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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파브레가스와 아스날의 윈윈 해법은 EPL 우승

 

유럽 클럽들에게 있어 여름 이적시장은 선수 영입에 박차를 가하여 전력 보강을 노리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하지만 아스날의 여름 이적시장 최대의 목표는 팀의 주장이자 '에이스' 세스크 파브레가스(23) 잔류 입니다. 그동안 파브레가스의 존재 유무에 따라 팀의 경기력이 좌우되었고, 현 스쿼드에서 파브레가스를 대신할 적임자가 없는데다 그를 대체할 수 있는 대형 선수 영입에 많은 이적료를 지출하기 버거운 상황이기 때문에 '파브레가스 잔류'에 매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파브레가스는 이미 친정팀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에 이적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아르센 벵거 아스날 감독과의 전화통화에서 바르사로 이적하고 싶다고 밝혔고, 현지 언론의 끊임없는 바르사 이적설 제기에 대해 "바르사로 떠나지 않겠다. 아스날에 잔류하겠다"고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2015년까지 아스날과 계약을 맺었지만 바르사로 이적하여 캄프 누에서 뛰고 싶은 열망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또한 스페인 언론에서는 '파브레가스는 바르사와 5년 가계약을 맺었다', '파브레가스의 바르사 이적이 마무리되고 있다'며 파브레가스의 이적을 예상하는 분위기입니다. 스페인의 남아공 월드컵 우승 축하 행사때 파브레가스에게 기습적으로 바르사 유니폼을 입힌 푸욜-피케를 비롯 사비-메시는 언론을 통해 이구동성 "파브레가스가 바르사에 왔으면 좋겠다"고 밝혀 스페인 언론의 심리전에 가세했습니다. 그리고 바르사의 산드로 러셀 신임 회장의 공약 중 하나는 "비야와 파브레가스 영입" 이었습니다. 이미 다비드 비야는 남아공 월드컵 직전에 영입했고 그 다음 표적은 파브레가스 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를 놓고 보면, 파브레가스는 올 시즌 아스날 소속으로 뛰게 될 것입니다. 아스날이 파브레가스를 바르사에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단호하기 때문입니다. 파브레가스와 2015년까지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선수 권리에 대한 주도권을 쥐고 있습니다. 아무리 바르사가 아스날에게 수차례 파브레가스 영입 제의를 하더라도 그 허락을 받지 못하면 무용지물입니다. 아스날 입장에서는 파브레가스 없이는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기 때문에 에이스를 다른 팀에 넘기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파브라게스의 대체자로서 사미르 나스리를 거론합니다. 나스리는 파브레가스 못지 않는 기술력을 자랑하며 공격형 미드필더 전환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나스리와 파브레가스는 스타일이 서로 다릅니다. 나스리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횡패스가 많은데다 상대 수비진을 파고드는 과감함이 부족하며 경기를 스스로 해결짓는 능력이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종패스를 즐기면서 빠른 순발력으로 상대 수비를 허물며 다득점을 역었던 '미들라이커' 파브레가스와 다른 타입에 속합니다. 나스리가 파브레가스를 대체하기에는 리스크가 큰 것이 사실입니다.

현지 언론에서는 파브레가스의 또 다른 대체자로서 메수트 외질(베르더 브레멘) 요한 구르퀴프(보르도)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질은 첼시를 비롯한 여러 빅 클럽의 영입 관심을 받고 있는데다 남아공 월드컵 맹활약을 통해 몸값이 높아지면서 현실적으로 아스날 이적이 힘든 상황입니다. 구르퀴프는 프랑스 국적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벵거 감독의 '프랑스 커넥션'에 적합한 선수입니다. 2008/09시즌 보르도의 프랑스 리게앙 우승, 올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을 이끈 에이스로서 두드러진 맹활약을 펼치며 '제2의 지단'으로 관심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아스날이 구르퀴프를 영입하기에는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부진이 찜찜합니다.
 
그래서 아스날은 파브레가스 잔류에 많은 수고를 들이고 있습니다. 날이 갈수록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이 치열해지는데다 토트넘-맨체스터 시티가 급성장했던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스날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지난해 여름 호날두-테베스의 이적으로 공격의 파괴력이 약화되면서 리그 우승 트로피를 첼시에게 내줬던 것, 리버풀이 지난 시즌 사비 알론소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 공백을 효율적으로 메우지 못한 것이 결정타가 되어 리그 2위에서 7위로 주저 앉았던 사례를 아스날이 참고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스날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습니다. 2003/04시즌 무패 우승을 달성했지만 그 이후 6시즌 동안 2위 이내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대회에 걸쳐 최근 5시즌 연속 무관에 그쳤기 때문에 우승에 대한 열망이 남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단기 토너먼트 대회인 칼링컵이나 FA컵을 통해서 우승의 한을 풀 수 있는 방법이 있겠지만, 아스날이라는 네임벨류를 놓고 보면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를 되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있겠지만 아직 유럽을 제패하지 못했기 때문에 프리미어리그 우승 과정이 그보다 손쉬울 수 있습니다. 그 열쇠는 파브레가스의 잔류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만약 파브레가스가 아스날에 잔류하면 태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에 가고 싶은 마음을 이미 드러냈기 때문에 아스날에 대한 충성심이 결여된 측면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스날이 파브레가스를 잔류시키고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려면 파브레가스에 대한 동기부여를 제공해야 합니다. 파브레가스가 아스날에서 이루지 못했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자극시키는 것이죠. 파브레가스가 자신의 가치를 카카-호날두-메시 같은 세계 3대 축구 천재와 동등한 반열에 올라서려면 팀의 에이스로서 프리미어리그 우승 같은 굵직한 우승 커리어가 기본적으로 필요합니다.

파브레가스는 아스날에서 이룰것을 모두 이룬 선수가 아닙니다. 그동안 아스날의 에이스로서 맹활약을 펼쳤지만 주축 선수로서 팀의 우승을 이끌지 못했습니다. 아스날의 킹으로 군림했던 티에리 앙리(뉴욕 레드불스)는 바르사로 떠나기까지 벵거 감독과 수많은 우승을 합작했고, 호날두는 맨유에게 프리미어리그 3연패 및 챔피언스리그-클럽 월드컵 우승을 안기고 지난해 여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습니다. 앙리와 호날두는 친정팀과 '아름다운 작별'을 했지만, 만약 파브레가스가 현 시점에서 아스날을 떠나면 앙리-호날두의 작별 방식과 대조적인 분위기를 나타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파브레가스는 언젠가 아스날을 떠날 선수입니다. 선수 본인의 마음이 바르사로 향했기 때문에 아스날 입장에서 오랫동안 잡아 둘 필요 없죠. 하지만 아스날이 파브레가스의 맹활약을 앞세워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성공하고 챔피언스리그에서 선전하면 선수의 몸값이 치솟아 오릅니다.

그 특징을 아스날이 노려야 합니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건립 문제로 2032년까지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파브레가스의 두둑한 이적료를 통해 빚 문제를 조금씩 해결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합니다. 어쩌면 아스날이 파브레가스 잔류에 총력전을 펼치는 이유는 이적료를 높여 바르사에 이적시키겠다는 심산이 작용했을지 모릅니다. 맨유가 지난해 여름 레알 마드리드의 호날두 영입 제안을 받으면서 8000만 파운드(약 1481억원)의 세계 최고 이적료를 거머쥐었다면 아스날에게는 파브레가스가 있는 것이죠.

결국, 파브레가스와 아스날이 서로 윈윈하려면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합니다. 파브레가스 입장에서는 아스날의 우승을 통해 자신이 그토록 그리던 바르사로 이적할 수 있는 명분이 실릴 것입니다. 아스날은 5시즌 동안 요원했던 우승의 영광을 비롯 파브레가스의 거액 이적료를 통해 재정을 충당할 수 있는 이점이 있죠. 어쩌면 올 시즌 아스날 성적은 파브레가스의 존재유무에 달렸습니다. 파브레가스가 과연 언제 즈음이면 아스날 잔류를 스스로 선언하여 주장 임무를 수행하게 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