전형적인 쉐도우 성향이 아닌데다 원톱으로 출전할때 더 많은 골을 뽑아내는 역량이 출중하기 때문입니다. 키는 작지만 상체가 많이 발달되면서 상대팀의 거친 몸싸움을 이겨내고 골을 넣으려는 의지가 강합니다. 그래서 박스쪽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직접 골을 넣으려는 타겟 성향이 두드러집니다. 맨유 시절에도 초창기에는 루니를 보조했지만 그 이후에는 타겟맨으로 올라서면서 루니-베르바토프-호날두보다 윗선에 포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데바요르와 역할이 겹칠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테베스 중심의 맨시티 전술이 올 시즌 초반에 무딥니다. 배리-투레-데 용이 수비쪽에 치우치는 경기를 펼쳤고 밀너-존슨이 전형적인 윙 포워드보다 더 아랫쪽에서 위치를 잡으면서, 한 번의 결정적인 역습으로 테베스가 골을 노리는 전술이 아직까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테베스와 2선과의 간격이 벌어진데다, 상대팀들의 테베스 집중견제까지 들어가면서 결정적인 골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일방적으로 허리를 장악했고 테베스가 2골 넣었던 리버풀전은 예외지만, 토트넘전과 선덜랜드전에서는 테베스와의 유기적인 호흡을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맨시티는 공격 상황에서 투레를 앞쪽으로 끌어올려 테베스와의 간격을 좁히는데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맨시티의 밸런스가 공격보다는 수비쪽에 기울어졌기 때문에 테베스에게 공격 부담이 가중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아데바요르가 최전방을 맡았다면 맨시티는 후방에서 전방으로 롱볼을 이어주거나, 측면에서 골문쪽으로 논스톱 패스를 연결하면서 결정적인 골 기회를 노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맨시티는 '스페인 국가대표' 다비드 실바가 벤치에 있을 정도로 미드필더진이 포화 상태이며 아데바요르가 리그에서 선발 출전 기회를 잡기가 어려워집니다.
아데바요르는 아스날 시절보다 폼이 떨어진 문제점이 있지만 지금의 맨시티 전술에서는 '필요한 존재'임에 틀림 없습니다. 시즌 초반 벤치로 밀렸지만 팀 내 입지를 회복하여 주전을 되찾을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거금을 들여 영입했던 마리오 발로텔리의 앞날 활약이 아데바요르 입지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리그에서 검증된 자원이라는 점에서 발로텔리보다 더 앞섭니다. 아데바요르의 벤치 추락이 맨시티의 공격력 저하와 일맥상통하다는 점을 만치니 감독이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아데바요르가 위기에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일시적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