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박주영 얼굴 부상, 걱정스럽고 안타깝다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왼쪽 얼굴을 다치며 쓰러지는 순간, 가슴이 철렁 거렸습니다. 이제 남아공 월드컵이 얼마 안남았는데 아무리 작은 부상이더라도 걱정스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부상이 잦아 안타깝습니다.

박주영이 28일 오전 2시(이하 한국시간) 루이 2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9-10시즌 프랑스 리게 앙(리그 1) 34라운드 르망과의 홈 경기에서 전반 36분 조기 교체 됐습니다. 32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페레데릭 토마스와 공중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자신의 왼쪽 얼굴 윗 부분이 상대방의 머리에 부딪히면서 그라운드에 쓰러졌습니다. 그래서 왼쪽 눈썹 윗부분에 출혈이 나타나면서 상처에 붕대를 감았으나 선수 보호 차원에서 조기 교체됐습니다.

우선, 박주영의 부상은 순간적인 충격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토마스보다 더 높이 뛰어올랐으나 공을 따내려는 의욕이 강하다보니 상대 뒤통수에 왼쪽 얼굴이 부딪치는 부상을 당했는데 충격이 쉽게 아물지 않습니다. 만약 붕대를 머리에 둘러싸고 경기 출전을 강행했다면 공중볼 과정에서 당했던 충격 때문에 적극적으로 경기를 펼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모나코의 롱볼 전술이 박주영을 타겟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박주영이 앞으로 공중볼을 따낼 장면들이 많습니다. 이것은 추가 부상이 우려되는 이유입니다. 르망전에서는 왼쪽 얼굴을 부딪쳤으나 다행히 골절을 면했습니다. 하지만 얼굴 부상 충격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시 다치면 골절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골절 부상에서 회복하려면 몇 개월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또한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또 다치면 부상 걱정 때문에 앞으로 머리로 공을 따내는데 집중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마인드 컨트롤 및 자신감이 중요한 축구 선수에게 있어 위축되는 플레이는 반갑지 않습니다.

사실, 헤딩을 많이 하는 선수들은 부상의 위험성이 큽니다. 과거 부천SK(현 제주 유나이티드)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던 곽경근(현 여의도고 감독)은 헤딩을 자주하면서 눈이 나빠지더니 은퇴했다고 합니다. 헤딩을 하면서 공을 얼굴 타점에 맞추는 충격이 있기 때문에 눈이 무리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박주영의 사례처럼,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자신의 머리가 상대팀 선수 머리에 맞아 얼굴에 충격이 생기는 것도 마찬가지 입니다. 박주영의 부상 부위가 눈과 가까웠기 때문에 순간적인 충격이 끝났을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공중볼을 따내야 하기 때문에 부상 위험성에 시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박주영의 부상이 많습니다. 올 시즌에만 다섯 번의 부상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8월 중순 왼쪽 팔꿈치 탈골, 지난해 10월 말 발 부상 같은 경미한 부상을 당했고, 지난해 11월 초와 올해 2월 중순에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 약 1개월 동안 전력에서 이탈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얼굴을 다쳤습니다. 더욱이 왼쪽 팔꿈치에 습관성 탈골 증세가 수술로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 출전을 강행중입니다. 지난해 8월 탈골 되었을때는 수술 가능성이 제기되었으나 시즌이 시작했기 때문에 수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박주영은 지난해 8월 팔꿈치가 탈골 되었으나 그 이전에도 습관성 탈골 증세를 겪었습니다. 2005년 6월 U-20 월드컵 나이지리아전에서 왼쪽 팔꿈치 탈골 부상을 당한 것을 시작으로 5~6차례 탈골되면서 압북붕대를 하고 경기를 치렀습니다. 거의 5년 동안 팔꿈치 탈골을 참고 뛰는 상황이죠. 그해 11월 A매치 스웨덴전에서는 왼쪽 어깨 탈골에 시달렸습니다. 2005년 프로 입단 이후 각급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며 격렬한 경기를 펼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부상 빈도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잦은 경기 출전으로 인한 혹사에 시달리며 나이지리아전 이후 2007년까지는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습니다.

이러한 박주영의 잦은 부상은 경기력에 지장을 줬습니다. 박주영은 2005년 하반기부터 K리그에서의 골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고 상대 수비에 의해 활동 패턴이 읽히는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더니 2006년 폼이 완전히 떨어지면서 당시 소속팀 서울의 벤치 멤버로 밀렸고 2007년까지 여러차례 부상에 시달리며 파괴력이 주춤하게 됐습니다. 과거에 지능적인 위치선정을 앞세운 전형적인 골잡이로 이름을 떨쳤으나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이후 조율 위주의 경기를 펼친 것도, 상대팀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도가 있었습니다.

최근 햄스트링 부상 복귀 이후 7경기 연속 골이 없었던 것도 부상 여파와 밀접합니다. 부상 복귀 초기의 박주영은 그 이전에 비해 움직임이 적극적이지 못했고 활동 폭을 넓히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이렇다할 슈팅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경기를 계속 출전하면서 평소의 폼을 되찾는 과정에서는 아루네-알론소 같은 2선 미드필더들의 부진으로 전방에서 많은 볼 터치를 얻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번 르망전에서는 적극적인 문전 쇄도와 상대 수비 뒷 공간을 공략하는 움직임을 과시하며 부상 이전의 폼을 완전히 되찾는 듯 했으나 얼굴 부상의 불운을 겪고 말았습니다.

박주영의 잦은 부상은 허정무호에 반갑지 않습니다. 박주영은 지난해 11월 덴마크-세르비아, 지난 3월 코트디부아르전에서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았습니다. 박주영을 비롯해 박지성-이청용-기성용-이영표 같은 해외파들의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다섯 명 중에 한 명이라도 빠지면 전력 이탈 공백이 큽니다. 특히 공격의 화룡정점을 찍을 공격진에서 박주영이 부상으로 휘청거리면 그 대안을 모색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박주영이 남아공 월드컵을 앞둔 A매치 평가전,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또 다시 부상 당하면 허정무호에게 치명적입니다. 올 시즌에만 다섯 번의 부상을 당한 만큼, 대표팀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시즌을 끝마치면서 대표팀에 복귀하기 때문에 피로 누적이 클 수 밖에 없으며(다른 유럽파들도 마찬가지) 추가 부상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앞으로도 부상의 위험성을 안고 경기를 치러야 할 박주영의 행보가 걱정스럽고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