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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다비드 비야의 목표, '축구 황제' 등극

 

2010 남아공 월드컵 골든 볼(=MVP, 최우수 선수)는 우루과이의 디에고 포를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올해부터 첫 선을 보이는 2010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는 유로피언 트레블 및 네덜란드의 월드컵 준우승을 이끈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 밀란)가 받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기량만을 놓고 보면 지난해 발롱도르의 주인공 이었던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 이하 바르사)의 명불허전은 여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 이후 가장 기대해야 할 첫 손가락에 포함 될 선수는 다비드 비야(29, 바르사)라는 생각입니다. 스페인의 월드컵 첫 우승을 이끌었음에도 4강 독일전 및 결승 네덜란드전에서 골 침묵에 빠졌던 아쉬움이 있지만 바르사 이적 그 자체만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화려하게 수놓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동안 발렌시아에서 활약했지만 한때 침체된 팀 성적 때문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바르사에서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지난 시즌 발렌시아의 프리메라리가 3위를 이끈 것 또한 과소평가 되지 말아야 할 요소입니다.

비야는 카카-호날두-메시와 더불어 세계 축구의 한 시대를 풍미하는 '축구 황제'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은 선수였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이전까지는 챔피언스리그에서의 꾸준한 맹활약과 인연이 없었던 커리어의 한계 때문에 축구 황제를 비롯 세계 최고의 선수로 떠오를 틈이 비좁았습니다.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에서 5골을 넣으며 스페인의 우승을 이끌면서 포를란-스네이더르가 해내지 못한 세계 제패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월드컵 커리어 중심의 관점에서는 카카-호날두-메시보다는 비야가 축구 황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더 많습니다.

앞으로의 미래를 놓고 보면 포를란-스네이더르 보다는 비야에게 기대할 것이 더 많습니다. 포를란은 올해 나이 31세로서 전성기의 최절정 단계에 있는데다 전반적인 운동 신경이 떨어지기 시작할 나이 입니다. 스네이더르는 역대 챔피언스리그 2연패 클럽이 없었다는 점에서(유로피언십 제외) 올 시즌 유럽 제패 과정이 지난 시즌보다 험난할 것입니다. 한 번 막히면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는 단점은 경기를 지배하는 힘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활동량, 돌파보다 중원 장악에 초점을 모으는 성향이 월드컵 4강 우루과이와의 전반전, 결승 스페인전에서 독이 되고 말았습니다.

반면 비야는 바르사의 주축 선수로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리는 동기 부여가 작용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지닌 선수라도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 축구입니다. 바르사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인터 밀란의 아성에 무너졌지만 그동안의 저력을 놓고 보면 '세계 최고의 팀'으로 불러도 무방합니다.(더욱이 인터 밀란의 유로피언 트레블을 이끈 '스페셜 원' 무리뉴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로 떠났습니다.) 스페인의 남아공 월드컵 우승을 이끈 주축 선수들 중에 절반이 바르사 선수였던 것 처럼, 바르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 축구의 중심을 지키고 있습니다.

비야의 강점은 공격수로서 갖춰야 할 모든 능력을 소유했습니다. 골 결정력, 패싱력, 연계 플레이, 스피드, 문전 침투, 개인기,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를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몸의 민첩한 신경과 골 냄새를 자랑합니다. 팀이 부진한 상황에서 자신의 혼자 힘으로 경기를 지배하거나 이길 수 있는 개인 능력까지 소유했습니다. 이미 발렌시아에서 그것을 증명했고 스페인의 월드컵 우승 과정에서도 천부적인 개인의 역량을 발휘했습니다. 그럼에도 카카-호날두-메시에 비해 과소평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챔피언스리그에서의 꾸준한 성적이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발렌시아에 깊은 충성심을 나타냈지만, 발렌시아에 계속 머물기에는 물 그릇이 작았습니다.

그런 비야는 바르사에서 최전방 공격수 또는 왼쪽 윙 포워드로 활약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왼쪽 측면에서의 활약에 눈길을 끕니다. 비야가 월드컵에서 5골을 넣었던 경기는 공교롭게도 4-2-3-1의 왼쪽 윙어로 활약했습니다. 본선 1차전 스위스전, 4강 독일전, 결승 네덜란드전에서 골 침묵에 빠졌을때는 원톱의 위치에 있었고 특히 스위스-독일전 부진 여파가 컸습니다. 월드컵 이전까지는 원톱으로서 맹활약을 펼쳤지만 스페인이 본선 무대에서 상대팀들의 거센 견제를 받았고, 팀 전술이 중앙 위주에 쏠리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원톱의 비중이 축소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비야의 경쟁자였던 페르난도 토레스가 무득점으로 부진했던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비야는 다른 골잡이들 처럼 오로지 골을 노리는 공격수가 아닙니다. 동료 공격 옵션이 결정적인 골 기회를 노릴 수 있도록 문전 침투를 도와주거나 박스 안에서의 연계 플레이를 노리는 이타적인 성향을 겸비한 공격수입니다. 스페인의 유로 2008 우승 당시에는 타겟맨 토레스를 뒷받침하는 쉐도우로 활약하며 스페인 공격의 방점을 찍었습니다. 사비가 중원에서 패스에 초점을 맞추고 토레스가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를 흔들고 다녔다면 비야는 두 선수 사이의 공간에서 활발한 움직임과 척척 맞는 볼 배급을 자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는 4골을 넣으며 대회 득점왕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비야는 웬만한 공격수들 보다 도움 능력이 뛰어납니다. 2006/07시즌 프리메라리가 17도움을 기록했고 지난 시즌에는 10도움을 올리며 발렌시아 공격을 짊어졌습니다. 발렌시아보다 바르사의 전력이 강하고, 바르사에 막강한 공격 옵션들이 즐비함을 상기하면 올 시즌 독보적인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즐라탄-페드로-메시의 골 과정 또한 비야의 힘이 묻어나올 것이 분명합니다.

만약 비야가 바르사의 왼쪽 윙 포워드로 활약하면 골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쉬운 이점이 있습니다.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의 집중적인 압박을 받기보다는 측면이나 2선에서 활동적으로 움직이면서 동료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에 의한 골을 노릴 수 있습니다. 중앙보다는 측면이 상대 수비의 압박을 덜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즌 후반 메시에 의존했던 바르사의 공격 패턴도 비야가 왼쪽 측면에서 두드리면서 어느 한쪽에 치중하지 않아도 되는 공격 전개 효과를 얻게 됐습니다. 만약 최전방 공격수로 뛰더라도 2선으로 이동하여 페드로-메시의 문전 침투를 역을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위치에서든 자신의 기량을 맘껏 펼칠 것임엔 분명합니다.

또한 비야는 앞으로 A매치에서 2골을 넣으면 곤잘레스 라울이 보유한 스페인 선수 A매치 최다 골(44골) 기록을 새로 경신하게 됩니다. 스페인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우승을 경험했고 스페인 역대 최고의 공격수로 이름을 남기게 되면 훗날 한 시대를 풍미한 축구 스타로 기억 될 것입니다. 이미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을 경험한 만큼, 바르사에서 메시와 쌍벽을 이루며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면 세계 최고의 선수는 물론 축구 황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던 기세를 놓고 보면 그 꿈은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