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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조광래호 3-4-2-1, 어떤 형태의 전술일까?

한국 축구 대표팀의 선장은 허정무 감독에서 조광래 감독으로 바뀌었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한국의 원정 월드컵 첫 16강 진출을 이끌며 국내파 감독의 지위와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했고 조광래 감독은 한국 축구의 질적인 업그레이드를 꾀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스페인식 축구를 펼치겠다"는 조광래 감독의 목표가 이루어져 한국이 소위 '아름다운 축구'를 펼치며 많은 축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지 주목됩니다.

특히 11일 저녁 8시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나이지리아전은 조광래 감독에게 있어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입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듯, 자신의 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에서 승리해야 앞으로 한국 대표팀 감독을 역임하는데 있어 심적인 부담감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선전의 토대로 작용할 비젼입니다. 조광래 감독이 앞으로 한국 대표팀의 발전을 위해 얼마만큼 수준 높은 축구를 펼치고 우수한 자원을 선발하느냐에 따라 '조광래호'의 향후 행보가 엇갈릴 것입니다. 그 핵심에는 3-4-2-1 이라는 포메이션이 대표적인 키워드로 부상했습니다.

한국의 영광을 이끈 3-4-2-1, 조광래호에서는?

한국은 그동안 베어벡-허정무 체제를 통해 4백을 구사하며 4-3-3, 4-2-3-1, 4-4-2를 골고루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은 나이지리아전에서 3-4-2-1(3-4-3)을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3-4-2-1은 조광래 감독이 안양LG(현 FC서울)와 경남에서 즐겨 구사했던 포메이션으로써 대표팀이 그동안 펼쳐왔던 4백보다는 자신에게 익숙한 전술을 꺼내 들었습니다. 경남 사령탑에서 대표팀 감독을 맡은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최근까지 경남 감독을 겸임했기 때문에, 젊은 선수 위주의 스쿼드를 편성한 대표팀 최적의 포메이션을 찾기에는 물리적으로 빠듯했습니다.

공교롭게도 3-4-2-1은 우리들에게 익숙한 포메이션입니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의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끌며 유럽 강호들을 줄줄이 격파했던 포메이션이기 때문입니다. 상대를 적극적으로 압박하고 지역방어 체제까지 혼용하면서 빠른 공수 전환을 앞세워 측면에서의 빠른 스피드를 통해 상대 문전을 두드리는 시스템입니다. 때로는 좌우 윙백이 수비에 깊게 가담하면서 5백이 될 수 있고, 스위퍼가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까지 겸하면서 4백으로 전환할 수 있는 포메이션의 유동성이 강하고 변화가 잦습니다.

조광래 감독은 우리들에게 공격적인 지도자로 알려져있지만, 실제로는 2000년 안양의 K리그 우승을 이끌 당시 수비 축구로 재미를 봤던 지도자입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타팀팬들에게 "너무 수비 위주의 축구를 한다"는 이유로 전술적인 비판을 받을 정도로 수비에 일가견이 있었죠. 그 핵심에 3백이 있었습니다. 3선 밸런스를 타이트하게 좁히고 지역을 분담하는 수비 전술을 구사하면서,상대 공격진이 골문 쪽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허리에서 철저히 압박했고 그 틀이 경남에서 유지되면서 대표팀까지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안양에서는 이영표를 3백의 스토퍼로 줄곧 기용할 정도로 수비력 강화를 우선시 했습니다.

그런 조광래 감독이 공격 축구에 눈을 뜨게 된 계기는 한일 월드컵 이후부터 였습니다. 그 전술이 바로 나이지리아전에서 선보이게 될 공격 형태 입니다. 카운트 어택에서 측면의 빌드업을 높이고 중앙에서 점유율을 강화하는 전술로 변화하면서 공격 패턴의 다양화가 이루어 졌습니다. 특히 좌우 윙백의 활동 폭이 넓어지면서 좌우 윙 포워드가 원톱과 중앙쪽으로 폭을 좁히면서 박스 안으로 접근하기가 용이해지는 이점을 얻게 됩니다. 강한 체력과 부지런한 움직임, 발군의 개인기 및 빠른 드리블 돌파, 송곳같은 볼 배급을 자랑하는 윙백이 있어야 조광래호의 공격축구가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영표-김동진을 한국 최정상급 윙백으로 키웠고 최태욱을 윙백으로 전환시킨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 틀은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광래호는 나이지리아전에서 이영표-최효진을 좌우 윙백으로 배치할 예정입니다. 이영표는 조광래 감독의 축구 스타일에 익숙한 선수이자 공수 양면에 걸쳐 많은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옵션입니다. 우리들이 유심히 봐야 할 선수는 최효진입니다. 그동안K리그에서 공격 성향의 윙백(혹은 풀백)으로서 맹활약을 펼쳤으며 상대 박스 안에서 여러차례 슈팅을 시도할 정도로 활동폭이 넓고 민첩한 몸놀림을 자랑하는 쌕쌕이입니다. 출중한 공격력에 비해 수비력이 그동안 논란이 되었지만 조광래호가 3백을 쓰기 때문에 수비의 약점을 커버할 수 있는 이점을 얻게 됐습니다.

단연컨데, 조광래 감독은 나이지리아전에서 이영표-최효진을 통한 빌드업 빈도를 늘릴 것이 분명합니다. 한국이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면 그 즉시 측면에 있는 두 선수를 통한 돌파 및 침투패스를 통해 상대 위험지역으로 빠르게 볼을 배급하여 수비를 허물 것으로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는 패스의 정확도, 공수 간격을 좁히는 적절한 간격 유지 및 볼이 없을때의 움직임이 민첩하고 예측 능력이 좋아야 합니다.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 소집 훈련에서 이러한 부분을 선수들에게 강조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조광래 감독이 무조건 윙백에 의존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광래 감독 축구의 핵심은 패스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넓은 시야를 이용한 질 좋은 패스를 통해 낮은 패스 위주의 공격을 펼치면서 상대를 공략하는 시스템이죠. 윙백의 활용도가 높은것은 3-4-2-1의 구조적인 특징이자 한계이기 때문에 조광래 감독이 안고가야 할 문제이긴 합니다. 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중앙 미드필더들이 경기 상황에 따른 적절한 패스 게임 및 공격진과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 여러가지 형태의 공격 패턴이 나올 수 있는 것이죠.

조광래 감독은 안양에서 안드레-히카르도, 경남에서 윤빛가람을 중원에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겼습니다. 이들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진시킨 것이 아니라 수비 역할까지 맡기면서 공수전환 및 전방으로의 볼 배급 1차 담당 역할을 부여한 것입니다. 윙백의 빌드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중앙 미드필더가 점유율을 높이면서 패스를 주고 받거나 윙 포워드와 간격을 좁혀 2대1 패스 혹은 오픈패스를 엮으면서 침투를 노립니다. 기성용은 이틀전 대표팀 인터뷰에서 자신이 공수전환 역할을 맡았다고 밝혔는데, 조광래 감독이 K리그에서 쓰던 공격 전술을 대표팀으로 옮겨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공격진 운영은 K리그와 다를 것입니다. 조광래 감독은 안양에서 최용수, 경남에서 루시오 같은 박스 안에서 골냄새를 잘 맡는 골잡이에게 골 역할을 맡기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그래서 윙 포워드가 원톱을 지원사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대표팀에서는 원톱으로 활용할 박주영에게 상대 수비의 틈을 비집고 흔들면서 박지성-조영철(또는 염기훈, 이근호) 같은 좌우 윙 포워들이 중앙으로 침투하여 골을 넣는 역할을 맡겼다고 합니다. 골잡이를 위주로 하는 전술은 상대 수비의 집중적인 견제에 무너질 가능성이 큰데다, 박주영이 철저히 타겟맨으로 돌아섰기 때문에 좌우 윙 포워드들의 골 생산을 주문하게 됐습니다. 과연 조광래 감독의 3-4-2-1이 나이지리이전에서 최상의 모습을 보이며 대표팀의 퀄리티를 높일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