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남아공 월드컵 본선 이전에 갖는 첫번째 평가전 에콰도르전에서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한국은 16일 저녁 7시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했습니다. 후반 28분 이승렬이 박스 정면에서 상대 수비를 제끼고 왼발로 결승골을 넣었고, 후반 40분에는 이청용이 김보경과의 2대1 패스 상황에서 문전으로 과감히 드리블 돌파하여 4명의 상대팀 선수들을 직접 제끼고 골을 넣는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하지만 허정무호 미드필더진에서 기술적인 플레이를 즐겼던 김재성이 후반 막판 발목 염좌를 다쳐 부상을 당했던 것이 걱정되는 에콰도르전 이었습니다.
전반전, 활발한 공격 흐름 인상적
한국은 전반전에 4-4-2 포메이션을 구사했습니다. 정성룡을 골키퍼, 김동진-조용형-곽태휘-오범석을 수비수, 박지성-기성용-신형민-김재성을 미드필더, 공격수 이동국-염기훈을 투톱에 배치했습니다. 당초 박지성과 이동국을 후반전에 기용할 계획이었으나 경기 초반부터 평상시의 폼을 유지하여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기 위해 그동안 허정무호의 붙박이 주전으로 기용되어 무게감을 실어줬던 두 선수가 선발 기용 됐습니다. 정성룡-신형민의 선발 출전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인데, 특히 신형민의 선발 기용은 기성용과의 호흡 여부를 점검하겠다는 허정무 감독의 판단이 작용했습니다.
그런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에콰도르가 전진적인 움직임을 앞세워 전방 압박을 가하면서 한국의 후방 패스 전개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포백의 볼처리 및 판단이 늦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전반 2분 박스 오른쪽 바깥에서 프리킥을 얻은 이후부터 상대 뒷 공간을 허무는 패스를 연결하며 상대의 반칙을 유도했습니다. 그러더니 코너킥과 프리킥 기회를 얻으며 경기 흐름을 주도할 수 있었고, 하프라인에서 미드필더진의 압박을 앞세워 상대 패스 물줄기를 끊으며 스루패스 위주의 공격 전개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의 패스는 전반 10분이 넘어서면서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스루패스와 2대1 패스, 종패스, 롱패스 등 여러가지 패스들을 시도하면서 상대 수비 뒷 공간 공략을 시도했으나 하프라인에서 상대 박스쪽으로 연결되는 패스가 상대의 촘촘한 압박에 걸려 패스의 정확성이 떨어졌습니다. 이동국-염기훈이 2선으로 내려가 후방 선수들의 패스를 받는 위치선정 및 타이밍은 좋았으나, 그동안 허정무호에서 손발을 맞춘 경험이 짧았던 김재성과 신형민이 기존 옵션들과의 호흡이 맞지 못해 대표팀 허리가 유기적인 패스 전개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한국과 본선에서 상대 할 그리스는 수비에 많은 숫자를 두면서 강력한 압박 수비를 펼치는 팀이기 때문에 상대 압박을 견뎌낼 수 있도록 볼 처리가 간결해야 합니다. 박지성-신형민-김재성이 패스를 받거나 연결을 하는 상황에서는 패스 간격이 길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상대 압박 타이밍을 벌어주기 때문에 위협적인 공격 전개라고 할 수 없습니다. 좌우 윙어들이 좌우로 활동 폭을 벌리면서 중앙 미드필더들과 공격수들끼리 간격을 좁히면서 유기적인 패스워크를 유도하고, 좌우 윙어들이 골문 안쪽으로 역습을 시도하는 공격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에콰도르전을 통해 해결할 과제였는데 그 이후부터 원활하게 풀렸습니다.
한국은 전반 25분 이후 박지성 위주의 공격 패턴을 구사하면서 호흡이 맞기 시작했습니다. 기성용이 하프라인 좌우측을 넓게 움직이고, 박지성이 단독 드리블 돌파를 앞세워 상대 수비진을 과감히 파고드는 장면 및 이동국에게 빠른 타이밍의 크로스를 연결하며 상대 수비를 위협하는 모습들이 늘어났습니다. 특히 이동국과 염기훈은 박지성이 상대 뒷 공간을 공략하기 위한 패스가 정확하게 연결 될 수 있도록, 박지성에게 패스 받을 공간을 미리 선점하여 공을 받아내는 모습이 능동적 이었습니다. 오른쪽에서는 오범석이 직접 오버래핑에 이은 얼리 크로스를 띄우며 박스를 공략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활발한 공격 흐름 속에서도 전반전에 단 한 골도 넣지 못했습니다. 상대가 골문쪽을 중심으로 수비 밸런스를 잡으면서 중앙 미드필더들이 골문쪽으로 깊숙히 내려왔기 때문에, 한국 공격 옵션들이 골문쪽으로 접근할 때 최소 2명 이상의 압박을 견뎌야 했습니다. 뒷 공간을 간파하는 패스를 통해 상대 측면을 뚫었지만, 박스 안에서는 상대 수비 압박을 벗겨내는 작업이 만만찮았습니다. 그 상황에서 전반 37분 염기훈이 이동국의 오른쪽 크로스를 받아 헤딩슛을 날렸던 것이 크로스바를 강타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동국이 크로스를 띄울때의 타이밍이 빨랐고 염기훈도 슈팅 위치선정이 좋았는데, 안타깝게도 슈팅의 운이 따르지 않았습니다.
후반전, 이승렬 결승골 작렬...김재성 부상이 걱정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박지성-조용형-오범석을 빼고 이청용-황재원-차두리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박지성은 시즌 종료에 따른 피곤함을 해소하기 위한 체력 안배를 위해 조기 교체됐고 조용형-오범석을 빼고 황재원-차두리를 투입시킨 것은 포백의 퀄리티 향상을 위한 경쟁 유도 차원 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청용을 왼쪽 윙어로 투입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후반 2분에는 이동국-신형민-김재성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오른쪽 패스가 물 흐르듯이 연결되었고, 4분 뒤 이청용이 골문 안쪽의 기성용쪽으로 찔러주는 킬패스에 이어 이동국이 상대 골망을 흔들었으나 오프사이드 처리 됐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이 상대 박스 안에서 2대1 패스 및 종패스에 의해 여러차례 골 기회를 잡는 모습에서는 전반전보다 공격력이 올라왔음을 의미합니다. 전반전에는 상대의 두꺼운 중앙 압박을 완벽히 공략하지 못했으나 후반 초반부터 이청용-김재성으로 짜인 좌우 윙어가 공격수와의 종간격을 좁히면서 활동 폭을 늘리고 간결한 패스를 연결하면서 상대 수비 사이에서 빈 공간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쉬워졌습니다. 그래서 공격 옵션들이 박스 안으로 접근하기 쉬웠고, 기성용이 후반들어 공격적인 움직임을 펼치면서 대표팀이 공격적인 움직임을 펼쳤습니다. 그런 한국은 후반 12분 공격 점유율에서 에콰도르를 90-10(%)로 제압했습니다.
한국은 후반 12분 차두리, 14분 김재성의 빠른 타이밍에 의한 크로스를 통해 결정적인 골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차두리의 크로스 상황에서는 상대 수비수가 공을 걷으려던 것이 자책골로 이어질 뻔했고, 김재성이 2대1 패스에 이은 역습 상황에서 크로스를 올릴 때는 이동국의 왼발 아웃프런트슛이 상대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습니다. 비록 골로 연결되지 못했지만, 상대 수비의 압박을 벗겨내기 위해 다양한 패스를 시도하거나 빠른 타이밍에 의한 볼 배급을 펼치는 김재성의 공격력이라면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통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후반 18분 부터는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황재원이 후반 18분 공을 걷으려던 것이 헛발질이 되면서 플레키아고에게 슈팅을 허용했습니다. 1분 뒤에도 황재원이 플레키아고의 위치를 놓쳐 또 다시 슈팅을 허용했는데 다행히 정성룡이 상대의 슈팅 각을 좁혀 선방하면서 실점 위기를 넘겼습니다. 황재원은 후반 22분에도 하프라인 부근에서 카비에데스와의 볼 다툼에서 밀려 단독 드리블 돌파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한국 수비수들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인데, 세 번의 수비 실수를 범한 황재원의 남아공행은 힘들 것으로 여겨집니다.
한국은 후반 22분 이동국을 빼고 이승렬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이동국이 최전방에서 부지런히 뛰었기 때문에, 상대와의 볼 경합에서 밀리지 않는 투쟁심이 있는 이승렬을 기용했습니다. 허정무 감독의 작전은 적중했습니다. 이승렬은 후반 28분 박스 정면으로 파고들면서 염기훈의 백헤딩 패스를 받아 상대 수비수 한 명을 제끼고 왼발슛을 넣으며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에콰도르전 이전까지 최종 엔트리 합류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었던 이승렬의 골은 자신의 남아공행 가능성을 밝게하는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1-0으로 앞서간 한국은 후반 38분 염기훈을 빼고 김보경을 투입해 이승렬을 원톱으로 놓는 4-2-3-1 포메이션으로 전환했습니다. 1골 차이로 리드하는데다 수비 밸런스가 다시 안정을 되찾았기 때문에 실점 가능성이 적었던 만큼 새로운 공격 전술을 실험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김보경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투입해서 이승렬을 뒷받침하는 형태의 공격 패턴 이었습니다. 하지만 후반 40분 김재성이 상대 수비수를 턴 동작으로 제치는 과정에서 상대의 거친 파울을 받아 발목 염좌쪽을 다치면서 허정무 감독이 의도하던 전술 운용이 어려워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김재성의 부상도 잠시, 이청용이 후반 40분 추가골을 넣으며 한국이 2-0으로 앞서갔습니다. 오른쪽 측면에서 박스 안쪽으로 대각선 돌파하는 과정에서 김보경과 2대1 패스를 주고받아 유연한 볼 트래핑으로 공을 지켜내며 상대 수비를 파고든 끝에 골을 작렬했습니다. 지난 1월 27일 번리전 이후 4개월 동안 골맛을 보지 못했던 이청용이 에콰도르전에서 골을 만들어낸 것은 월드컵 본선에서의 골 생산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결국, 한국은 에콰도르를 2-0으로 제압했지만 김재성의 부상이 심각하다는 점은 앞으로의 걱정 거리로 작용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