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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독일-잉글랜드, 우승 후보들의 굴욕 원인은?

 

남아공 월드컵의 화두는 '이변' 입니다. 다크호스 또는 약팀으로 꼽혔던 팀들이 우승후보를 제압하거나 비기는 쾌거를 거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와 동시에 몇몇 우승 후보들은 이렇다할 힘을 쓰지 못하면서 자국팬들을 실망시키고 있습니다. 스페인은 그동안 A매치에서 패한적이 없던 스위스에게 0-1로 패했고 프랑스는 1무1패로 탈락 위기에 몰렸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독일과 잉글랜드 였습니다.

독일은 18일 저녁 8시 30분(이하 한국시간) D조 본선 2차전 세르비아전에서 0-1로 패했습니다. 전반 36분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놓인 뒤 1분 만에 밀란 요바노비치에게 결승골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잉글랜드는 19일 오전 3시 30분 C조 본선 2차전 알제리전에서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습니다. 골키퍼 데이비드 제임스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90분 동안 무기력한 공격을 거듭하는 졸전을 펼쳤습니다. 두 팀 모두 우승후보라는 평가를 무색케 했던 경기였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독일-잉글랜드, 왜 부진했나?

독일의 패배는 클로제의 퇴장이 결정타 였습니다. 클로제는 전반 36분 하프라인에서 스탄코비치의 돌파를 막으려다 백태클을 날리며 경고를 받았습니다. 경기 초반 경고까지 겹쳐 결국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습니다. 독일은 클로제의 퇴장 이전까지 65%를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으나 그 이후 요바노비치에게 골을 허용하면서 경기 흐름을 상대팀에게 빼앗기는 무기력함을 거듭했습니다. 이날 경고 카드가 9장이 나오면서(클로제 2장 포함) 두 팀 모두 거친 경기를 펼쳤는데(독일 5장, 세르비아 4장) 특히 클로제는 카드 관리에 실패하면서 팀 전력에 손해를 끼쳤습니다. 무엇보다 스탄코비치에 대한 백태클은 무모했습니다.

클로제가 빠진 독일은 4-5-0 포메이션을 구사하면서 공격수 없는 경기를 치렀습니다. 공격형 미드필더 외칠이 밑선으로 내려가면서 포돌스키-뮬러로 짜인 좌우 윙어들이 전방 측면으로 올라오는 형태였습니다. 그래서 외칠의 대각선 패스가 포돌스키에게 향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포돌스키의 과감한 공격 침투를 통해 이바노비치의 뒷 공간을 공략하는 것이 독일의 작전 이었습니다. 뮬러가 콜라로브에게 봉쇄당했기 때문에 외칠을 통한 볼 배급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고 감각적인 패스들이 여럿 속출했습니다.

문제는 포돌스키의 골 결정력 부족 이었습니다. 후반 14분과 15분에 왼쪽 공간에서 슈팅을 날렸으나 모두 골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후반 17분에는 페널티킥 키커로 나섰으나 왼발 슈팅이 골키퍼 스토이코비치의 선방에 걸리는 불운에 시달렸습니다. 페널티킥이 빨랫줄처럼 향하지 않고 마치 땅볼을 보는 것 처럼 낮게 깔렸고 속도도 느렸습니다. 왼발을 공에 디딜때의 발힘이 약했고 킥도 부정확 했습니다.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2골에 그쳐 득점력 부족에 시달렸던 골 결정력 불안이 월드컵 본선에서까지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래서 독일은 동점골을 넣기 위해 후반 25분 뮬러-외칠을 빼고 마린-카카우를 투입했고 32분에는 왼쪽 풀백 바드슈투버를 빼고 공격수 고메즈를 투입해 4-2-3으로 전환하는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포돌스키-카카우-고메즈로 짜인 스리톱에 케디라-마린이 허리를 구성하고 슈바인슈타이거를 왼쪽 풀백으로 내렸으나 오히려 공격의 맥이 끊어지는 악순환에 빠졌습니다. 패스 플레이를 유도하며 독일의 공격 분위기를 고조시켰던 외칠이 빠지면서 미드필더진에서 공격진으로 연결되는 패스가 끊기거나 패스 활로를 찾지 못하는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후반 중반보다 공격력이 저하되면서 동점골을 넣으려는 분위기를 스스로 찬물을 퍼붓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독일의 또 다른 패인은 왼쪽 풀백 바드슈투버가 세르비아의 오른쪽 윙어를 맡은 크라시치 봉쇄에 실패했습니다. 전반 37분 요바노비치에게 결승골을 내준 패인이 크라시치의 오른쪽 크로스를 허용하고 말았죠. 여러차례의 드리블 돌파와 패스-크로스를 허용하면서 뒷 공간을 공략당하더니 세르비아의 역습 기회를 열어주는 불안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올해 21세의 선수이자 지난달에 A매치 데뷔전을 치렀던(A매치 출전 4회) 영건이지만 경험 부족의 한계를 이기지 못했고 바이에른 뮌헨에서 드러났던 순발력 약점이 '발 빠른' 크라시치를 막지 못했던 원인이 됐습니다.

그리고 잉글랜드는 알제리전에서 90분 동안 지루한 경기를 펼친 끝에 0-0으로 비겼습니다. 전체 슈팅 15-11(개), 패스 시도 606-533(개, 패스 성공 463-384), 패스 성공율 76-72(%)로 앞섰으나 유효 슈팅에서 9-10(개), 점유율 48-52(%)로 근소하게 뒤졌습니다. 골을 넣기 위해 공격적인 흐름을 유지하려고 했으나 점유율에서 완전한 장악을 하지 못했고 상대 골문을 위협한 슈팅도 시도한 것에 비해 위력적이지 못했습니다. 지난 미국전에서의 답답한 공격력이 알제리전에서 되풀이 된 것입니다.

잉글랜드의 문제는 미드필더진에 있었습니다. 미국전에서는 배리가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램퍼드-제라드가 중앙 미드필더를 맡았지만 공격 템포가 한 박자 느려지면서 상대팀에게 공격 패턴이 읽히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알제리전에서는 배리가 복귀하면서 제라드가 왼쪽 윙어로 내려갔지만, 오히려 제라드가 왼쪽 측면 보다는 중앙 성향의 활동 반경을 나타내면서 램퍼드-제라드 조합의 문제점이 되풀이되고 말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배리와 제라드가 각각 20개, 19개의 패스 미스를 범하면서 공격이 계속 끊어지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루니의 부진은 심각합니다. 지난 3월 무릎 및 발목 부상에 시달린 이후 아직까지 맨유와 잉글랜드 대표팀을 포함해서 단 1골도 넣지 못했습니다. 월드컵 유럽 예선 9경기에서는 9골을 넣는 가공할 공격력을 과시했으나 최근 A매치 7경기 연속 무득점에 빠지면서 극심한 골 부진에 시달렸습니다. 올 시즌 맨유에서 거의 매 경기에 선발 출전하면서 무릎 및 발목에 이상이 찾아왔고 여기에 피로누적까지 겹치면서 폼이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골 뿐만이 아니라 움직임, 패싱력, 연계 플레이 등에서도 이렇다할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면서 잉글랜드 공격력 부진을 키우고 말았습니다.

공격력 불안은 루니 파트너로 활약했던 헤스키도 마찬가지 입니다. 알제리전에서 31개의 패스 중에 18개만 성공하는(패스 정확도 : 58.2%) 부정확한 볼 배급을 남발하고 말았습니다. 미드필더 및 루니와의 짧은 패스를 통해 볼 배급의 정확성을 키웠으나 간격이 길은 패스들이 끊어지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전형적으로 골을 잘 넣는 공격수가 아니어서 루니의 득점력 부진을 해소하기에 부적절합니다. 후반 29분 헤스키를 대신에 교체 투입했던 디포도 공격에서 이렇다할 실마리를 풀지 못해 최전방에 고립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베컴의 존재감을 대신할 수 있는 오른쪽 윙어의 활약도 아쉽습니다. 레넌은 이날 경기에서 상대 수비의 발에 묶이면서 공격에 활끼를 띄지 못했습니다. 물론 베컴은 부상으로 월드컵에 불참하기 이전까지 교체 멤버로 활약했으나 경기에 출전하면 날카로운 오른발 패스 및 크로스, 킥을 통해 효율적인 공격을 이끌었는데 지금의 스쿼드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잉글랜드는 좌우 윙어들이 측면에서 힘을 못쓰는데다 중앙에서 패스 미스를 남발하거나 공격 템포가 한 박자 느리고, 최전방까지 골을 해결짓지 못하면서 총체적인 공격력 불안에 직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