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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레알 마드리드, 실리 축구로 유럽 제패할까?

 

'갈락티코'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의 올 시즌 목표는 라이벌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입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무관에 그치면서 바르사의 2009년 6관왕 및 지난 시즌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허용하면서 '바르사 2인자'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습니다. 지난해 여름 카카-호날두-벤제마-알비올-아르벨로아-알론소 같은 특급 스타들을 대거 영입하여 2억 4650만 유로(약 3884억원)의 천문학적인 돈을 쏟았지만 우승 실패로 헛수고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레알은 지난 시즌 인터 밀란의 유로피언 트레블을 이끈 '스페셜 원' 조세 무리뉴 감독을 영입했습니다. 바르사의 '천하무적' 행보가 계속되는 시점에서, 갈락티코를 표방하는 선수 영입 만으로는 더 이상 우승을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우승 청부사' 무리뉴 감독을 데려온 것입니다. 무엇보다 무리뉴 감독이 두 번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한 것은(2004년 FC 포르투, 2010년 인터 밀란) 통산 10번째 유럽 제패를 열망하는 레알의 동기 부여를 자극했습니다.

무엇보다 레알은 최근 6시즌 동안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탈락하는 잔혹사를 겪었습니다. 매 시즌마다 걸출한 공격 옵션을 보유하고도 16강에서 고배를 마셨죠. 지난해 여름 레알로 이적한 호날두와 카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무리뉴 감독을 영입한 올 시즌은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레알이 선호하던 공격 축구의 흐름에서 벗어나, 무리뉴 감독이 즐겨 구사했던 실리 축구의 강화를 위해 홀딩맨 영입을 검토하면서 수비 라인을 개편하기로 했죠.

포백 개편에 돌입한 레알의 행보는 갈락티코 1기와 2기를 통해 공격 옵션의 비중을 늘렸던 과거와 차이가 있습니다. 갈락티코 1기와 2기에서는 레알 특유의 공격력 강화를 위해 세계적인 공격 옵션들을 끌어모았지만, 지금의 무리뉴 체제에서는 우승을 위한 실리적인 측면이 더 강합니다. 우승을 위해서는 수비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무리뉴 감독이 수비수 영입을 원하고 있는 것이며 레알 수뇌부도 동조하는 상황입니다.

최근에 불거지는 파트리스 에브라, 네마냐 비디치(이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 더글라스 마이콘(인터 밀란) 애슐리 콜(첼시) 알렉산드르 콜라로프(라치오) 영입설은 무리뉴 감독이 레알의 우승 키 포인트로 수비를 바로 세우겠다는 뜻을 의미합니다. 에브라-비디치 같은 경우에는 레알이 최근 7년 동안 베컴-판 니스텔로이-에인세-호날두 같은 맨유의 주축 선수들을 영입하여 재미를 봤던 경험이 있어 맨유 선수에 눈길을 돌릴 수 밖에 없습니다. 콜라로프는 며칠 전 잉글랜드 공영방송 <BBC>가 맨시티 이적을 앞두고 있다는 보도를 했지만 무리뉴 감독이 인터 밀란 시절부터 원했던 선수였습니다.

특히 에브라-콜-콜라로프는 왼쪽 풀백 자원입니다. 이것은 레알의 왼쪽 풀백이 문제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레알은 마르셀루-드렌테 같은 공격 성향의 풀백을 보유했지만 두 선수 모두 수비력이 취약한 것이 흠입니다. 그나마 알바로 아르벨로아가 왼쪽 풀백으로서 두 선수의 약점을 커버했지만 주 포지션은 오른쪽 풀백입니다. 무리뉴 감독은 인터 밀란 시절에 막스웰이 자신의 수비적인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해 여름 FC 바르셀로나로 보냈습니다. 공격쪽에 쏠리는 막스웰보다는 공수 공헌도가 균형적인 하비에르 사네티를 원했던 것이죠. 에브라-콜-콜라로프 같은 경우에도 한 박자 빠른 커버 플레이와 밀착 견제를 앞세워 상대 공격 옵션을 제압하는 수비력이 출중합니다.

레알은 올 시즌 우승을 위해 왼쪽 풀백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마르셀루-드렌테로는 팀 수비력에 힘을 실을 수 없고 아르벨로아를 왼쪽으로 고정시킬 수 없기 때문에 에브라-콜-콜라로프 중에 한 명을 영입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을 것입니다. 콜라로프 영입전에서 맨시티에게 밀리고 있어 에브라-콜에 대한 집착이 앞으로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오른쪽 풀백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세르히오 라모스는 마이콘과 더불어 공격적인 풀백으로 꼽히지만, 무리뉴 감독은 인터 밀란 시절 마이콘의 오른쪽 측면 침투 및 강력한 투쟁심을 앞세운 맨 마킹을 통해 전력 강화의 재미를 봤습니다. 레알에게 있어 인터 밀란의 마이콘의 이적 거부 의사는 전력 강화의 장애물입니다.

무리뉴 감독이 페페-알비올로 짜인 센터백 조합에 흡족하는지는 미지수입니다. 페페-알비올의 개인 능력 및 호흡은 바르사 센터백 조합인 푸욜-피케 라인보다 무게감이 부족합니다. 더욱이 알비올은 스페인 대표팀에서 두 선수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습니다. 페페가 잦은 부상에 시달리는데다 거친 플레이를 남발하는 것은 그동안 레알의 고민으로 꼽혔던 부분입니다. 그래서 레알은 바르사의 푸욜-피케를 넘기 위해 프리미어리그에서 극강의 대인방어를 자랑하는 비디치 영입을 원했습니다. 비디치가 문전 침투에 영리한 상대팀 공격 옵션에 취약한 문제점이 있어 프리메라리가 성공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지만, 레알은 그동안 선수 영입 과정에서 이름값을 중요시했기 때문에 비디치를 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중원 강화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4-3-3을 선호하는 무리뉴 감독은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세울 것입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카카-판 더르 파르트를 로테이션을 활용할 것이며(카카가 잦은 부상으로 신음했기 때문에)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알론소-라스(=라사나 디아라)를 배치하겠지만 문제는 백업 홀딩 자원이 취약합니다. 페르난도 가고는 투쟁력이 미흡하며 마하마두 디아라는 고질적으로 공격력이 취약합니다. 레알이 수비 강화를 위해 1명의 홀딩맨을 더 배치하면 가고-디아라가 무리뉴 감독을 흡족시킬지 의문입니다. 그래서 무리뉴 감독은 홀딩맨 영입을 시사했으며 사미 케디라(슈투트가르트)가 물망에 오른 상황입니다.

레알의 실리 축구 완성은 수비력에 달렸지만 공격 또한 중요합니다. 실리 축구는 한 골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언제 어느 상황에서든 골이 터져야하며 공격수의 골 능력이 중요합니다. 그동안 챔피언스리그에 고질적으로 약했던(21경기 2골) 알바로 이과인이 무리뉴 감독의 조련 속에서 강심장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과인은 챔피언스리그 부진에 따른 스타성 부족으로 갈락티코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었고 이적설까지 제기되었지만, 남아공 월드컵 직전에 2016년까지 재계약을 맺기로 합의하면서 레알과의 신뢰를 되찾았습니다.

무리뉴 감독이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디에고 밀리토의 특출난 골 결정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밀리토가 박스 안에서 천부적으로 골 냄새를 맡는 능력이 뛰어나고 상대 수비를 직접 흔드는 능력이 뛰어난 편이기 때문에, 인터 밀란이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고도 어김없이 골을 넣었고 큰 경기에서 빛을 발했죠. 이과인이 레알의 주축 공격수로서 손색없는 활약을 펼치려면 밀리토의 꾸준함을 배워야 합니다. 무리뉴 감독이 이과인의 부족한 투쟁심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만약 이과인이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팀이 골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 상대 골망을 흔들면 레알의 유럽 제패 행보가 탄력을 얻을 것입니다. 레알과 상대하는 팀들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대한 견제를 강화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과인의 골이 빛을 발해야 합니다. 무리뉴 감독이 첼시 시절 미완의 대기였던 디디에 드록바를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로 키웠던 것 처럼 이과인도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레알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실리 축구의 건재함을 과시할 무리뉴 감독의 행보가 순탄하게 이어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