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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조 콜, 잃어버린 리버풀 '7번 전설' 되찾을까?

 

잉글랜드 출신의 미드필더 조 콜(29)이 푸른색을 상징하는 첼시를 떠나 리버풀의 붉은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첼시와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새로운 소속팀을 찾은 끝에 리버풀에 정착하게 된 것이죠.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는 20일 새벽(이하 현지시간) 조 콜의 영입을 발표했습니다. 계약 기간 4년에 주급 9만 파운드(약 1억 6700만원)을 받게 되었으며 7번이 새겨진 등번호를 받게 됐습니다. 웨스트햄 출신의 조 콜은 2003년 첼시로 이적하여 7년 동안 몸 담았지만 소속팀에 무리한 주급을 요구하면서 계약 종료와 맞물려 방출됐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토트넘 이적설에 직면했지만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클럽을 물색한 끝에 리버풀로 둥지를 틀었습니다.

우선, 조 콜이 주인공이 된 리버풀의 7번은 상징성이 큽니다. 케빈 키건, 케니 달글리시, 피터 비어즐리, 스티브 맥마나만 같은 리버풀 역사를 화려하게 빛냈던 선수들의 등번호가 7번 이었으며 '7번 전설'로 통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맥마나만이 1999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블라디미르 스미체르, 해리 큐얼, 로비 킨이 7번을 달았지만 네임벨류에 비해 기대 만큼의 활약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로비 킨이 지난해 1월 토트넘으로 떠난 이후에는 조 콜이 들어오기까지 1년 6개월 동안 7번 주인공이 없었습니다. 7번의 무게감을 짊어질 수 있는 적임자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리버풀의 7번은 팀의 영광과 아쉬움을 고스란히 반영합니다. 키건-달글리시-비어즐리가 맹활약을 펼쳤던 시기에는 잉글리시 퍼스트 디비전(지금의 프리미어리그)에서 여러차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세 선수가 활약하던 시절의 리버풀은 잉글랜드에서 가장 뛰어난 전력을 자랑하는 '천하무적' 이었으며 유로피언컵(지금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거머쥐었습니다. 맥마나만이 뛰던 90년대에는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력이 없었지만 헤이젤 및 힐스보로 대참사 이후 팀 재건의 주역으로 이름을 떨친 것에 의미를 둘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미체르-큐얼은 2004/05시즌 리버풀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주역으로 활약했지만 키건-달글리시-비어즐리에 비해 공헌도가 부족한 약점을 남겼습니다. 특히 큐얼은 2003년 부터 5년 동안 리버풀의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되었지만 잦은 부상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로비 킨은 프리미어리그 최악의 먹튀 중에 한 명입니다. 2008년 여름 1500만 파운드(약 279억원)의 이적료로 리버풀에 입성했으나 시즌 초반의 극심한 부진으로 입지를 잃은 끝에 6개월 만에 토트넘으로 되돌아갔습니다. 그 이후 리버풀의 7번은 공석 이었고 조 콜이 물려받기까지 1년 6개월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조 콜은 2003년 부터 7년 동안 첼시의 10번으로 활약했습니다. 팀 내 에이스 또는 특급 골잡이에게 가장 이상적인 등번호가 10번 입니다. 하지만 조 콜이 첼시에서 보낸 7년을 놓고 보면 10번으로서 꾸준히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첼시에서 세 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경험했지만 2004/05시즌 조세 무리뉴 감독(현 레알 마드리드 감독)의 신임을 얻지 못해 벤치를 지켰고 잦은 부상으로 신음하며 '유리몸'이라는 불명예 수식어를 얻게 됐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부상 여파로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안첼로티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리버풀의 7번이라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7번은 축구에서 11번과 더불어 윙어를 상징하는 등번호입니다. 10번과 함께 선호받는 등번호이며 미드필더진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에이스가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 콜은 좌우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지만, 첼시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부진했기 때문에 리버풀에서는 측면을 담당할 것입니다. 리버풀의 오른쪽을 카위트-막시가 담당하고, 왼쪽은 베나윤이 첼시로 떠난데다 바벌-리에라 같은 백업 자원이 남으면서 조 콜이 주전으로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리버풀의 왼쪽 윙어로서 7번의 무게감에 힘을 실어줄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조 콜이 왼쪽 윙어로 활약하면 얼마전 리버풀의 10번을 부여받았던 '이적생' 밀란 요바노비치는 페르난도 토레스와 투톱 공격수로 뛰게 될 것입니다. 요바노비치는 세르비아 대표팀에서 왼쪽 윙어로 활약했지만 조 콜이 들어오면서 포지션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리버풀 입장에서는 조 콜-요바노비치를 데려오면서 이적료 없이 자유계약 형태로 영입하는 알찬 선수 보강을 했습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7위로 추락했던 악몽을 조 콜이 요바노비치를 비롯한 동료 선수들과 함께 똘똘 뭉쳐 이겨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무엇보다 조 콜의 등장은 리버풀 공격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리버풀은 스티븐 제라드에 대한 공격 의존도가 지나쳤고, 지난 시즌 초반에는 카위트의 폼이 떨어지면서 측면에서의 기동력에 힘이 실리지 않았습니다. 왼쪽에서는 베나윤-바벌-리에라가 부상 및 부진 여파로 꾸준히 제 몫을 다하지 못하면서 왼쪽 풀백 자원인 아우렐리우(지난 5월말에 방출)가 윙어로 올라와야만 했습니다.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의 공백을 메울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알베르토 아퀼라니는 유리몸의 악령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리버풀 미드필더진은 총체적인 문제점에 직면한 상태입니다.

리버풀의 신임 사령탑인 로이 호지슨 감독은 전통적인 4-4-2 스타일을 선호합니다. 중앙 미드필더들이 공수의 밸런스를 튼튼히 다지면서 윙어들의 왕성한 활동량을 주문하여 측면에서의 활발한 공격을 노리는 스타일입니다. 제라드가 중앙 미드필더로 돌아간 현 시점에서는 조 콜과 카위트의 공격력이 막중해진 상황입니다. 조 콜은 첼시의 중앙에서는 상대팀의 압박 때문에 활동 폭을 넓히는데 있어 제약을 받았지만 측면에서는 현란한 드리블 돌파를 앞세운 정교한 볼 배급을 앞세워 팀 공격에 힘을 불어 넣었습니다. 리버풀에서는 윙어로 뛰기 때문에 자신의 장점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이점이 생깁니다.

어쩌면 리버풀의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4위 재진입은 조 콜에게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조 콜과 리버풀 모두 올 시즌 자존심 회복을 위해 심기일전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조 콜이 리버풀에서 기대에 못미치면 리버풀의 명예회복은 순탄치 않을 것입니다. 과연 조 콜이 맥마나만 이후 11년 동안 잃어버렸던 리버풀의 7번 전설을 되찾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