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월드컵 원정 사상 첫 16강 진출을 달성하려면 23일 오전 3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나이지리아전에서 무조건 이겨야 합니다. 한국이 나이지리아전에서 최소한 비기고 아르헨티나가 그리스를 상대로 승리하면 B조 2위로 16강에 올라서게 됩니다. 하지만 2패를 당한 나이지리아는 3전 전패를 면하기 위해 한국전에서 사력을 다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나이지리아와 남아공이 아프리카 국가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이지리아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나이지리아의 요주인물 5명과 공략법 5가지를 정리했습니다.
-나이지리아의 요주인물 5명은?-
(1) 아예그베니 야쿠부(에버턴, 28세, 공격수)
야쿠부는 2007년 미들즈브러에서 활약하던 시절 이동국의 동료로 유명했던 공격수 였습니다. 탄탄한 체격(183cm/83kg)에 아프리카 특유의 탄력을 지녔습니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포츠머스-미들즈브러-에버턴에서 많은 골을 넣었으나 올 시즌 부상 후유증에 시달려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아르헨티나전과 그리스 전에서는 강력한 포스트플레이와 몸싸움을 앞세워 나이지리아 중앙 공격의 물꼬를 틀으며 변함없는 파워를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두 경기에서 유효 슈팅이 1개에 그친데다 패스 정확도가 떨어져 동료 선수와의 연계플레이가 떨어지는 문제점을 남겼습니다.
(2) 빈센트 에니에아마(하포엘 텔 아비브, 28세, 골키퍼)
에니아에마는 한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입니다. 아르헨티나전과 그리스 전에서 각각 1골과 2골을 허용했으나(아르헨티나전 1골은 FIFA가 오심으로 판정) 경기 종료 후 FIFA 공식 홈페이지로 부터 '맨 오브 더 매치'를 받았습니다. 아르헨티나 전에서 6개, 그리스 전에서 8개의 세이브(선방)를 기록할 만큼 빠른 순발력과 동물 같은 반사 신경을 앞세워 상대팀의 무수한 슈팅을 막아냈습니다. 특히 그리스 전에서는 카이타가 퇴장 당하는 어려움 속에서 여러 차례 슈팅을 선방했고 '간신히' 2실점만 내줬을 뿐입니다. 무엇보다 아스날이 영입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3) 조셉 요보(에버턴, 30세, 센터백)
요보는 노련한 수비력을 자랑하는 센터백으로서 월드컵 본선에서는 시투와 함께 뒷문을 책임졌습니다. 아르헨티나 전에서는 '한국전 3골' 이과인을 봉쇄하는데 성공했으며 그리스 전에서는 게카스의 발을 묶는 활약을 펼쳤으나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습니다. 특히 그리스전 종료 후에는 잉글랜드 <스카이스포츠>로 부터 팀 내에서 가장 높은 평점(8점)을 받았습니다. 188cm의 장신을 앞세운 공중볼 처리와 강력한 몸싸움, 세밀한 태클 기술을 자랑하는 파이터형 센터백이며 좀처럼 파울을 허용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나이지리아 수비진의 중심이자 8년의 프리미어리그 경험을 자랑하는 선수로서 박주영-이동국이 힘과 높이에서 제압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4) 루크만 하루나(AS 모나코, 20세, 공격형 미드필더)
하루나는 우리들에게 '박주영 동료'로 알려진 AS 모나코의 공격형 미드필더 입니다. 올 시즌 네네-알론소와 함께 2선 미드필더를 맡아 원톱 박주영을 보조했으나 시즌 후반에 활동 폭이 좁아지고 지구력이 떨어지면서 박주영의 고립을 부추겼습니다. 정확한 패싱력으로 유기적인 콤비 플레이를 엮어내면서 공격 조율을 하는 플레이메이커 성향으로서 월드컵 본선에서는 에이스였던 미켈의 무릎 부상 공백을 메우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전에서 4-3-3의 공격형 미드필더, 그리스 전에서 4-4-2의 중앙 미드필더를 맡았으며 패스 플레이 위주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AS 모나코에서와 달리 활발한 기동력을 뽐냈으나 과감한 공격 침투가 부족했습니다.
(5) 피터 오뎀윈지(로크모티프 모스크바, 29세, 공격수)
오뎀윈지는 빠른 스피드와 감각적인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를 제끼는 나이지리아 최고의 테크니션 입니다. 하지만 미켈의 무릎 부상 공백을 메울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를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지난 두 경기에서 폼이 좋지 못했습니다. 아르헨티나 전에서 후반 14분 교체 투입 되었으나 16개의 패스 중에 7개만 성공하는 효율성 부족을 드러냈고 그리스 전에서는 야쿠부와 투톱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상대 수비수들의 힘 싸움 열세로 최전방에서 고립된 끝에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됐습니다. 한국전 선발 출전 가능성을 속단할 수 없지만 스리톱에서 투톱으로 변화된 공격에 적응하지 못한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나이지리아전 공략법 5가지는?
(1) 나이지리아의 느린 수비 전환을 노려라
나이지리아는 공격 성향의 경기를 펼치지만 미드필더와 좌우 풀백의 수비 전환이 늦는 단점이 있습니다. 최근 평가전 및 그리스 전에서는 4-3-3에서 4-4-2를 쓰면서 선수들 간의 호흡이 맞지 않는 불안함이 나타났습니다. 그동안 조직력이 좋지 않은 약점이 있었는데 이번 월드컵 본선에서 극복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국 선수들은 박지성-이청용으로 짜인 좌우 윙어들의 빠른 발을 통한 역습으로 좌우 풀백들의 뒷공간을 공략하여 골 기회를 잡아야 합니다. 특히 나이지리아의 왼쪽 풀백 타이워-에치에질렌이 그리스전 부상으로 한국전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이청용에게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2) 나이지리아를 심리전으로 제압하라
나이지리아는 지난 그리스 전에서 감정 기복이 심한 약점을 노출했습니다. 전반 32분 카이타가 토로시디스에게 발길질을 하여 퇴장 당했습니다. 그래서 수적 열세로 경기력이 떨어지더니 그리스에게 2골을 내주고 1-2로 역전패를 범했습니다. 또한 아프리카 선수들이 감정 기복이 심한 공통점이 있어 한국이 심리전으로 제압할 수 있는 이점이 작용할 것입니다. 나이지리아의 공격을 끊기 위해 전방압박을 가하여 상대의 공격 흐름을 무너뜨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도 압박의 강도를 높여서 상대팀이 무기력한 공격을 펼쳐 조급한 심리를 유도하여 경기 분위기를 무너뜨리는 쪽으로 유도해야 합니다.
(3) 지역방어를 강화하라
나이지리아는 공격 옵션들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라예르베크 감독 부임 이후에는 하루나-에투후로 짜인 중앙 미드필더들의 패스 플레이를 통해 조직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서로 호흡이 맞지 않아 박스 안쪽으로 볼을 배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타겟맨 야쿠부가 박스 바깥에서 볼을 터치하는 경향이 많으며 그 과정에서 부정확한 패싱력을 노출했습니다. 이에 한국 수비는 대인방어보다는 지역방어를 통해 협력 수비를 강화하여 상대팀의 볼 배급을 끊고 빠른 볼 처리를 통해 전방 쪽으로 볼을 배급하여 골 기회를 엮어내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4) 김정우의 맹활약이 필요하다
적어도 중원 대결에서는 한국이 우세를 점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은 박지성-김정우-기성용-이청용으로 짜인 미드필더들의 호흡이 견고하고 단단하지만 나이지리아는 롱볼과 패스 게임 및 4-4-2와 4-3-3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으며, 미켈의 월드컵 불참 및 케이타의 그리스전 퇴장 공백, 풀럼에서 공격력에 고질적인 문제점을 드러낸 에투후의 문제점까지 미드필더진이 어지러운 상황입니다. 나이지리아 허리를 초토화시키기 위해서는 '살림꾼' 김정우의 존재감이 필요합니다. 투지 넘치는 수비력과 왕성한 지구력을 앞세워 상대 공격을 확실하게 차단하여 기세 싸움에서 우세를 점해야 합니다.
(5) 이른 시간 선제골에 승부를 걸어라
한국은 그리스 전에서 전반 7분 이정수의 기습 선제골로 손쉽게 경기를 리드한 끝에 2-0 완승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그리스가 1-0 이후에 잠그는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한국이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는 승부수를 띄웠던 것입니다. 이 전략은 나이지리아전에서도 필요합니다. 아프리카 선수들은 한 번 리듬을 타면 걷잡을 수 없이 공격을 몰아치지만 한 번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경기 종료까지 힘을 잃는 기복이 심한 특징이 있습니다. 지난 아르헨티나 전에서 전반 5분 에인세에게 골을 내준 이후 경기 흐름 싸움에서 밀려 0-1로 패했습니다. 한국이 나이지리아전에서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으면 공수 양면에 걸쳐 최상의 플레이를 펼쳐 16강 진출을 확정지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