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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봉인 풀린' 인터 밀란의 챔스 우승 도전

 

이제는 봉인이 풀렸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아직 4강 1차전이 끝났을 뿐이고 2차전이 남았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를 놓고보면 이전 시즌의 무기력했던 토너먼트 행보와 차원이 다릅니다. 이제는 유럽 제패에 대한 꿈과 희망이 현실적으로 보입니다.

조세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인터 밀란이 '세계 최고의 클럽'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4강 1차전에서 3-1 역전승을 거두었습니다. 전반 18분 페드로 로드리게스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으나 전반 29분 베슬레이 스네이더르, 후반 2분 더글라스 마이콘, 후반 15분 디에고 밀리토가 골을 넣으며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향한 유리한 고지를 점했습니다. 다음주인 오는 29일 캄프 누에서 열릴 2차전에서 최소한 비기면 결승 진출이 확정됩니다.

스네이더르-밀리토, 인터 밀란의 오름세 주도

우선, 인터 밀란에게 있어 바르사전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대한 동기부여를 얻기에 충분했던 경기였습니다. 1963/64, 1964/65시즌 유로피언컵 연속 우승 이후 45년 동안 유럽 무대를 제패하지 못한데다 지난 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16강에서 탈락했던 지난날의 한을 풀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바르사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클럽이기 때문에 인터 밀란의 무게감이 약할 것 처럼 보였지만, 인터 밀란 입장에서는 바르사를 꺾으면 유럽 제패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홈에서 열리는 이번 경기가 중요했습니다.

사실, 인터 밀란의 봉인은 첼시와의 16강 2경기에서 승리했을 때 풀렸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최근 세 시즌 동안 16강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첼시전에서는 탄탄한 압박 수비와 끈끈한 조직력, 상대 약점을 파고드는 빠른 전방 침투를 앞세워 경기 흐름을 완벽히 주도하며 그동안 토너먼트에서 무기력했던 행보를 극복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더니 8강 CSKA 모스크바와의 2경기에서는 공수 양면에 걸쳐 한 수 위의 전력을 과시하며 가볍게 승리했습니다. 그리고 스페인의 거함 바르사와의 4강 1차전에서 3-1로 승리하면서 유럽 제패의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특히 16강-8강-4강으로 이어지는 토너먼트 경기를 치르면서 공격형 미드필더인 스네이더르의 날카로운 공격력이 빛을 발했습니다. 스네이더르는 양발을 활용한 패스 능력과 유연한 키핑력을 바탕으로 상대 중원의 압박을 이겨내며 팀의 2차 공격 전개를 유도했습니다. 선 수비-후 역습을 기반으로 삼는 인터 밀란은 스네이더르의 정밀한 콤비네이션을 바탕으로 빠른 역습을 전개할 수 있었고 에토-밀리토-판데프-마이콘을 골고루 활용할 수 있는 다채로운 공격 패턴을 열었습니다. 그 전략이 이번 바르사전에서 상대 수비를 허무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면서 3골을 넣었습니다.

스네이더르는 모스크바와의 8강 2차전, 바르사와의 4강 1차전에서 골을 넣으며 팀 승리의 주역으로 활약했습니다. 박스 안에서의 절묘한 위치선정을 통해 골을 터뜨리는 스네이더르의 지능적인 공격력은 인터 밀란 입장에서 밀리토의 득점 의존을 방지하는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올 시즌 세리에A 23경기에서 4골 5도움을 기록할 만큼 다득점에 능한 선수는 아니지만, 팀이 승리를 필요로 하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골을 넣는 해결사의 기질을 발휘했습니다.

이러한 스네이더르의 오름세는 2003/04시즌 FC 포르투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데쿠(첼시)의 존재감을 자극시킵니다. 무리뉴 감독이 포르투의 우승을 이끌며 세계 최정상급 감독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데쿠라는 경이적인 공격력을 뽐내는 플레이메이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스네이더르가 있었습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십자인대 및 햄스트링 부상 등으로 신음한 것을 비롯 지난해 여름 레알 마드리드에서 방출성 이적을 당했던 한을 풀기라도 하듯, 인터 밀란 공격의 핵으로 자리잡았고 바르사전에서 그 실력을 그대로 증명했습니다.

스네이더르의 맹활약과 더불어 밀리토의 맹활약도 물이 올랐습니다. 첼시와의 16강 1차전, 모스크바와의 8강 1차전, 바르사와의 4강 1차전에서 골을 넣으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활약했습니다. 골 냄새를 맡는 천부적인 감각을 토너먼트 무대에서 되살리며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를 유린하는 민첩한 몸놀림을 발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공이 발에 정확하게 맞으면서 상대 골망을 흔들 수 있었고 슈팅 상황에서의 실수 가능성을 줄였습니다.

밀리토의 진가는 바르사전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단순히 골을 넣는 전형 공격수의 타입에서 벗어나 박스 안에서 골 기회를 잡는 동료 선수에게 절호의 패스를 연결했기 때문입니다. 인터 밀란의 첫번째 골 장면에서 에토의 오른쪽 크로스를 박스 정면에서 받아 재빠르게 왼쪽에 있던 스네이더르, 두번째 골 장면에서는 박스 안쪽 오른쪽 공간을 쇄도하는 상황에서 자신과 함께 문전 쇄도를 하던 마이콘에게 골 기회를 밀어주며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팀의 세번째 골 상황에서는 에토 크로스-스네이더르의 헤딩 패스를 박스 정면에서 재차 헤딩골을 넣으며 1골 2도움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스네이더르와 밀리토의 오름세가 토너먼트를 치를수록 빛을 발하고 있다면 탄탄한 수비 조직력은 여전히 명불허전 이었습니다. 루시우-사무엘로 짜인 센터백 조합은 16강에서 드록바 봉쇄에 성공한데 이어 4강에서는 지난 시즌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즐라탄을 부진에 빠뜨렸습니다. 사네티-마이콘 같은 좌우 풀백들도 측면에서의 투쟁심과 끈끈한 수비를 바탕으로 상대 옆구리 공격을 봉쇄했고, 캄비아소-모따 같은 중원 옵션들의 터프한 수비는 바르사전에서 그대로 통하면서 메시에게 무기력함을 안겨줬습니다. 여기에 골키퍼 세자르의 눈부신 선방과 무리뉴 감독의 '스페셜 원' 지도력까지, 인터 밀란 유럽 제패 야망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