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한국의 벨라루스전 패배, 무엇이 문제였나?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가상의 그리스'로 설정했던 벨라루스에게 패하면서 공수 양면에 걸친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를 통해 그리스전 대비책을 세우며 남아공 월드컵 본선을 대비하게 됐습니다.

한국은 30일 저녁 10시(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쿠프슈타인 스타디움에서 열린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0-1로 패했습니다. 후반 7분 수비 조직력 불안으로 키슬약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면서 경기를 뒤집지 못했습니다. 패스 위주의 공격 패턴을 통해 상대 수비 뒷 공간을 공략하려 했으나 그 과정이 꾸준하지 못했고, 상대의 탄탄한 수비에 막혀 무기력한 공격을 펼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16강에 진출하기 위해 더욱 분발해야 한다는 것을 벨라루스전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벨라루스의 거친 플레이에 시달렸던 전반전...곽태휘, 부상으로 교체

한국은 벨라루스전에서 4-4-2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이운재가 골키퍼, 김동진-조용형-곽태휘-차두리가 포백, 박지성-신형민-기성용-이청용이 미드필더, 박주영-이근호가 투톱을 형성했습니다. 에콰도르-일본전에서 골키퍼 정성룡을 실험하면서 이운재에게 출전 기회를 제공했고, 조용형-곽태휘 조합의 수비 호흡 점검 및 신형민-이근호의 최종 엔트리 합류 여부를 결정짓기 위한 의도가 보였습니다. 또한 박지성-박주영-기성용-이청용 같은 '양박쌍용'으로 불리는 대표팀 핵심 자원이 그대로 출전한 것은 벨라루스를 이기겠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미드필더진의 압박 강도를 높이고 박주영-이근호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면서 경기 흐름 장악을 노렸습니다. 특히 이근호는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 공격을 저지하며 공을 따내려는 적극성을 발휘하며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고 싶은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벨라루스가 전반 13분까지 2개의 경고를 받을 만큼, 경기 초반부터 거친 몸싸움으로 밀어 붙이면서 신형민-김동진-박주영이 그라운드에 나뒹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비가 오는 날씨 속에서 부상에 대한 걱정을 안고 경기를 치러야 했습니다.

물론 한국은 전반 15분 볼 점유율에서 벨라루스에 45-55(%)로 밀렸습니다. 슈팅에서 3-1(개)로 앞섰으나 벨라루스가 자기 진영에서 공을 돌리며 경기 흐름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나타냈고, 미드필더진의 두꺼운 압박을 통해 한국의 종패스를 끊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드필더진이 수비에 중심을 두다보니 세밀한 공격 연결이 부족했으며 전방패스의 간격이 길었던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이 지역방어를 통해 벨라루스의 공세를 가볍게 끊었지만 그 이후 클리어링 부족으로 공의 소유권을 오랫동안 지키는 모습이 부족했습니다.

한국은 전반 20분 이후 김동진-차두리가 하프라인으로 넘어오고 이근호가 2선으로 내려가면서 좌우 측면을 넓게 벌리며 스루패스를 여러 차례 주고 받았습니다. 수비쪽에 집중된 상대 선수들을 공쪽으로 시선을 유도하면서, 빠른 볼 배급을 통해 뒷 공간을 파고들려는 것이 한국의 전략 이었습니다. 기성용의 볼 키핑 불안이 아쉬웠던 반면에 이근호가 상대 밀집수비를 뚫기 위해 공간을 넓게 벌리며 후방 옵션의 공격 활로를 개척하는 경기력이 좋았습니다. 전반 19분과 27분에는 박지성이 중앙에서 공을 잡아 패스를 연결하면서 팀 공격의 다양함을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전반 28분까지 벨라루스에게 4개의 슈팅을 내리 허용했던 경기 흐름이 아쉽습니다. 이근호가 침투 공간을 열어줬음에도 그 지점으로 과감히 돌파하는 한국의 공격 전술이 아쉬웠고, 패스 위주의 경기를 펼치던 미드필더들이 상대의 빠른 공수 전환에 흔들려 연이은 슈팅 기회를 제공하고 말았습니다. 전반 28분 키슬약이 왼쪽 프리킥을 날리는 상황에서 이운재의 선방이 인상적이었지만, 세컨볼에 대비하는 수비수들이 집중력 부족으로 머뭇거리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전반 31분에는 곽태휘가 왼쪽 무릎 부상으로 교체되고, 3분 뒤 김동진이 상대팀 선수에게 오른쪽 발목을 가격당하면서 상대팀의 거친 플레이를 견뎌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했습니다.

벨라루스가 깊은 태클과 거친 몸싸움으로 한국 선수들을 밀어붙이는 장면이 잦은 것은 허정무호 전력에 이롭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곽태휘가 부상으로 교체되고 그 외 다른 선수들이 상대 선수와 직접적으로 몸을 부딪히면서 평소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경기를 통해 그리스전에 대한 면역력을 키운것은 분명합니다. 벨라루스의 거친 플레이가 그리스와 유사점이 있기 때문에, 그리스의 탄탄한 수비를 극복하면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략을 모색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공수 양면에서 약점이 드러난 후반전...결국 0-1 패배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박지성-기성용-이청용-이근호를 빼고 김재성-김남일-염기훈-안정환을 교체 투입했습니다. 염기훈-신형민-김남일-김재성이 허리를 구성하고 박주영-안정환이 투톱 공격수로서 호흡을 맞추게 됐습니다. 한국은 염기훈이 왼쪽 측면에서 최전방으로 이동하고 박주영이 2선으로 내려가는 스위칭, 안정환이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는 움직임이 두드러졌습니다. 후반전에 골을 넣으며 승리하겠다는 허정무 감독과 선수들의 의지가 보였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후반 7분 키슬약에게 기습적인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7명의 선수가 박스 안에 있었음에도 수비 집중력 부족을 드러내며 골을 내주고 말았죠. 차두리와 신형민이 푸틸로의 왼쪽 측면 돌파를 느슨하게 대처했고, 박스 중앙에 위치했던 다른 선수들이 푸틸로-키슬약으로 향하는 패스를 끊지 못해 키슬약에게 슈팅 타이밍을 허용했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후반 13분 키슬약에게 오른쪽에서 슈팅을 허용한 장면도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상대가 슈팅을 날릴 때 한국의 수비가 전열을 갖추지 못해 조직력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박주영을 활용하지 못하는 공격이 아쉽습니다. 박주영은 경기 내내 마르티노비치의 끈질긴 수비에 막히고 말았는데, 동료 선수들의 2차 공격 작업이 매끄럽지 못하다보니 박주영의 고립을 부추기고 말았습니다. 후반 16분 신형민-김남일로 이어진 패스가 박주영의 슈팅으로 이어진 장면 처럼, 박주영을 통한 많은 볼 투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아쉬웠습니다. 후반 18분에는 조용형-이정수가 라디오노프의 위치를 놓쳐 결정적인 골 기회를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상대의 슈팅이 골대 바깥으로 향하면서 실점 위기를 넘겼지만 월드컵 본선에서는 노출하지 말아야 할 장면입니다.

한국은 후반 20분 이후 하프라인을 중심으로 패스를 주고 받으며 점유율을 늘렸습니다. 패스를 활발히 주고 받는 유리한 경기 흐름으로 골을 노리고 상대의 추가골 의지를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였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후반 초반에 비해 움직임이 적극적 이었습니다. 하지만 후반 25분 신형민이 한국 진영에서 공을 빼앗겨 벨라루스에게 공격 기회를 허용하는 볼 키핑력 불안을 노출하고 말았습니다. 3분 뒤에는 박주영을 빼고 이승렬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미드필더진이 상대의 탄탄한 압박 수비에 밀려 전방쪽으로 접근하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후반 30분 이승렬이 연출했던 역습 상황이 인상적 이었습니다. 이승렬이 왼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를 달고 박스 안으로 침투하면서 뒷쪽에 있던 김남일에게 힐패스를 밀어줬고, 김남일이 오른쪽으로 크로스를 올린 것이 안정환의 발리슛으로 이어졌으나 슈팅이 골대 바깥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상대 수비 뒷 공간을 공략하는 장면이 그 이후에 꾸준하게 이어지지 못한 경기 운영이 아쉬웠습니다. 한국은 짧은 패스 위주의 공격을 펼치면서 주도권을 잡으려 했으나 오히려 상대 수비의 압박 타이밍을 벌어주면서 박스 안으로 접근하는 작업이 어려웠습니다. 역습으로 맞불을 놓거나 이승렬의 과감한 드리블 돌파를 통해 공격의 활로를 개척하는 것이 바람직 했습니다.

결국, 한국은 벨라루스에게 0-1로 패했습니다. 고지대 적응 및 체력 훈련 병행으로 평소보다 움직임이 무뎌졌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유기적인 콤비플레이와 적극적인 압박이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오토 레하겔 그리스 대표팀 감독이 경기를 관전했던 특이사항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벨라루스전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그동안 허정무호의 불안 요소로 줄기차게 지적된 것입니다. 그래서 벨라루스전을 통해 그리스전을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을 키우며 한국이 원하는 경기 결과를 거둘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