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드래곤' 이청용(22, 볼턴)은 프리미어리그 2년차인 올 시즌에 더욱 발전된 기량을 선보일 것으로 주목 받았습니다. 프리미어리그 데뷔 시즌에 볼턴의 에이스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올 시즌 리그에서 확고한 입지를 키울 것으로 기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개막전에서 실감했습니다.

이청용의 볼턴은 14일 저녁 11시(이하 한국시간) 리복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 풀럼전에서 0-0으로 비겼습니다. 슈팅 숫자에서 11-15(유효 슈팅 : 5-4, 개), 점유율 47-54(%), 패스 193-241(개)를 기록해 수치적인 측면에서 열세를 나타냈지만 경기 흐름에서는 상대팀을 압도했습니다. 하지만 풀럼이 경기 내내 미드필더진을 중심으로 끈적한 수비를 펼치다보니 볼턴이 골을 해결짓기가 어려웠고, 풀타임을 소화했던 이청용이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를 완전히 이겨내지 못했던 것도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청용은 경기 종료 후 <스카이스포츠>로 부터 "Quiet Performance(조용한 움직임)"이라는 평가와 함께 양팀 최저 평점인 5점을 부여 받았습니다. 볼턴의 선발 출전 선수 11명 중에서 5점을 받은 선수는 이청용 뿐이었습니다. 볼턴의 에이스라는 네임벨류와 달리 풀럼 수비의 견제에 막혀 볼 터치가 적은데다 동료 선수에게 공이 잘 오지 않았고, 공을 받으려는 움직임이 매끄럽지 못한데다 전반전에 오버페이스 했던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놓고 보면 이청용이 부진했을지 모르지만, 이청용보다는 볼턴의 전술이 더 아쉬웠던 경기였습니다.

볼턴은 풀럼전에서 데이비스-엘만더 투톱, 페트로프-홀든-무암바-이청용으로 짜인 미드필더진, 로빈슨-케이힐-나이트-스테인슨으로 구축된 4백, 야스켈라이넨이 골키퍼를 맡는 플랫 4-4-2를 가동했습니다. 지난 시즌 후반기 아스날에서 임대되었다가 얼마전에 복귀한 윌셔의 공백을 '이적생' 페트로프가 가세하면서 팀의 전술 변화가 불가피 했습니다.(또 다른 임대생이었던 바이스도 볼턴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페트로프는 공격 과정에서 기존 선수와의 호흡이 척척 맞지 못해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들거나, 원터치에 의한 침투 패스를 시도하는 모습이 부족했습니다.

만약 윌셔가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임대 되었다면 볼턴의 공격 전개가 원활하게 풀렸을 것입니다. 볼턴과 상대했던 풀럼은 경기 초반부터 이청용을 압박하기 위해 판트실-머피-더프가 공간을 좁히는 협력 수비를 펼쳤기 때문에, 이청용의 견제를 덜어줄 수 있는 왼쪽 윙어의 파괴력이 절실했습니다. 윌셔였다면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며 머피-더프의 활동 반경까지 자신쪽으로 쏠리게 했을텐데, 페트로프는 연계 플레이 및 돌파력에 취약했고 이청용이 힘들게 경기를 풀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볼턴은 이청용이 막히면서 전반 중반에 페트로프의 공격력에 의존하고, 데이비스-엘만더가 측면쪽으로 빠지면서 2선과의 연계 플레이를 노렸습니다. 하지만 페트로프가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면서 빠른 볼 배급을 노리기보다는 미디엄 패스에 의존하면서 경기 운영에 능숙하지 못한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패스 간격이 길어지고 횡방향 패스가 속출하다보니 상대 수비에게 읽히고 말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청용이 이렇다할 공을 잡지 못하고, 패스를 받기 위해 무리하게 움직이면서 좌우 밸런스의 불균형이 드러났습니다.

전반 30분 이후에는 이청용-페트로프가 스위칭을 하면서 상대 수비의 견제를 이겨내려고 했지만 이것마저 여의치 못했습니다. 그래서 10분 뒤에 다시 원 상태로 위치를 바꾸면서 스위칭 전설이 실패했습니다. 이날 페트로프는 왼쪽 측면에서 박스쪽으로 올렸던 크로스 8개 모두 부정확하게 향했고, 패스 정확도가 56.7%(30개 시도 17개 성공)에 불과했습니다. 짧은 패스보다는 미디엄 및 롱 패스, 크로스를 띄우는 모습이 잦았지만 문제는 효율성이 부족했죠.

물론 페트로프는 공격력이 뛰어난 미드필더임엔 분명하지만, 지난 시즌 맨시티에서 부상 및 경기력 저하 여파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던 실전 감각 부족이 전성기 시절보다 폼이 떨어진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간결한 드리블과 빠른 순발력을 자랑했지만 많은 경기를 뛰지 못하면서 감각이 둔해진것이 문제였고, 정상적인 경기력을 되찾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문제는 페트로프가 원래의 폼을 되찾기까지는 이청용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라는 점입니다. 앞으로도 이청용에 대한 상대팀의 집중 견제가 확실하기 때문에 왼쪽 윙어의 활약상이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청용이 무기력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전반전보다는 후반전에 볼 터치가 많았고, 스스로 공격을 전개하는 장면이 두드러졌고, 상대 수비를 비집고 침투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이청용의 경기 당일 컨디션이 좋았음을 의미하며 코일 감독으로부터 풀타임 출전을 보장받았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무암바-스테인슨과의 간격을 좁히고 데이비스까지 오른쪽 측면으로 내려오면서 월패스 또는 트라이앵글 형태의 패스를 시도하는 공격 형태를 나타냈습니다. 그런데 이청용이 아무리 개인기를 비롯 간결한 패스를 노리더라도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를 이겨내기에는 벅찬 기운이 역력했습니다.

문제는 데이비스-엘만더 투톱이 골을 해결지을 수 있는 공격수가 아닙니다. 과거의 데이비스, 프랑스리그 시절의 엘만더는 많은 골을 넣었던 선수들이지만, 지난 시즌부터 두 선수가 함께 호흡하면 박스 안에서 골을 해결짓는 경우가 부족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강력한 포스트 플레이로 승부수를 띄우는 타겟맨이다보니 활동 공간이 겹치며, 박스 안에서 콤비 플레이를 노리는 영리함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이청용 같은 2선 옵션으로부터 공격 지원을 받으면 박스에서 2차 공격을 시도하거나 직접 골을 해결짓는 과감함이 떨어집니다.

그런 볼턴에게 가장 필요한 선수는 기술력이 뛰어난 공격수입니다. 이미 페트로프를 영입했고 테일러를 백업으로 쓰기로 했기 때문에 왼쪽 윙어 영입의 필요성이 떨어지겠지만, 여름 이적시장이 끝나기 전에 테크니션 성향의 공격수를 영입해야 공격 전술의 퀄리티가 높아지고 이청용에 대한 부담을 덜을 수 있습니다. 영입이 볼턴 공격력 강화를 위한 해답이 아니라면 '이청용과 호흡이 잘맞는' 클라스니치의 슬럼프 탈출이 중요하지만, 코일 감독은 클라스니치를 철저히 벤치로 내리며 엘만더를 중용하는 현실입니다. 페트로프 및 데이비드-엘만더 투톱에 대한 아쉬움은 결국 볼턴의 문제점으로 묶을 수 있으며 이청용의 침체를 키웠던 원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청용에게는 풀럼과의 시즌 개막전 부진이 오히려 득이 될 수 있습니다. 시즌 첫 경기부터 상대팀의 집중 견제를 받았지만, 앞으로 남은 리그 37경기에서 이를 이겨낼 수 있는 내구성을 키우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료 선수들의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는 이청용이 집중 견제를 이겨내려는 노력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이청용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볼턴 전술의 짜임새가 향상되고 페트로프가 팀 플레이에 완전 적응해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풀럼전은 이청용에게 올 시즌 대박을 위한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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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ikuru 2010.08.15 07: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경기를 보니 이청용에게 잘 패스를 안해주더군요 ... 손까지 들었었는데;
    에효. 볼턴 경기를 보면서 이청용이 여기에 있다는게 너무 아쉬웠습니다

  2. 임현철 2010.08.15 08: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밤 이청룡 팬인 딸 땜에 아이들이랑 같이 봤는데
    참 아쉽더군요!!!

  3. 김미주리 2010.08.15 09: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효리사랑님 뷰애드를 읽고나서 기사를 읽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좋은하루되세요~

  4. 청용이 삼촌 2010.08.15 10: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경기를 전반전만 보구 자버렸는데...청용이는 상위권의 팀으로 옮겨서 박지성 처럼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만이 발전할수 있다라는 것을 절감했습니다.동료들은 하나같이 몸집만 크고 투박해 보이구..이런팀이 14위 까지 간것이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5. 수원사랑 2010.08.15 11: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청용의 경기력이 좋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봤는데, 페널티킥을 심판이 불지 않았던게 참 아쉬웠어요..
    페트로프도 좀더 적응이 필요할 것 같구요..
    결정력이 좋은 테크니션 성향의 공격수 영입이 어제 답답했던 볼튼의 공격력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6. dddd 2010.08.15 11: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막장 팀 경기 다신 보기 싫음 이청용 나와도 하이라이트만 볼꺼임

  7. 이청용 짱!! 2010.08.15 15: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본 2경기다 무득점ㅠㅠ 어제 볼튼 플레이에 실망했어요.ㅠㅠ 블랙풀은 4:0으로 이겼던데

  8. erer 2010.08.15 15: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에 그냥 이적했어야 됐는데 이청용 때문에 경기보는데 솔직히 볼턴 경기는 항상 재미없어요
    지난시즌에도 그랬구..머 사람이 흥이좀 나야 응원할 맛도 생기는데 에효~
    이번시즌도 보니 마찬가지일듯..

  9. ageratum 2010.08.15 16: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회가 되면 이적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볼턴은 답이 없는거 같아요..;

  10. 찰리버드 2010.08.15 18: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이청용 경기보다가 답답해서 ㅠㅠ
    정말 실망스러운 경기력~ 이번시즌 강등은
    안당할지 모르겠어요

  11. 축구팬 2010.08.16 17: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볼튼이 똥볼 축구를 많이 버렸다고는 하지만 개막전 보면 그런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백패스후 똥볼 슈------
    정말 답답했습니다 다음 경기는 좀 더 나은 경기가 되어야 하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