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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 나이지리아를 이겨야 하는 10가지 이유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 17일 아르헨티나전에서 1-4로 대패했습니다. 박주영의 자책골, 어설픈 수비 축구, 허정무 감독의 부족한 지략, 무기력했던 공격력 등 아쉬운 순간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에게는 나이지리아전이 남아 있습니다. 아직 16강의 희망이 있는데다 B조 2위를 기록중이기 때문에 더욱 힘을 내야 합니다. 오는 23일 오전 3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더반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나이지리아전에서 승리하면 16강에 진출할 것 입니다. 한국이 나이지리아를 이겨야 하는 10가지 이유를 정리했습니다.

1. 16강 진출 위해 무조건 이겨야 한다

나이지리아전은 한국이 월드컵 원정 사상 첫 16강 진출을 위해 무조건 이겨야 합니다. 아르헨티나전처럼 수비 축구를 하거나 아니면 1골 넣고 잠그는 경기를 펼치면 상대팀에게 뼈아픈 일격을 당할 것입니다. 나이지리아는 공격을 주무기로 삼는데다 공격적인 선수들이 즐비한 팀이지만 한국도 이겨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정면 승부를 펼쳐야 합니다. 축구는 상대팀보다 더 많은 골을 넣어야 승리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이제는 '골'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그동안 기복이 심했던 수비 조직력도 분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승전에서 우승을 노리고 있다는 심정으로 나이지리아전에서 승리를 쟁취해야 합니다.

2. 아시아 No.1 체면을 지켜야 한다

한국은 지난달 24일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2-0 완승을 거두면서 아시아의 No.1임을 입증했습니다. 월드컵 최종 예선을 통해 사우디-이란 같은 중동의 강호들을 물리쳤고 북한도 제압했습니다. 지난해 가을 호주와의 평가전에서는 3-1로 이겼고 일본도 꺾었습니다.(호주 축구가 아시아에 편입되었죠.) 그런데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이 좌절되고 일본이 16강에 진출하면 아시아 No.1으로서의 체면이 서지 않습니다. 더욱이 일본은 덴마크와 비겨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있습니다. 한국이 월드컵 무대에서 아시아 No.1의 자존심을 과시하려면 나이지리아를 물리치고 16강 고지에 올라야 할 것입니다.

3. 나이지리아전, 'K리그 흥행' 결정타 될 것

K리그는 월드컵 이후가 되면 구름 관중이 몰려오면서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특히 1998~1999년에 르네상스 시기를 보냈던 것은 프랑스 월드컵이 결정타 였습니다. 당시 한국은 1무2패로 부진했지만 여론에서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K리그에 관심을 가지자'고 이구동성 입을 모으면서 축구장을 찾는 분들이 많았고 2002년에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그러나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업적에 비해 2006년 독일 월드컵 16강 진출 실패라는 허무한 결과를 거두었고 K리그에 월드컵 특수가 없었습니다. 만약 나이지리아전 승리로 16강 진출에 성공하면 축구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K리그 흥행을 몰고 올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할 것입니다.

4. 나이지리아전, 한국 축구의 인식이 달린 문제

한국 축구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원정 첫 16강에 진출할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2년 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무기력한 경기 내용 끝에 '축구장에 물채워라'라는 국민적인 질타를 받았습니다. 만약 나이지리아전 패배로 본선에서 탈락하면 적지않은 후유증에 직면할지 모릅니다. 축구에 대한 관심을 끊거나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는 분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축구에 대한 몇몇 기업 및 사회적인 투자가 끊기거나 축소 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한국 축구가 2002년에 이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짜릿함을 안기는 스포츠임을 재확인하려면 16강에 진출해야 합니다. 나이지리아전은 한국 축구의 인식이 달린 문제입니다.

5. 박주영에게 나이지리아전은 명예회복의 기회

지금까지의 박주영을 놓고 보면 월드컵과 운이 없는 선수 같습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스위스전에서 무기력한 공격을 펼친끝에 여론에서 '축구 천재 맞아?'.,'거품이다'는 쓴소리를 들었고 지난 그리스전에서는 경기 내용에서 평균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도 몇 차례 결정적인 골을 놓쳐 일부 팬들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전에서 자책골을 헌납하면서 1-4 패배의 책임을 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2014-2018년 월드컵에서 한국의 공격을 짊어질 박주영의 무궁한 가치를 생각하면 더 이상의 월드컵 불운은 없어야 합니다. 박주영에게 나이지리아전은 멋진 골을 넣으며 한국의 진정한 해결사로 떠오르는 명예회복의 기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6. 박지성-이영표의 마지막 월드컵, 해피엔딩 되기를

2000년대 한국 축구의 공격과 수비의 아이콘으로 활약했던 박지성과 이영표는 사실상 남아공 월드컵이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입니다. 박지성은 2011년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헌납하며 이영표는 올해 33세이기 때문에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뛰기에는 체력적인 힘이 부칩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유럽 무대에서 한국 축구의 우수함을 세계에 과시했던 두 선수의 마지막 월드컵이 씁쓸하게 끝나지 않으려면 나이지리전 승리를 이끌어야 합니다. 우리들의 축구 영웅인 황선홍과 홍명보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을 통해 멋진 이별을 했듯, 박지성과 이영표의 마지막 월드컵은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기원합니다.

7. 안정환-이동국, 그들도 월드컵을 멋지게 즐길 자격 있다

안정환과 이동국의 대표팀 합류는 그동안 여론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두 선수가 오랫동안 한국 공격수의 정상 자리에 있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안정환은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을 비롯한 각종 국제 경기에서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고 이동국은 시련과 영광을 수없이 반복했지만 그 세월만큼 공격력이 날카로워졌습니다. 또한 이동국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네덜란드전 이후 월드컵 무대를 밟기까지 12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10년 넘게 한국 축구의 스타 플레이어로 활약했던 두 선수도 월드컵을 멋지게 즐길 자격이 있습니다. 나이지리아전 승리를 공헌할지 주목됩니다.

8. 솔직히 나이지리아는 그리스보다 약하다

한국과 상대할 나이지리아의 남아공 월드컵 행보는 실망스럽습니다. 아르헨티나-그리스전에서 모두 패하면서 16강 진출이 사실상 좌절되었고 특히 그리스전에서는 케이타의 퇴장이 빌미가 되어 1-2로 역전패를 당했습니다. 나이지리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조직력 부재입니다. 4-3-3과 4-4-2 사이에서의 혼란 및 공격 옵션 개인 역량에 의존해 유기적인 콤비 플레이가 부족한 것, 좌우 풀백들의 불안한 수비력 등 공수 양면에 걸친 조직력이 허술합니다. 축구가 팀 스포츠임을 상기하면 나이지리아의 전력은 그리스보다 더 약하다고 봐야 합니다. 한국은 그리스를 2-0으로 제압했기 때문에 나이지리아전에서 승리를 결정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9. 홍수환의 신화를 '더반에서' 재현해야 한다

나이지리아전은 더반에서 열립니다. 그런데 올드 스포츠 팬들이라면 더반이라는 도시 이름이 익숙하실 겁니다. 권투 스타 홍수환은 1974년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세계복싱협회(WBA) 벤텀급 타이틀매치에서 아놀드 테일러를 15라운드 혈투 끝에 제압하고 세계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승리 직후 어머니와의 국제통화 도중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라는 한마디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유행어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당시 홍수환은 더반에서 한국 권투 사상 첫 외국 원정에서 챔피언을 달성했는데 공교롭게도 한국 축구는 나이지리아전에서 월드컵 원정 사상 첫 16강 진출을 꿈꾸고 있습니다. 태극전사들이 홍수환의 신화를 더반에서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10. 7월에도 월드컵하자!

한국 축구는 지금까지 월드컵 본선에 8회 출전했지만 단 한 번도 7월에 경기한 적이 없었습니다. 월드컵 대회가 6월 안으로 끝났거나 7월까지 열렸던 몇몇 대회에서 본선 탈락했기 때문에 7월에 월드컵 경기를 치르지 못했습니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던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대회가 5월 31일 부터 6월 30일까지 열렸기 때문에 7월에 경기를 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은 8강부터 7월에 열립니다. 한국이 나이지리아전 승리로 16강에 오르고, 16강을 거쳐 8강에 진출하면 월드컵 출전이래 최초로 7월에 월드컵을 치릅니다. 2년 전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팬들이 "가을에도 야구하자!"고 외쳤듯, "7월에도 월드컵하자!"고 염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