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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vs나이지리아, 관전 포인트 7가지는?

 

월드컵 원정 사상 첫 16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아르헨티나-그리스전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의 명암이 엇갈릴 수 있지만, 그래도 나이지리아를 잡아야 한국 축구가 월드컵 원정 무대에서 간절히 원했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23일 오전 3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더반에 소재한 모세스 마비다 스타디움에서 열릴 2010 남아공 월드컵 B조 본선 3차전 나이지리아전을 치릅니다. 지난 12일 그리스전에서 2-0 완승을 거두었으나 17일 아르헨티나전에서 1-4로 패하면서 간신히 B조 2위를 유지중이지만 확실한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나이지리아전 승리가 필요합니다. 남아공 월드컵 선전을 위해 4년을 준비한데다 아르헨티나전에서의 아쉬운 패배를 만회하려면 나이지리아전에서 후회없는 경기를 펼쳐야 합니다.

1. 냉정히 말해, 나이지리아는 B조 최약체

나이지리아는 아르헨티나에게 0-1, 그리스에게 1-2로 패했습니다. 1승 1패를 기록중인 한국-그리스의 승점이 3점이기 때문에 16강 진출 가능성의 틈이 열려있지만 2패를 안고 있어 현실적으로 16강 진출이 어렵습니다. 나이지리아 선수들의 개인 능력은 출중하지만 팀이 하나로 단합되지 못하면서 고질적인 조직력 결함을 드러냈습니다. 응집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월드컵 무대를 밟았기 때문에 경기를 이기겠다는 승리욕을 키우기가 힘들었고 그 결과는 2패로 이어졌습니다.

냉정히 말해, 나이지리아는 B조 최약체 입니다. 2패에 빠진 것도 원인이지만 조직력과 개인기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야쿠부-오뎀윈지-오빈나-우체-에투후 같은 선수들의 개인 능력이 팀에서 최대한 발휘되지 않는 것은 전술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에이스' 미켈이 부상으로 월드컵에 빠진 원인도 있지만 문제는 그 이전에도 유기적인 콤비 플레이가 부족했습니다. 골키퍼 에니에아마의 가공할 선방 능력, 센터벡 요보의 수비 능력 이외에는 월드컵 본선에서 어떠한 강점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 나이지리아의 현 주소입니다. 한국전에서 어떤 행보를 나타낼지는 의문이지만 아프리카 강호의 위용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2. 4-4-2를 통해 본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행보

한국은 나이지리아전에서 4-4-2 포메이션을 구사합니다. 아르헨티나전에서는 4-2-3-1을 구사했지만 나이지리아전은 이겨야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원래의 포메이션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특히 투톱에 박주영-염기훈을 배치할 예정인데, 아르헨티나전에서 왼쪽 윙어를 맡았으나 연계 플레이에 결함을 드러냈던 염기훈이 나이지리아전에서 투톱 공격수로 배치되는 것이 눈에 띕니다. 박지성-이청용이 좌우 측면에서 빠른 드리블 돌파로 상대 진영을 흔들어주면서, 염기훈이 2선과 박주영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고, 박주영이 나이지리아 수비수들과 공중볼 경합을 하면서 골을 노리는 것이 한국의 기본 전략 입니다.

나이지리아도 한국전에서 4-4-2를 활용할 예정입니다. 기존에는 4-3-3을 구사했으나 라예르베크 감독이 4-4-2를 선호하기 때문에 월드컵 직전에 열린 평가전에서 4-4-2를 실험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오바시-야쿠부-오빈나로 짜인 4-3-3을 구사했다면 그리스전에서는 야쿠부-오뎀윈지 투톱의 4-4-2를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4-3-3의 옷에 맞는 선수들이 그동안 몸에 익숙하지 않았던 4-4-2라는 옷을 월드컵 본선에서 착용하면서 답답한 경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오히려 조직력에 결함을 드러내면서 공수 밸런스가 무너지고 미드필더 장악이 힘들어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3. 한국의 돌파구는 빠른 역습과 볼 배급

나이지리아는 늦은 수비 전환 및 좌우 풀백들이 측면 뒷 공간을 자주 허용하는 고질적 약점이 있습니다. 한국은 공격 옵션들의 빠른 역습을 통해 나이지리아전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김정우나 기성용이 소유한 공이 박지성-박주영-염기훈-이청용쪽으로 전달되는 배급 속도가 빨라야 하며, 박지성-이청용이 좌우 측면 뒷 공간에서 위치를 선점하여 공격 기회를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 수비에게 읽히기 쉬운 패스보다는 대각선 패스와 2대1 패스, 원터치-투터치 패스를 통한 역습이 주효하면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타이밍이 빨라지면서 골 기회를 얻을 것입니다.

한국의 역습 전략은 그리스전 2-0 완승의 원동력이었고 본래 한국 축구는 역습이 강했습니다. 지난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연계 플레이 및 빠른 공수전환 부족으로 상대의 전방 압박에 말려드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전에서 공격쪽으로 전진하는 볼 배급이 빠르고 정확하게 연결된다면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를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이지리아는 아르헨티나전에서 베론-메시로 이어지는 킬패스를 차단하지 못했고 그리스전에서는 상대팀의 롱볼 공격에 대처하지 못하는 미숙함을 드러냈습니다. 미드필더진의 패싱력을 통해 공격을 전개하는 한국의 볼 배급에 있어 확실한 임펙트가 필요합니다.

4. 한국전이 걱정스러운 나이지리아

나이지리아는 한국전을 앞두고 부상 및 퇴장 선수의 공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습니다. 오른쪽 윙어 자원인 케이타가 그리스전에서 퇴장당하면서 나이지리아의 공격 전개가 어렵게 됐습니다. 케이타는 전형적인 윙어가 아닌 중앙 미드필더 자원으로서 나이지리아가 4-4-2로 전환함에 따라 측면으로 위치를 옮겼습니다. 그런데 케이타가 한국전에 결장하면서 하루나-에투후로 짜인 중앙 미드필더 조합이 볼 배급 역할을 해야 하는데, 하루나는 공격력이 아직 여물지 않은 미완의 대기이며 에투후는 풀럼에서 공격력에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낸 선수였습니다. 케이타의 공백은 오뎀윈지가 메울 가능성이 크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극심한 부진에 빠진 상태입니다.

지난 그리스전에서는 왼쪽 풀백 자원인 타이워-에치에일레가 동시에 부상을 당했습니다. 타이워가 후반 10분 오른쪽 사타구니 부상으로 교체되었고 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교체 투입했던 에치에일레가 후반 32분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지면서 아폴라비가 투입되는 악순환을 겪었습니다. 타이워와 에치에일레는 한국전을 앞두고 훈련에 참가했지만 얼마만큼 몸이 회복되었는지 의문입니다. 나이지리아 입장에서는 타이워의 선발 출전을 바라겠지만 측면 공격 전개를 즐기는 한국에게 먹잇감이 될 수 있습니다. 타이워의 매치업 상대인 이청용이 상대의 약점을 재치있게 간파하여 한국 공격에 힘을 실어줄지 주목됩니다.

5. 매치업 대결 (1) 염기훈vs오뎀윈지, 부진에서 탈출할까?

염기훈과 오뎀윈지는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공격 옵션 중에서 가장 부진한 선수들입니다. 두 선수 모두 투톱 공격수와 윙어를 소화할 수 있으며 현란한 발재간과 드리블 돌파를 즐기는 성향이지만 월드컵 본선에서는 똑같이 연계 플레이에 약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공격력은 염기훈과 오뎀윈지의 활약 여부에서 좌우 될 가능성이 큽니다. 두 선수 모두 자국 대표팀의 승리를 위해 분발해야 하며 그동안의 부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우선, 염기훈은 박주영과 투톱 공격수로 선발 출전합니다. 나이지리아가 수비력에 약점이 있지만 아프리카 특유의 탄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부지런한 움직임만으로 승부를 걸기에는 힘이 부칩니다. 쉐도우로서 동료 선수들과 간격을 좁혀 연계 플레이를 유도하고 전방쪽으로 날카로운 패스를 올려 공격의 시발점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뎀윈지는 자신감부터 되찾아야 합니다. 월드컵 이전까지 나이지리아 선수들 중에서 가장 역동적인 플레이를 펼쳤지만 정작 본선 무대에서는 무기력한 공격력을 거듭중입니다. 하지만 아프리카 선수 특성상 한 번 분위기가 오르면 거침없이 몰아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한국 수비수들이 철저하게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6. 매치업 대결 (2) 이동국vs야쿠부, 미들즈브러 출신들의 만남

이동국과 야쿠부는 2007년 1월 부터 5월까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현재 챔피언십 소속)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관계였습니다. 이동국이 2007년 1월 미들즈브러에 입단했고 야쿠부가 2007년 5월을 끝으로 에버턴에 이적했습니다. 당시 야쿠부는 비두카와 함께 미들즈브러의 공격을 짊어졌으며 이동국은 두 선수의 백업 역할을 했던 공격수 였습니다. 비록 이동국은 미들즈브러에서 실패하여 국내로 돌아왔지만 야쿠부와의 재회가 반가울 것이며 야쿠부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대결에서는 이동국이 후반전 조커 출전을 노리며 야쿠부는 나이지리아 부동의 골잡이로서 한국 골문을 겨냥합니다. 당초 이동국은 나이지리아전 선발 출전이 예고되었으나 허정무 감독이 스피드에 문제가 있는 상대의 수비 약점을 간파하기 위해 염기훈으로 변경했습니다. 하지만 이동국은 강력한 한 방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아르헨티나전에 이어 나이지리아전에서 교체로 출전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야쿠부는 올 시즌 장기 부상 후유증으로 예전보다 골 생산이 주춤하는데다 월드컵 본선 2경기에서도 골이 없었습니다. 강력한 포스트플레이와 몸싸움을 자랑하는 선수로서 한국 수비의 견제를 이겨낼지 주목됩니다.

7. 매치업 대결 (3) 박주영vs하루나, 오늘 만큼은 '동료가 아닌 적'

박주영과 하루나는 프랑스리그 AS 모나코에서 한솥밥을 먹는 선수들입니다. 박주영이 모나코의 주전 원톱으로 뛰고 있다면 하루나는 박주영의 보조 역할을 하는 공격형 미드필더 입니다. 모나코의 공격을 책임졌던 두 선수의 만남에서는 경기 당일 만큼은 '동료가 아닌 적'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공격을 짊어지는 역할을 맡고 있어 어깨가 무겁습니다. 박주영은 한국의 타겟맨으로서 나이지리아의 골문을 겨냥하며 하루나는 미켈의 부상 공백을 메우는 플레이메이커로서 에투후와 함께 중앙 미드필더에 포진됩니다.

무엇보다 박주영과 하루나에게는 이번 경기가 중요합니다. 두 선수 모두 빅리그 진출을 위해 월드컵 본선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하루나는 나이지리아의 16강 진출이 거의 물거품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본선 마지막 경기인 한국전에서 사력을 다해 뛰어야 합니다. 팀의 조직력이 모래알처럼 뭉쳐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20세의 어린 선수로서 힘든 경기를 치르겠지만 자신의 성장을 위해 극복해야 합니다. 반면 박주영은 프리미어리그의 러브콜을 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나이지리아전 맹활약이 필요합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자책골을 허용한데다 이번 대회에서 몇 차례 골 기회를 놓쳤던 불운을 나이지리아전에서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