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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EPL 우승 위해 홀딩맨 영입해야 한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유의 취약 포지션은 공격수입니다. 웨인 루니 이외에는 박스 안에서 골을 해결지을 수 있는 공격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즌 막판 루니가 발목 부상으로 신음하면서 첼시에게 역전 우승을 허용했던 것은 골 넣는 공격수의 부재가 아쉬웠던 대목입니다.

하지만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면 중앙 미드필더 또한 공격수와 더불어 취약 포지션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가용할 수 있는 중앙 미드필더 자원은 많지만 시즌 내내 기량을 믿고 기용할 수 있는 선수는 '냉정히 말해' 대런 플래쳐 한 명에 불과한 현실입니다. 플래쳐 또한 얼마전 현지 인터뷰에서 긱스-스콜스를 배우고 싶다고 했을 만큼, 시즌 내내 수많은 경기에서 맨유의 중원을 짊어지기에는 부담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

맨유 1군의 중원 옵션은 7명입니다. 플래쳐를 비롯해서 캐릭-스콜스-긱스-깁슨-안데르손-하그리브스 입니다. 하지만 캐릭은 지난 시즌 극심한 부진에 빠지면서 선덜랜드 이적설이 대두되고 있으며, 스콜스-긱스는 은퇴 시점이 얼마 안남은데다 후반전이 되면 체력이 떨어지고 활동 폭이 좁아지면서 수비력에 문제점을 드러냅니다. 깁슨은 중거리슛 이외에는 공수 양면에 걸쳐 어떠한 장점이 없으며 좀 더 발전이 요구되는 영건입니다. 안데르손은 2008/09시즌 부터 슬럼프에 빠진데다 십자인대 부상까지 겹쳤고, 하그리브스는 지난 5월 초까지 1년 8개월 동안 무릎 부상으로 결장했고 최근에 또 무릎을 다치면서 뉴캐슬과의 개막전 출전이 불투명합니다.

그런 맨유의 중원은 그동안 부진했던 캐릭-안데르손이 원래의 기량을 되찾아야 하는 과제에 놓였습니다. 캐릭은 지난 시즌 잦은 패스미스와 상대의 빠른 역습에 의해 뒷 공간을 쉽게 뚫리는 문제점이 있었고, 안데르손은 집중력 저하에 따른 연계 플레이 부족 및 타이밍을 끄는 롱패스가 아쉬웠습니다.(그리고 두 선수가 중앙 미드필더를 함께 맡으면 유독 호흡이 잘 안맞습니다.) 두 선수의 입지가 이적설과 맞물려 단단히 좁아진 현실이기 때문에 퍼거슨 감독의 신임을 다시 얻으려면 올 시즌에 분발하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더욱이 안데르손은 최소 9월 복귀가 예상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시즌 초반에는 캐릭이 중원에서 분전해야 합니다.

문제는 올 시즌에도 긱스-스콜스에게 기댈 가능성이 높습니다. 맨유는 그동안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긱스 또는 스콜스를 후반전에 교체 투입하여 중앙 미드필더로 투입하거나, 중요한 경기에서 선발 출전 시키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어떤 경기에서는 긱스-스콜스를 후반전에 모두 교체 투입하여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두 선수 모두 체력적인 문제점이 있지만 젊은 선수들이 경기를 풀어가는 노하우가 약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중원의 실마리 역할을 해야 합니다. 긱스는 왼쪽 윙어도 겸하지만 체력 때문에 시즌 내내 측면을 담당하기 힘든 한계가 있죠.

하그리브스의 거듭된 무릎 부상은 퍼거슨 감독의 중원 운용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퍼거슨 감독이 끈끈한 인내심과 끊임없는 신뢰를 통해 하그리브스를 믿었지만 선수 본인은 여전히 부상 악령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그리브스는 올 시즌을 끝으로 맨유와의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에 지난 두 시즌 동안 팀에 공헌하지 못했던 것을 메워야 하는 과제에 놓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플래쳐-캐릭-안데르손-긱스-스콜스-깁슨과 다른 유형의 전형적인 홀딩맨이자 부지런히 중원을 누비는 선수라는 점에서 맨유의 전력 손실이 큽니다.

그래서 맨유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새로운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해야 합니다. 하그리브스를 제외하면 홀딩맨이 없고, 이제는 하그리브스의 재기가 거의 불투명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좀 더 뚜렷한 전력 보강이 필요합니다. 라이벌 첼시가 홀딩맨 에시엔이 부상으로 복귀했고, 또 다른 홀딩맨인 발라크의 대체자로서 메이렐레스-하미레스-케디라-아난을 눈여겨 보고 있기 때문에 중원 보강에 힘을 쓰고 있습니다.(발라크는 지난 시즌 후반에 홀딩맨으로 전환했죠.) 맨유는 첼시보다 중원 자원이 두껍지만 시즌 내내 믿고 가용할 수 있는 옵션이 적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적생을 보강하려는 첼시의 행보는 맨유도 현 시점에서 필요한 부분입니다.

맨유는 첼시와 더불어 아난 영입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올해 24세의 아난은 노르웨이 클럽 로젠보리 소속의 홀딩맨으로서 2년 전 부터 맨유의 영입 관심을 받았던 선수입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가나 대표팀의 8강 진출을 이끌었는데, 본선 5경기 모두 풀타임 출전하여 왕성한 활동량을 앞세운 세밀한 태클과 저돌적인 압박을 과시하며 에시엔의 부상 공백을 확실히 메웠습니다. '제2의 에시엔'으로 거듭난 아난의 존재감은 맨유 중원에 적지 않은 플러스 효과가 될 것입니다. 플래처가 아난의 홀딩에 힘입어 수비 부담을 느끼지 않고 지속적인 공격전개를 펼치면 공격 옵션들에게 많은 골 기회가 돌아갈지 모를 일입니다.

무엇보다 맨유는 과거의 로이 킨처럼 투쟁적인 컨셉을 자랑하는 중앙 미드필더가 없습니다. 하그리브스가 그 역할을 대신할 것으로 주목을 끌었고 안데르손이 '맨유판 다비즈'로 거듭날 것으로 보였으나 결과적으로는 실패였습니다. 그래서 아난을 데려오기 위해 첼시와의 영입 경쟁에서 승리해야 합니다. 2005년 4월 미켈을 영입했으나 계약상의 문제로 첼시로 내줬던 아쉬움을 이제는 아난 영입을 통해 완전히 해소해야 할 시점입니다.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열쇠는 아난 영입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