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발 스페셜리스트' 염기훈(27, 수원)이 부상 복귀 후 첫 경기에서 2골을 넣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오는 30일 발표 될 2010 남아공 월드컵 예비엔트리 30인 발탁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아울러 허정무 감독이 염기훈 발탁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치며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게 됐습니다.
염기훈은 지난 27일 저녁 AFC 챔피언스리그 32강 6차전 암드포스(싱가포르)전에서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해 2골을 넣으며 팀의 6-2 대승을 이끌었습니다. 수원 이적 후 첫 경기인데다 빠른 부상 회복 때문에 폼이 완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뒤집으며 자신의 진가를 충분히 입증했습니다. 그동안 왼발등뼈 골절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으나, 암드포스전에서 남아공 월드컵을 향한 반전의 돌파구를 마련하며 허정무 감독의 시선을 어필했습니다.
이에 앞서, 허정무 감독은 27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가진 남아공 월드컵 전광판 제막식에 참석해 염기훈의 발탁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공식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몸상태를 계속 확인했고 수술 경과가 좋다고 들었다. 팀에 필요한 선수임에는 분명하다"며 염기훈을 예비 엔트리 30인에 포함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그리고 그 날 저녁에 염기훈이 암드포스전에서 2골을 넣으면서 남아공행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사실, 염기훈의 대표팀 합류는 힘들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지난 2월 초 왼발등뼈 골절 부상으로 3~4개월 진단을 받은 것, 잦은 부상으로 순발력이 떨어졌다는 허정무 감독의 지적을 받은 것, 신예 김보경의 오름세가 염기훈의 남아공행을 힘들게 하는 3가지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특히 김보경이 허정무호에서의 입지 향상으로 경기력에 자신감이 붙었고 소속팀 J2리그 오이타에서 다득점을 기록하는 발군의 공격력을 과시하며 남아공행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이러한 김보경의 성장은 곧 염기훈의 대표팀 탈락을 의미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의 생각은 다릅니다. 그동안 염기훈의 몸상태를 꾸준히 관찰하며 '팀에 필요한 선수'라고 언급한 것은 그를 남아공에 데려가겠다는 뜻입니다. 아직 예비 엔트리 30인 명단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염기훈의 최종 엔트리 23인 합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지만, 허정무 감독은 염기훈을 뽑을 의지가 충분합니다. 아무리 부상에 시달리거나 김보경이 맹활약을 펼치더라도 왼발 능력이 대표팀에서 가장 날카롭기 때문에, 그 이점이 공격 패턴의 다양화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 허정무 감독의 계산입니다.
어쩌면 허정무 감독은 염기훈을 왼쪽 윙어가 아닌 공격수 자원으로 염두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미드필더진에 포함 될 옵션이 풍부한데 비해, 공격수 자원이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최종 엔트리 23인에는 공격수 4명이 포함 될 수 있는데, 현재까지 박주영-이동국-안정환은 확정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박주영은 대표팀의 No.1 공격수 자원이고 이동국-안정환은 지난달 A매치 코트디부아르전에서 한국의 승리를 공헌한 것을 비롯 K리그와 슈퍼리그에서 발군의 공격력을 과시하며 폼을 끌어 올렸습니다. 타겟맨과 슈퍼 조커로서의 역할이 뚜렷한 것도 남아공행 가능성이 높은 요인입니다.
문제는 나머지 공격수 한 명입니다. 한때 허정무호의 황태자로 각광 받았던 이근호는 지난 1년 동안 A매치 12경기 무득점에 시달렸던 소속팀 주빌로 이와타에서 9경기 1골에 그치고 있어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지난 2년 동안 허정무호의 주전 공격수로 꾸준히 출전했다는 점에서 남아공행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경기력으로는 탈락 가능성이 큽니다. 슬럼프에 빠진 상태에서 남아공행 비행기에 탑승하기에는 폼이 뒷받침되지 않습니다. 물론 예비 엔트리 30인 명단에는 포함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허정무 감독은 이근호의 대안으로 염기훈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염기훈은 왼쪽 윙어와 동시에 투톱 공격수를 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울산 시절 3-4-1-2 포메이션에서 투톱 공격수를 소화했고, 암드포스전에서도 투톱 공격수로 출전해 2골을 넣은 만큼 공격수 자리에 익숙합니다. 염기훈은 이근호처럼 순발력이 빠르지 않지만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이 능숙하고 킥력이 좋기 때문에 절호의 상황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런 움직임 과정에서 볼 터치가 많기 때문에 팀 공격의 유기적인 콤비 플레이를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허정무호가 4-2-3-1을 구사하면 박지성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김보경에게 왼쪽 윙어를 맡길 수 있는데, 경험 부족으로 여의치 않으면 염기훈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염기훈은 그동안 국제 경기 출전 경험이 많은데다 어떠한 상대가 압박을 펼치더라도 주늑들지 않는 배짱이 있습니다. 공격수와 왼쪽 윙어를 번갈아 소화할 수 있는 염기훈의 다재다능한 활용은 허정무 감독의 전술 운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염기훈의 최종 엔트리 23인 포함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허정무 감독이 염기훈에게 '팀에 필요한 선수'라는 칭찬을 한 것은, 염기훈이 최종 엔트리 발표 이전까지의 K리그 경기에서 분전할 것을 요구하는 동기부여이자 자극제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허정무 감독이 염기훈을 철저히 검증하여 그의 경기력을 면밀하게 파악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다음달 1일 광양에서 열릴 전남-수원 경기에서 염기훈의 경기력을 살펴보기 위해 직접 관전할 예정인데, 과연 염기훈이 허심을 잡으며 남아공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