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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vs아르헨티나, 관전 포인트 7가지는?

원정 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을 위한 중요한 경기입니다.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와의 격돌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이 열세지만 지금의 분위기를 놓고 보면 이변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그리스전에서 최상의 전력으로 최고의 경기력을 뽐낸 만큼 아르헨티나전이 기대됩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17일 저녁 8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에 소재한 사커 시티에서 열리는 2010 남아공 월드컵 B조 본선 2차전에서 아르헨티나와 맞붙습니다. 한국은 지난 1차전에서 그리스를 2-0으로 제압했고 아르헨티나는 나이지리아를 1-0으로 물리치면서 서로 1승을 챙긴 상태입니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팀은 16강 진출이 거의 확정되었기 때문에 두 팀 모두 팽팽한 접전을 펼칠 것입니다.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과연 한국이 아르헨티나를 꺾는 파란을 일으킬지 주목됩니다.

1. 강팀이 고전하는 남아공 월드컵, 한국의 이변 가능할 것

남아공 월드컵 본선 1차전에서는 강팀의 명불허전 보다는 다크호스 혹은 약팀의 선전이 눈부셨습니다. 우루과이가 프랑스를 0-0으로 비겼고, 나이지리아가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했던 아르헨티나에게 1골만 허용했고(그 1골도 FIFA가 오심이라고 공식 인정), 미국이 잉글랜드와 1-1로 비겼고, 가나가 D조 1위로 예상되었던 세르비아를 1-0으로 물리치고, 3전 전패가 유력했던 일본이 카메룬을 1-0으로 눌렀고, FIFA 랭킹 105위 북한이 1위 브라질에게 1-2로 패했으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저력을 선보였고, 스위스가 우승후보 스페인을 1-0으로 제압하는 이변을 일으켰습니다.

그 이유는 강팀들이 월드컵 본선보다는 토너먼트에 초점을 모으기 때문입니다. 다크호스와 약팀은 16강 진출을 위해 필사적으로 뛰는데 강팀은 우승이 목표이기 때문에 본선 3경기를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여기에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인 자블라니는 가벼운 특징 때문에 감아차기 힘들며 볼 컨트롤이 힘든 단점이 있습니다. 볼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강팀 선수들이 자블라니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입니다. 아르헨티나의 메시가 나이지리아전에서 상대팀 선수를 돌파하는 과정에서 볼을 빠뜨리는 실수를 범했을 정도입니다. 강팀이 고전하는 남아공 월드컵의 흐름을 놓고 보면 한국이 아르헨티나를 제압하는 이변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모릅니다.

2. 한국의 고민, 박지성의 공격형 미드필더 배치

한국은 아르헨티나전에서 4-2-3-1 포메이션을 구사하면서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기로 했습니다. 아르헨티나가 강팀인데다 막강한 공격 옵션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미드필더들을 두껍게 배치하여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면서 빠른 역습을 가해야 합니다. 그 중심 역할을 맡을 선수가 박지성입니다. 박지성은 적극적인 수비 가담과 세밀한 커팅으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는데 능하며 유럽에서 '수비형 윙어'로 불릴 만큼 이미 수비력을 검증 받았습니다. 그리고 종적인 움직임과 종패스에 강하기 때문에 팀의 빠른 역습을 유도하여 골을 엮어낼 수 있는 능력까지 출중합니다. 맨유의 4-2-3-1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를 성공적으로 소화했던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표팀과 맨유는 엄연히 다른 팀입니다. 박지성이 맨유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활동 폭이 넓고 투쟁적인 성향을 지닌 원톱 루니와의 공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박주영입니다. 박주영은 올 시즌 AS모나코의 원톱으로서 맹활약을 펼쳤지만 최전방에서 스스로 공격을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공격형 미드필더 하루나(나이지리아전에서 맞붙을 선수)와 간격이 자주 벌어져 최전방에서 고립되는 장면이 많았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또한 왼쪽 윙어로 출전할 염기훈이 연계플레이가 떨어지는 것도 박지성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줄이려면 박지성을 비롯한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이 서로 간격을 좁히면서 오밀조밀한 공격패턴을 그려가야 합니다.

3. 베론의 결장이 아르헨티나에 미치는 영향

아르헨티나의 '중원 사령관' 베론은 지난 나이지리아전에서 왼쪽 허벅지 부상을 당하면서 후반 28분 교체 됐습니다. 아직까지 부상이 완쾌되지 않자 한국전 결장이 확정 됐습니다. 그동안 베론의 발끝에서 공격을 진행했던 아르헨티나의 공격력은 손실을 입게 됐습니다. 베론이 패스의 방향과 템포를 조절하면서 공격을 전개했기 때문에 그 흐름에 익숙했던 아르헨티나의 공격 옵션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겁니다. 어찌보면 허정무호에게 반가운 일이 될 수 있지만 아르헨티나는 선수층이 두껍고 모두가 즉시 전력감이기 때문에 베론 공백이 의외로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베론의 부상을 메울 적임자는 막시-파스토레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시는 베론과 달리 오른쪽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소화하기 때문에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무난한 활약을 펼칠지 의문이며 오른쪽 윙어로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21세 신예 미드필더인 파스토레가 베론의 공백을 메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파스토레는 지난달 25일 캐나다와의 A매치에서 데뷔전을 가지며 날카로운 전진패스와 수준급의 볼 키핑력, 유연한 공격 전개를 뽐내며 73분 동안 활약한 끝에 팀의 5-0 대승을 이끌었습니다. 이탈리아 팔레르모 소속으로서 올 시즌 세리에A에서 35경기 동안 3골 5도움을 기록했으며 공격력이 만개한 끝에 마라도나 감독의 부름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35세 베론보다 기동력이 있는데다 과감한 침투 능력을 자랑하지만 A매치 경험 부족이 흠입니다. 한국이 전방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아르헨티나의 파스토레 기용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4. 한국vs아르헨티나, 승부를 좌우할 슈퍼 조커는 누구?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자블라니 및 부부젤라의 영향, 수비축구의 강세로 인해 과거 대회보다 골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는 후반전에 투입해 팀의 승리를 결정지을 슈퍼 조커의 활약상에서 결정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선,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슈퍼 조커는 밀리토입니다. 원톱 이과인의 공격력이 유독 큰 경기에서 기복이 심했기 때문에 올 시즌 유럽 축구에서 가장 경이적인 골 냄새를 맡았던 밀리토가 한국 진영을 공략할 것입니다.(이과인 대신에 밀리토가 선발 출전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그리고 막시는 오른쪽 윙어로서 꾸준한 공격력을 발휘하며 팀 공격의 물꼬를 트는 활약을 펼쳤던 또 다른 슈퍼 조커 입니다.

반면 한국은 슈퍼 조커로 투입할 자원이 여럿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차두리입니다. 허정무 감독은 아르헨티나전에서 테베스를 봉쇄할 오른쪽 풀백으로 오범석을 낙점했기 때문에 차두리는 벤치에서 대기해야 합니다. 만약 오범석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며 지친 기색을 드러내면 차두리의 출전이 유력합니다. 만약 한국이 측면 공격으로 승부수를 띄우면 오른쪽 윙어로 투입할 수 있는데, 왼쪽에서는 김보경이 슈퍼 조커로서 승부를 결정지을 능력이 있습니다. 이승렬은 최근 평가전을 통해 슈퍼 조커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고 안정환-이동국 같은 노장 공격수들도 출격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록 최근에 폼이 떨어졌지만, 슈퍼 조커로서의 안정환 무게감은 막중할 것입니다.

5. 매치업 대결 (1) 박지성vs테베스, 절친 끼리의 맞대결

박지성과 테베스는 지난 시즌까지 에브라(프랑스 국적)와 함께 맨유의 절친으로 사이좋게 지냈던 선수들 입니다. 맨유의 센터백 퍼디난드가 "박지성-테베스-에브라는 마치 세 쌍둥이 같다. 샤워도 같이 한다"고 할 정도로 세 선수의 관계는 각별합니다. 비록 테베스가 지난해 여름 퍼거슨 감독과의 불화로 맨유의 지역 라이벌 맨시티로 떠나면서 같은 팀에서 한솥밥을 먹지 못하게 됐습니다. 두 선수는 지난해 9월 20일 맨체스터 더비 이후 9개월 만에 남아공에서 맞붙게 됐습니다.

하지만 월드컵에서는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주축 선수로서 우정을 접고 적으로 만나게 됐습니다. 아르헨티나전을 앞둔 박지성은 14일 기자회견에서 테베스의 맞대결에 대해 "싸우는 상대(테베스)에게 할 말이 없다. 테베스는 위협적인 상대지만 한 명의 선수보다 팀을 어떻게 봉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르헨티나를 이기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이에 테베스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박지성이 어떻게 뛰는지 잘 안다. 그를 막을 구티에레스에게 박지성 막는 법을 말하겠다"며 공개적으로 박지성을 경계했습니다. 조국의 승리를 위해 뜨거운 혈투를 펼칠 두 선수의 맞대결이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6. 매치업 대결 (2) 김정우vs메시, 너를 이겨야 내가 산다

'아르헨티나 에이스 메시는 나이지리아전에 이어 한국전에서도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할 전망입니다.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는 최전방에 고정된 형태의 투톱 공격수로 출전했으나 월드컵을 앞두고 마라도나 감독에게 포지션 변화를 요구하면서 2선으로 내려가게 됐습니다. 그동안 포지션 문제 때문에 대표팀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월드컵에서는 펠레-마라도나-호나우두-지단 같은 축구황제의 반열에 오르기 위한 맹활약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월드컵 우승이라는 동기부여가 있기 때문에 한국전에서 특유의 경이적인 공격력을 뽐내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입니다.

그런 메시의 꿈을 저지할 적임자는 김정우입니다. 악착같은 수비력과 강인한 투쟁심에 한층 업그레이드 된 지구력까지 가미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홀딩맨으로 떠올랐고 아르헨티나전에서 메시 봉쇄에 나설 것입니다. 비록 한국이 아르헨티나전에서 지역방어를 펼칠 예정이지만 포지션을 놓고 보면 김정우가 메시와 경합을 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메시는 중앙과 오른쪽 측면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선수여서 기성용보다는 김정우와의 볼 다툼이 많을 것입니다. 만약 김정우가 메시 봉쇄에 성공하면 한국이 아르헨티나를 꺾거나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으며, 메시가 김정우를 따돌려 결정적인 골 기회를 연출하면 아르헨티나의 승리 가능성이 커집니다.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최대 승부처는 '김정우vs메시'의 맞대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7. 매치업 대결 (3) 기성용vs마스체라노, 기라드와 제라드 동료의 만남

기성용의 별명은 기라드입니다. 평소에 제라드를 좋아하는데다, 제라드처럼 강력한 킥력과 정확한 패싱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자신의 성을 딴 기라드(기성용+제라드)라는 별명이 붙여졌습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제라드와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서 호흡을 맞췄던 마스체라노와 매치업 대결을 펼치게 됐습니다. 기성용이 중원에서 한국의 볼 배급을 담당한다면 마스체라노는 '마지우개'라는 별명 답게 기성용과 박지성의 공격을 차단하는 임무를 맡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마스체라노가 세계 최고의 홀딩맨으로 평가받고 있어 기성용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기성용은 마스체라노의 태클을 조심해야 합니다. 마스체라노는 특유의 활발한 움직임과 놀라운 투쟁심으로 무장하여 상대 공격을 거침없이 끊어내는 성향으로서 그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악명높은 홀딩 역량을 발휘했습니다. 터프한 수비를 펼치기 때문에 종적인 움직임을 즐기는 기성용이 타겟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마스체라노는 지난 3월 21일 맨유전에서 박지성 봉쇄에 실패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박지성은 좌우로 리버풀 중원을 흔들며 마스체라노의 견제를 따돌리더니 상대 중원 뒷 공간을 노려 공간을 창출했고 기성용도 이 같은 패턴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마스체라노가 지나치게 흥분하여 평점심을 잃는 특징을 기성용이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허정무 감독이 아르헨티나전에서 심리전을 예고한 것은 마스체라노의 약점을 노리겠다는 심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