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32개국 참가국들을 비롯 한국 대표팀까지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 속출에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회 개막이 3일 남았기 때문에 부상 선수 속출에 대한 출전국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부상자 발생에 따른 전력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월드컵 성적에 영향을 끼칠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월드컵의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난 것입니다.
우선, 한국은 2년 넘게 붙박이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했던 조용형이 대상포진에 걸렸습니다. 지난 6일 저녁 왼쪽 다리에 피부 발진 및 통증을 호소했고 다음날까지 통증이 가시지 않게 된 것이죠.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아 투약중이지만 2~3일 정도 휴식을 취해야한다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회복이 늦을 경우 그리스전 활약에 지장이 따를것이 분명합니다. 그동안 많은 경기에 출전하면서 피로가 누적되었기 때문에 회복 속도가 빠를지는 미지수입니다.
허정무호가 조용형의 대상 포진에 노심초사하는 이유는 곽태휘의 무릎 부상 악령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곽태휘는 지난달 30일 벨라루스전 경기 도중 왼쪽 무릎을 다치면서 전치 4주 진단을 받아 대표팀에서 하차하는 불운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허정무호는 곽태휘의 탈락으로 믿고 쓸 수 있는 센터백 자원이 조용형-이정수에 한정되었으며, 곽태휘의 대체자로 올 시즌 K리그에서 극심하게 부진했던 강민수를 재발탁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 조용형까지 대상 포진에 시달리면서 수비 라인에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만약 조용형이 컨디션 저하로 그리스전에 빠지면 이정수-김형일 조합이 센터백을 맡게 됩니다. 문제는 두 선수 모두 집중력에 문제가 있습니다. 이정수는 전문 센터백이 아닌 한계 때문에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로 결정적 실점 위기를 초래하는 문제점이 있으며 김형일은 그동안 허정무호에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해 큰 무대에서 자기 역량을 유감없이 증명할지 의문입니다. 그렇다고 조용형을 무리하게 출전시키는 것은 악수입니다. 그리스전 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전이 있기 때문에 최상의 컨디션을 되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격진에서는 이동국이 부상으로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 될 뻔했습니다. 지난달 16일 에콰도르전 경기 도중 허벅지 부상을 당하면서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는데 그리스와의 본선 첫 경기 출전이 불투명했습니다. 그래서 허정무 감독이 최종 엔트리 발탁 여부를 두고 고민했으나 결국에는 남아공행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전에 풀타임 출전할 수 없어 상대 수비와의 파워에서 경합을 벌일 수 있는 공격 자원이 박주영 한 명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문제는 박주영도 부상 이후의 폼이 안좋습니다. 박주영은 올 시즌 AS모나코에서 3번의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것을 비롯해 안면 부상 및 팔꿈치 탈골까지 여러차례 부상에 시달렸고 지난 4일에도 팔꿈치가 또 탈골되고 말았습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지난 2월 햄스트링 부상 이후 8경기 연속 무득점에 빠진 상태에서 허정무호에 합류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4일 일본전에서 페널티킥 골을 넣었지만 4개월째 필드 골을 기록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골 뿐만이 아닙니다. 박주영이 부상 복귀 이후 움직임이 저하된 것이 문제입니다. 활동 폭을 넓게 잡지 못해 최전방에서 스스로 공격을 해결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올 시즌 초반과 중반에 모나코에서 최전방과 2선을 부지런히 오가며 네네와 콤비 플레이를 펼친 끝에 공격 포인트를 올렸을 때보다 움직임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시즌 후반 모나코에서 최전방에 고립되는 아쉬움을 남겼고 지금의 허정무호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개인 능력 만큼은 한국의 공격 옵션 중에서 가장 믿음직하기 때문에 그리스전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되찾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원에서는 김남일이 3년 전에 시달렸던 스포츠 헤르니아(탈장) 수술 후유증으로 개인훈련을 소화했습니다. 2007년 6월 양측 서혜부(사타구니)와 치골 부위에 심한 통증을 겪으면서 2개월 동안 결장하고 아시안컵까지 불참할 정도로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이번에는 후유증이기 때문에 경기 출전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많은 힘을 소모하며 경기를 치르기가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중앙 미드필더 자원이 김남일-김정우-기성용에 불과한 허정무호에게 있어 김남일의 탈장은 앞으로의 월드컵 행보에 고민이 되는 부분입니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월드컵 본선 첫 상대인 그리스도 부상 악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센터백을 맡고 있는 방겔라스 모라스는 종아리 부상에 시달리고 있으며 소티리오스 키르기아코스는 발목을 다치면서 한국전 출전이 불투명합니다. 모라스와 키르기아코스는 190cm가 넘는 장신에 공중볼 처리와 대인방어에 강점을 나타내는 수비수들이기 때문에 그리스의 전력적 손실이 예상됩니다. 특히 세트피스 상황에서 여러차례 골을 넣었던 그리스에게 '골 넣는 수비수' 키르기아코스의 부상은 공격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는 에이스였던 존 오비 미켈이 지난 4월 14일 볼턴전에서 당했던 무릎 부상이 늦게 회복되면서 월드컵 출전을 포기했습니다. 미켈은 나이지리아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팀의 공격을 조율했으나 이제는 다른 대체 자원이 그 공백을 메워야 하는 실정입니다. 칼루 우체 이외에는 공격형 미드필더 자원에서 특출난 자원이 없는 나이지리아 입장에서는 스리톱의 개인 능력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루크만 하루나가 최근 평가전에서 돋보이고 있으나 아직은 공격력이 여물지 않은 20세 미완의 대기입니다.
물론 부상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찾아오며 어느 팀이든 부상에 따른 손실을 안고 가야 합니다. 그 손실이 많으면 대표팀의 성적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행히 허정무호는 여러차례의 평가전을 통해 다양한 선수들을 실험하고 4-2-3-1이나 3백을 실험하는 플랜B를 통해 뜻밖의 변수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길렀습니다. 과연 허정무호가 부상 선수들의 속출 속에서도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