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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골' 한국, 기분좋은 일본전 완승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라이벌 일본을 제압하고 최근 A매치에서 4연승을 거두었습니다. 지난 16일 에콰도르전에 이어 일본전을 이기면서 오스트리아 고지대 전지훈련에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게 됐습니다.

한국은 24일 저녁 7시 20분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2-0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전반 5분 박지성이 박스 오른쪽에서 오른발 기습 중거리슛을 날리며 선제골을 날렸고 후반 45분에는 박주영이 페널티킥 골을 넣었습니다. 일본에 한 수 앞선 경기 내용을 선보인 끝에 기분좋게 승리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월드컵 4강을 목표로 하는 팀 답지 않게 무기력한 경기를 거듭하며 자국 축구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줬습니다.  

전반전, 박지성의 기습 선제골이 일본의 허를 찔렀다

한국은 일본전에서 4-4-2 포메이션을 구사했습니다. 정성룡을 골키퍼, 이영표-이정수-곽태휘-차두리를 포백, 박지성-김정우-기성용-이청용을 미드필더, 염기훈-이근호를 투톱 공격수로 배치했습니다. 일본은 한국전에서 4-2-3-1 포메이션을 선보였는데 나라자키가 골키퍼, 아베-곤노-나카자와-나카토모가 포백, 엔도-하세베가 더블 볼란치, 오쿠보-혼다-나카무라가 2선 미드필더, 오카자키가 원톱으로 출전했습니다. 특히 일본은 그동안 즐겨 구사했던 4-4-2를 버렸는데, 투톱 공격수의 개인 역량 부족을 커버하고 미드필더진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4-2-3-1을 도입하며 중원을 강화했습니다.

그래서 경기 초반은 일본이 흐름을 잡았습니다. 서로 주고 받는 패스를 통해 점유율을 강화하며 한국 진영에서 공격 기회를 엿봤습니다. 하지만 경기 초반 기선 제압에 성공한 것은 한국 이었습니다. 박지성이 전반 5분 박스 오른쪽 바깥에서 상대팀 선수들을 제치고 오른발 중거리슛을 날린 것이 일본의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김정우가 오른쪽 측면에서 일본의 공격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박지성이 공을 이어받아 전방으로 과감히 침투했고 빠른 슈팅 타이밍으로 상대 수비를 교란한 끝에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1-0으로 앞선 한국은 수비에 무게를 두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전반 14분 볼 점유율에서 일본에게 23-77(%)로 열세를 나타냈지만 이것은 한국이 의도하던 경기였습니다. 무리한 공격보다는 1골 차이의 리드를 지키며 탄탄한 수비 밸런스를 구축하며 일본 공격의 흐름을 끊고 역습을 노리겠다는 것이 한국의 작전 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일본 진영에서 여러차례 세트 피스 기회를 얻었는데, 일본이 공격적인 움직임이 보이기 보다는 자기 진영으로 들어와 한국의 공격을 유도하며 깊은 태클에 의한 파울을 남발했습니다. 일본도 역습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입니다.

전반 중반에는 양팀이 견고한 압박 작전을 펼쳐 중원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습니다. 상대팀의 공을 빼앗기 위해 두 명 이상이 견제 작전을 펼치는 흐름이 계속 이어진 것이죠. 다만, 역습 상황에서는  한국이 전방으로 향하는 종패스, 일본이 횡패스를 통해 점유율을 늘리는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반 28분 점유율에서는 일본이 58-42(%)로 앞섰습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미드필더 장악이 대등했기 때문에 일본이 유리한 경기를 펼쳤다고 볼 수 없습니다. 오카자키가 한국 수비진에 봉쇄당했고 혼다도 김정우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의 협력 수비에 발이 묶이면서 일본의 공격 마무리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염기훈-이근호 투톱이 최전방에서 공간을 넓게 벌리고 박지성-이청용으로 짜인 좌우 윙어들이 종적인 움직임을 통해 일본진영을 공략했습니다. 특히 이근호는 왼쪽 진영에서 동료 선수들에게 공을 받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공을 따내면서, 일본 수비수와의 볼 경합에서 주눅들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지난 1년 간 대표팀에서의 부진을 만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염기훈이 오른쪽에서 공격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해 이청용이 많은 볼 터치 속에서도 침투가 활발하지 못했던 것은 아쉬웠습니다. 특히 이청용은 전반 36분 곤노에게 태클을 시도하면서 상대 발 안쪽을 가격해 경고를 받은 장면은 월드컵 본선에서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전반 막판에는 한국이 공격 흐름을 잡았습니다. 일본의 공격이 한국의 물셀틈 없는 압박에 밀려 경기 집중력이 떨어졌고, 한국이 4-2-3-1로 전환하면서 기존의 전술을 바꾸었습니다. 이근호가 왼쪽 윙어로 내려가고 박지성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신한 것이죠. 그래서 박지성은 중앙에서 여러차례 공격을 전개하며 엔도-하세베로 짜인 일본 더블 볼란치의 뒷 공간을 공략하기 위한 움직임을 펼쳤습니다. 전반 중반까지 박지성 봉쇄에 실패했던 나카토모의 저돌적인 움직임이 살아난 것도 박지성이 중앙으로 옮긴 순간 부터 였습니다.

후반전, 박주영 페널티킥 골...한국 2-0 승리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염기훈-이근호를 빼고 박주영-김남일을 교체 투입해 4-2-3-1로 전환했습니다. 박주영은 올 시즌 AS 모나코의 4-2-3-1 원톱으로서 맹활약을 펼쳤던 역량을 대표팀에서 발휘하게 되었으며 박지성이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으면서 '양박'이 최전방에서 호흡을 맞추게 됐습니다. 특히 김남일은 후반 2분 하세베의 드리블 돌파를 차단하자마자 역습을 가하며 일본 공격의 허를 찔렀습니다. 또한 중원에서의 빠른 볼 전개를 통해 미드필더진에서의 패스가 물 흐르듯 연결 되면서 한국 공격의 짜임새가 전반전보다 좋아졌습니다.

다만, 후반 초반에는 두 가지의 공격 장면이 아쉬웠습니다. 첫번째로 박지성을 중앙에 포진하면서 기성용이 왼쪽 윙어를 맡았는데, 박지성 위주의 패스 전개를 하면서 기성용에게 공이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박지성의 활용도를 최대화하려는 작전은 좋았지만 기성용의 활용도가 미미했습니다. 두번째로 박주영이 후반 8분 공중볼을 따낼 때 미드필더 어느 누구도 그 공을 받아내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박주영과의 폭이 넓다보니 공중볼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죠. AS 모나코 같은 경우에는 네네와 알론소 같은 2선 미드필더들이 폭을 좁히는데, 한국 미드필더들의 움직임이 능동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반면 일본의 후반전 공격은 전반전보다 더 안좋았습니다. 오쿠보-나카무라-오카자키-혼다 같은 공격 옵션 전원이 한국 수비수들의 압박을 뚫지 못해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고 엔도-하세베로 짜인 더블 볼란치는 김정우-김남일과의 허리 싸움에서 밀렸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공격은 한국 진영 바깥에서 번번이 끊어졌고, 후방에서 짧은 패스보다 롱볼을 올리며 패스 게임에 대한 미련을 버렸습니다. 후반 16분 혼다의 터닝슛이 높게 향했는데 슈팅의 날카로움이 부족했습니다. 일본은 후반 17분 나카무라를 빼고 모리모토를 교체 투입해 원톱으로 놓으면서 오카자키를 왼쪽 윙어로 내리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한국의 수비를 넘기에 역부족 이었습니다.

한국은 후반 초반에 이어 중반에도 패스 템포를 늦추면서 시간을 버는 경기 운영을 펼쳤습니다. 김정우-김남일로 짜인 더블 볼란치가 공격 가담을 자제한 것은 홈팀인 일본의 공세를 철저히 봉쇄하겠다는 의지 였습니다. 후반 25분 이후에는 김정우-김남일-오범석이 일본진영 쪽으로 올라오면서 추가골 기회를 넘봤습니다. 후반전 경기 흐름이 한국이 의도하던 방향으로 흘렀던 것입니다. 반면 일본은 후반 17분 나카무라에 이어 26분 혼다까지 교체하면서 일본 축구의 신구 에이스들을 모두 벤치로 불러 들였습니다. 0-1로 뒤진 상황에서 에이스를 뺀 것은 부진에 따른 질책성 교체 였습니다.

이에 한국은 후반 30분 박지성-기성용을 빼고 이승렬-김보경을 교체 투입했습니다.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을 빼고 영건들에게 출전 기회를 제공해 큰 경기에 대한 경험을 키우려 했습니다. 이승렬이 후반 32분 박스 오른쪽 안에서 공을 몰고 가는 상황에서 공을 놓치는 바람에 상대 선수에게 공을 빼앗기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다시 한국이 공을 가로채면서 김남일의 로빙슛 장면이 이어진 것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박주영에게 연결되는 패스가 활발하지 못해 최전방에서 고립되면서 한국이 추가골 기회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은 허정무호가 앞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입니다.

그래서 한국은 후반 막판이 되면서 일본에게 경기 흐름을 빼앗기는 듯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박주영이 최전방에서 부진하면서 2선 미드필더들의 활동 폭이 늘어나고 김정우-김남일이 전방쪽으로 올라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를 알아챈 일본 선수들이 전방쪽으로 올라오면서 공격 기회를 노리는 장면이 많아진 것은 한국의 공수 밸런스가 약해진 것입니다. 다행히, 일본 선수들이 후반 35분 이후 움직임이 무뎌지고 체력이 떨어지면서 한국이 상대팀에게 결정적인 골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경기 내용이 지난 3월 코트디부아르전보다 최상은 아니었지만, 일본이 무기력한 경기 운영을 펼치면서 승리 과정이 쉬워졌습니다. 후반 45분에는 박주영이 자신이 직접 얻어낸 페널티킥 골을 넣으며 한국이 2-0 승리를 확정 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