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전쟁'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이 막을 내렸다. 만만치 않은 강호들을 제치고 4강에 당도한 네 팀은 유럽 제패를 향한 사력을 다했으며 90분이 끝났고 다음 주에는 또 다른 90분을 치러야 한다. 4강 1차전에서는 인테르가 바르사와의 홈 경기에서 3-1, 뮌헨이 리옹과의 홈 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그래서 효리사랑은 4강 1차전에 대한 종합 리뷰를 대화체로 정리했다. 아울러 FC 바르셀로나-인터 밀란-바이에른 뮌헨은 바르사-인테르-뮌헨으로 표기한다.
Q. 챔스 4강 1차전 경기들 봤어?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모두 탈락하는 바람에 새벽에 생중계로 안봤어. 싱거울거라 생각했는데 몇 분의 하이라이트로 보니까 재미있었던 것 같은데.
A. 글쎄. 프리미어리그도 좋지만 그 이전에 축구에 대한 재미를 붙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드네. 프리미어리그가 재미있다고 해서, 박지성-이청용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프리미어리그만 재미있다'는 생각은 일부 축구팬들이 피했으면 하는 바람이야. 다른 리그 팬들이 프리미어리그 깔보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고.
Q. 아니, 내가 물어본 건 4강 1차전에 대한 정리였는데...
A. 그거는 네가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이야기를 서두에 꺼내서 좀 그렇다는 것이지. 프리미어리그 팬들이 우리나라에서 많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어.
암튼 4강 1차전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예측불허'로 표현하고 싶어. 인테르가 바르사를 3-1로 이긴 것은 예상치 못한 결과였잖아. 바르사의 챔스 2연패가 유력한 여론의 분위기를 무리뉴 감독이 '스페셜 원' 답게 그것을 부정시켰고. 2차전이 아주 흥미롭게 됐어. 뮌헨과 리옹은 퇴장 선수에서 희비가 엇갈렸는데, 전반 37분에 리베리가 퇴장당하고도 10명의 뮌헨이 11명의 리옹을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여줬어. 후반 9분에 리옹 센터백 툴라랑이 퇴장당했지만, 그 이전까지 뮌헨이 숫적 열세 속에서 공격적인 경기를 펼친건 참 대단했어.
Q. 뮌헨과 리옹의 경기는 바르사-인테르에 비하면 빅 매치가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그 경기는 어떻게 됐어?
A. 두 팀 모두 빅 리그 클럽들이 아니지만 '빅 매치가 아니다'라는 생각은 공감하고 싶지 않아. 독일과 프랑스리그가 이탈리아 세리에A와의 격차가 좁아지는데다 리그 경기력 수준이 향상되었고. 뮌헨은 독일의 자존심, 리옹은 프랑스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이것 또한 바르사-인테르와 맞먹는 빅 매치라 할 수 있어. 경기는 다들 아시다시피 로번의 결승골로 뮌헨이 1-0으로 이겼어. 뮌헨이 경기 내내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골운이 따라주지 않은게 아쉬웠지. 리옹이 조직력을 강점으로 삼는 팀이지만, 뚜껑을 열어보니까 뮌헨이 더 탄탄하더라고. 균형잡힌 4백과 중원. 그리고 기계처럼 척척 잘 맞는 공격 패턴이 리베리의 퇴장 공백을 극복하는 계기가 됐어.
Q. 내가 반성해야겠군. 그나저나 로번이 완전히 물이 올랐구나
A. 리옹전에서 보여준 왼발 중거리슛이 정말 대단했어. 그 슛을 보는 순간 탄성을 질렀는데 통쾌하더라. 리옹이 툴라랑의 퇴장과 크리스의 완전치 못한 몸 상태 때문에 수비 전열을 구축하는데 어려움을 겪던 사이에 로번이 기습 중거리슛을 날리며 리옹의 골문을 흔들었어. 피오렌티나와의 16강 1~2차전, 맨유와의 2차전에서 골을 넣으며 뮌헨의 4강 진출을 이끌었는데 그 저력이 리옹전에서도 빛나더라고. 유리몸으로 오명받는 선수가 맞는지 의심갈 정도로 호날두 뺨치는 파괴력을 보여줬어. 그런 선수를 레알 마드리드가 지난해 여름에 왜 방출성 이적을 시켰는지 납득 못하겠어.
Q. 뮌헨의 강점은 로번만으로 부족하지 않을까?
A. 그렇지. 맨유와의 1~2차전에서는 올리치의 골잡이 본능이 빛을 발했으니까. 리베리도 잘했고. 하지만 내가 칭찬하고 싶은것은 수비 조직력이야. 리옹전 같은 경우 판 보멀-바트슈투버 같은 중원과 수비의 핵이 결장했지만 대체자원인 프라니치와 콘텐토가 공백을 잘 메웠어. 두 선수가 기존 수비 자원들과 척척 맞는 호흡을 보여주고 한 박자 빠른 커버 플레이에 이은 점유율 확보에 주력하면서 뮌헨이 경기 내용에서 앞섰거든. 그래서 리산드로, 피아니치, 델가도, 에데르손 같은 리옹 공격 자원들을 효과적으로 봉쇄했고 리베리의 퇴장 속에서도 수비가 안정이 되었기에 숫적 열세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지.
Q. 리옹의 패인은 뭐라고 생각해?
A. 툴라랑의 퇴장이 컸어. 리옹은 센터백 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인 툴라랑을 크리스의 파트너로 내려야 했어. 문제는 툴라랑이 후반 6분과 9분에 걸쳐 거친 파울을 남발하더라. 팀의 승리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줬어야 할 선수가 스스로 무덤을 파고 말았지. 그보다는 공격이 아쉽더라고. 델가도-에데르손으로 짜인 좌우 윙어들이 람-콘텐토에게 봉쇄당하면서 공격이 단조로워지면서 리산드로가 고립되었던 점, 더블 볼란치를 맡았던 켈스트롬과 고나론스가 슈바인슈타이거의 종적인 움직임을 차단하지 못해 중원을 장악하지 못한게 리옹의 공수 밸런스가 흔들리는 원인이 됐어.
Q. 2차전은 어떻게 될까?
A. 2차전은 홈팀인 리옹이 유리할 것 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뮌헨에게 한 표를 돌리고 싶네. 리옹은 툴라랑이 퇴장당하면서 센터백 운용이 어렵게 됐어. 뮌헨전 18인 명단에 있던 가사마를 쓸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이 선수는 나이가 어린 이유 때문인지(21세) 올 시즌 6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어. 툴라랑처럼 중원에서 누군가를 센터백으로 내릴 가능성도 없지 않고. 뮌헨은 리베리가 1차전에서 퇴장당했지만, 로번-알틴톱으로 짜인 윙어 자원을 2차전에서 쓸 가능성이 높아. 로번이 오른쪽 윙어로 뛰고 있지만 왼발잡이인데다 알틴톱의 파괴력도 만만찮기 때문에 리베리 공백은 크지 않다고 봐.
Q. 그렇다면 어제 끝난 인테르-바르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사람들이 인테르의 승리에 놀라더라고.
A. 통계적으로 접근하자면, 인테르는 2002/03시즌 2차 조별리그와 올 시즌 32강 조별리그 바르사와의 4경기 모두 골을 넣지 못했어. 그리고 스페인 클럽과의 유럽 클럽 대항전 종합 토너먼트에서 4무9패의 저조한 성적을 거두었고. 하지만 통계는 승부의 결정적 잣대가 아님을 인테르가 실력으로 과시했어. 챔스 2연패를 자신하던 바르사를 3-1로 이겼으니 말이야.
Q. 바르사가 못했었니?
A. 당연히 못했지. 축구는 결과로 말하는 스포츠인데 1-3 패배라는 스코어 자체를 바르사가 만족할까? 막스웰-알베스로 짜인 좌우 풀백의 커버 플레이 실패로 푸욜-피케의 활동량이 늘어나는 문제점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푸욜의 경기 운영이 거칠어지면서 후반 6분에 경고를 받았는데 2차전을 못나오게 됐어. 2선 미드필더로서 케이타-페드로를 좌우 윙어, 메시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했는데 인테르의 강력한 압박에 눌리고 말았지. 불필요한 포지션 전환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말았어. 즐라탄은 많은 사람들이 봤던 그대로 부진하고 말았고.
Q. 바르사의 패배는 버스로 14시간 동안 이동한 것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어.
A. 그건 나도 공감해. 일각에서는 바르사가 후반 막판에 엄청난 공격을 퍼부으면서 버스에 대한 영향이 별로 없을 것이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런 의견은 공감하고 싶지 않아. 발로텔리를 논외하더라도, 인테르가 3-1로 이기고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공격으로 나올 필요가 없잖아. 그래서 바르사가 공격을 주도하는 흐름이 자연스레 이어졌지. 선발로 뛰었던 막스웰-알베스를 비롯해서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의 몸이 무거웠던 것은 버스 영향이 있었다는 것이지. 실제로 스페인 언론에 의하면 바르사 선수들의 움직임이 평소보다 활발하지 못했다는 기사가 떴어. 버스 때문이지.
Q. 메시는 부진했지만 밀리토가 잘하니까 한편으로는 남아공월드컵이 걱정된다.
A. 나는 즐라탄이 밀리토의 장점을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야. 두 선수가 타겟맨이지만 스타일이 서로 다르거든. 바르사와 인테르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두 명의 대조된 활약에서 좌우되었다고 생각해. 즐라탄은 박스 안에서의 압박 대처에 취약한데다 빈 공간을 만들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어. 반면 밀리토는 전형적인 골잡이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박스 안에서의 공간 창출에 능동적인 모습을 보이며 1골 2도움을 기록했어. 특히 스네이데르의 골을 돕는 과정에서, 에토의 크로스를 받을때 뒷쪽 빈 공간으로 이동해서 바르사 수비수 3명의 시선을 자신쪽으로 돌린 그 과정은 스네이데르가 노마크 상태에서 골을 넣는 원인이 되었잖아. 이런 플레이는 즐라탄에게 필요한 부분이야.
Q. 인테르의 강력한 압박이 캄프 누에서 통할까?
A. 바르사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원정에서 1승4무1패를 거둔 것과 달리 홈에서는 4승1패를 기록했어. 특히 16강 슈투트가르트전, 8강 아스날전에서는 홈에서 4골을 몰아쳤고. 인테르는 바르사에게 2골 이상의 실점을 헌납하지 말아야 하는데 강력한 압박으로 다져진 팀이기 때문에 캄프 누에서 잘 버틸 수 있을지 관건이야. 문제는 마이콘이 지난 1차전에서 부상으로 교체되었다는 점인데, 2차전을 앞두고 몸 상태가 완전치 못하면 키부-사무엘-루시우-사네티 조합으로 가겠지. 무엇보다 2차전의 최대 변수는 화산재가 아닐까 싶어. 인테르가 바르사처럼 버스로 14시간 타고 캄프 누에 도착하면 바르사가 유리하고, 비행기 타고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하면 바르사에게 절망일지 모르지.
Q.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하고 싶은데, 퍼거슨 감독이 내년 여름에 물러난다는 기사를 봤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A. 그 기사 출처가 더 선이야. 선정적이고 신빙성 없는 기사들로 가득찬 언론사인데 웬만해선 믿지마.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선에게 낚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퍼거슨 은퇴 이야기는 주기적으로 나오는 보도인데, 실제로 맨유 공식 홈페이지에는 '은퇴한다'고 발표한 적이 지금까지 없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