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한 땀방울에 결코 배신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그동안 염원했던 목표를 달성하려면 철저한 준비를 통한 실력 향상이 중요합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는 것 처럼 적의 약점을 인지하고 철저히 공략해야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한국의 그리스전 완승은 철저한 준비에서 비롯된 '당연한 결과' 였습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포트 엘리자베스에 소재한 넬슨 만델라 베이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B조 본선 1차전 그리스전에서 2-0으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7분 이정수가 기성용의 프리킥 상황에서 기습적인 논스톱슛으로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 6분에는 박지성이 그리스 수비수 빈트라의 공을 빼앗아 왼발로 추가골을 성공시켜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특히 그리스의 느린 수비를 공략하기 위해 쉴세없는 빠른 문전 침투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린 것이 경기 내용에서 우세를 점하는 결정타가 됐습니다. 여기에 이정수가 전반 초반 세트 피스 상황에서 절묘한 선제골을 성공시키면서 경기 분위기를 장악할 수 있었습니다. 경기 내용 및 결과에서 우세를 점했던 한국의 승리는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월드컵 원정 첫 16강을 향한 허정무호의 출발이 순조롭습니다.
그리스의 허를 찌른 이정수의 기습 선제골
한국은 그리스전에서 4-4-2 포메이션을 구사했습니다. 정성룡을 골키퍼, 이영표-조용형-이정수-차두리를 포백, 박지성-김정우-기성용-이청용을 미드필더, 박주영-염기훈을 투톱에 배치했습니다. 4-4-2는 그동안 평가전에서 철저하게 단련되었던 포메이션이며 4-2-3-1보다 공격 숫자가 한 명 많기 때문에 그리스전을 이기겠다는 의지가 보였습니다. 올 시즌 K리그에서 슬럼프에 빠진 이운재 대신에 최근 기량이 급성장한 정성룡이 골키퍼를 맡은 것이 눈에 띱니다.
반면 그리스는 한국전에서 4-3-3을 들고 나왔습니다. 초르바스를 골키퍼, 토르시디스-빈트라-파파토풀로스-세이타리디스를 포백, 카라구니스-치올리스-카추라니스를 미드필더, 사마라스-게카스-하리스테아스를 스리톱에 배치했습니다. 모라스-키르기아코스 같은 수비수들이 부상으로 한국전 선발에 뛰지 못하면서 3백이 아닌 4백을 들고 나왔습니다.(FIFA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4-4-2로 소개했고 사마라스를 오른쪽 윙어에 배치했으나, 실제 선수 배치는 4-3-3이었으며 토르시디스와 세이타리디스는 좌우 풀백 자원입니다. 사마라스는 왼쪽 윙 포워드로 뛰었습니다.)
한국은 경기 초반 그리스에게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허용했습니다. 전반 2분 카라구니스의 오른쪽 코너킥이 토르시디스의 중거리슛으로 이어졌으나 공은 골대 바깥으로 향했고 4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사마라스에게 드리블 돌파를 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의 선제 공격도 잠시, 한국이 기습 공격에 성공했습니다. 전반 7분 기성용의 왼쪽 프리킥이 골문 정면으로 빨랫줄처럼 향했던 것이 이정수가 상대 수비수 사이로 파고들며 오른발로 공을 골문쪽으로 밀어내는 논스톱슛으로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그리스의 밀집 수비 사이에서 절묘하게 골을 넣은 이정수의 골은 선제골을 노리던 그리스의 허를 찌르기에 충분했습니다.
'빠른 공격 침투' 한국, 공수 양면에서 그리스를 압도했다
1-0으로 앞선 한국은 미드필더를 중심으로 패스 플레이를 펼치면서 볼 점유율을 60%로 끌어 올렸습니다. 밀집 수비를 펼치는 그리스 선수들을 앞쪽으로 끌어 내리면서 침투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도였습니다. 전반 13분에는 박주영이 오른쪽 후방에서 날아든 롱볼을 머리로 받아 이청용이 문전쪽으로 침투하여 슈팅을 노렸으나 공을 따내는데 실패했습니다. 1분 뒤에는 이청용이 골문 오른쪽으로 파고들었으나 뒷쪽에 있던 토르시디스 무릎에 의해 엉덩이쪽을 가격 당했으나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습니다. 명백한 파울이었으나 주심은 그 장면을 정확하게 보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전반 22분 역습 상황이 인상 깊었습니다. 김정우가 그리스 공격을 차단 시킨 상황에서 공을 잡아 하프라인쪽에서 그리스 진영쪽으로 과감히 드리블 돌파를 하면서 골문 앞까지 전진하여 상대 미드필더진을 단번에 뚫었습니다. 골문에서 박주영과 2대1 패스를 연결하면서 상대 수비수 뒷 공간을 뚫은 뒤 다시 박주영에게 패스를 연결하는 재치를 뽐냈습니다. 박주영의 부정확한 슈팅이 아쉬웠지만 그리스 수비에 부담을 주는 한국의 빠른 공격 침투가 좋았습니다. 여기에 차두리가 2선으로 전진하여 미드필더진과 패스 게임을 펼치고 박지성이 골문 오른쪽으로 침투하는 스위칭을 하면서 그리스의 기세를 무너뜨리는 작업이 쉴세없이 진행 됐습니다.
그동안 평가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포백은 그리스전에서 상당히 집중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사마라스-게카스-하리스테아스로 짜인 상대 공격수들의 간격이 벌어지기 위해 철저한 압박 수비를 펼치면서 상대를 끈질기게 따라 붙었습니다. 상대 공격수 중에서 누군가 공을 잡으면 다른 한 쪽에서 커버 플레이를 펼치면서 공격 기회를 허용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리스가 측면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을 펼쳤기 때문에 포백의 위치선정과 판단력이 중요했는데 상대에게 위험스런 공격 기회를 내주지 않으면서 미드필더진이 안정된 경기 운영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은 전반 30분 부터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장악하면서 그리스 진영에서 활발한 공격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8분 뒤에는 차두리가 그리스 진영 정면쪽으로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오버래핑을 펼치면서 상대팀 선수를 개인기로 제치고 박주영에게 패스를 연결하는 위협적인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반면 그리스는 한국의 빠른 침투에 흔들리면서 수비 부담이 커지더니 한국 선수들에게 거친 태클을 가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고 전반전 슈팅이 1개에 불과했습니다. 사마라스-하리스테아스를 통한 측면 공격이 풀리지 않으면서 롱볼을 날리는 답답함 끝에 전반전은 한국이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끝났습니다.
박지성 추가골, 철저한 수비...한국의 2-0 승리
한국에게 0-1로 뒤진 그리스는 후반 시작과 함께 카라구니스를 빼고 파차초글르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파차초글르를 홀딩맨으로 활용하고 카라구니스와 중원에서 호흡했던 카라구니스를 공격쪽으로 전진배치하면서 한국을 이기겠다는 공격적인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은 박지성의 공격 침투를 시작으로 전반전에 이어 후반전에도 스피드에 중점을 두는 공격을 펼치면서 상대 문전을 두드렸습니다. 후반 4분에는 기성용의 프리킥, 1분 뒤에는 염기훈의 오른쪽 코너킥이 이어지면서 1-0 리드 분위기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후반 6분, 박지성이 그리스 수비수들끼리 패스를 주고 받는 상황에서 빈트라가 소유하려던 공을 빼앗아 골문쪽으로 드리블 돌파했습니다. 그동안 맨유에서 종적인 움직임에 의한 역습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박지성의 역습은 한 치의 부족함이 없었고, 골키퍼와 정면으로 맞선 상황에서 왼발로 꺾어차는 슈팅을 날리면서 한국의 추가골을 성공 시켰습니다. 전반 초반에 이어 후반 초반에 골을 성공시킨 한국은 2-0으로 앞서면서 남아공 월드컵 첫 승 분위기를 마련했습니다.
한국의 리드에 눌린 그리스는 맥이 빠진 공격을 일관한 끝에 13분 사마라스를 빼고 살핑기디스, 15분 하리스테아스를 빼고 카페타노스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0-2으로 뒤진 상황에서 좌우 측면 공격을 책임지는 사마라스-하리스테아스를 질책성 교체시킨 그리스는 교체 카드 3장을 모두 썼지만 한국의 철저한 압박 수비를 뚫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그리스 골잡이 게카스는 조용형-이정수로 짜인 한국의 센터백들에게 봉쇄당하면서 공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후방에서 날아오는 롱볼를 받는 낙하 지점을 찾지 못해 그리스 공격이 번번이 끊어졌습니다.
반면 한국은 후반 20분 이전까지 단 한 명도 교체 시키지 않으면서 탄탄한 수비와 날카로운 공격을 과시했습니다. 그동안 순간적인 수비 집중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2-0으로 앞선 후반 중반에도 상대 공격을 막아내려는 자세가 투철했고 미드필더진이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면서 그리스에게 방심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특히 김정우는 상대 미드필더가 공을 잡으면 끈질기게 달라붙어 공격을 저지하는 살림꾼의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25분이 넘은 이후에는 그리스가 공격쪽으로 전진배치하여 세트 피스 기회를 허용했지만 철저한 수비 응집력 속에 결정적인 실점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후반 28분 기성용을 교체하고 김남일을 투입해 수비를 강화했습니다. 그리스 미드필더들이 한국 진영쪽으로 올라오면서 수비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2분 뒤에는 그리스의 왼쪽 크로스 상황에서 게카스가 시저스킥을 날린 것이 이영표가 온몸으로 공을 막아내면서 실점 위기를넘겼습니다. 오프사이드로 판정되었지만 이영표의 수비력이 인상 깊었습니다. 32분에는 토르시디스의 왼쪽 크로스를 김정우가 박스 중앙에서 직접 오른발로 걷어냈고, 1분 뒤에는 카추라니스가 박스 바깥에서 공을 소유할 때 차두리를 비롯한 세 명의 선수가 협력 수비 끝에 공격을 차단했습니다. 35분에는 게카스의 왼발 터닝슛을 정성룡이 오른손으로 펀칭하여 선방했습니다.
경기 종료 10분을 앞둔 상황에서는 좌우 측면을 통한 빠른 침투를 통해 추가골을 넣으려는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후반 39분에는 이청용이 골문 오른쪽에서, 1분 뒤에는 김정우가 왼쪽에서 빠른 타이밍에 의한 슈팅을 날리며 상대를 위협했습니다. 41분에는 박주영을 빼고 이승렬을 투입, 44분에는 이청용를 빼고 김재성을 투입하면서 시간을 벌은 끝에 2-0 승리를 확정 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