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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베르바토프-벤제마 트레이드 가능성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화두는 두 시즌 동안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29)의 방출 여부 입니다. 여기에 새로운 공격수 영입설까지 대두되면서 다음 시즌 전력 보강을 웨인 루니의 새로운 파트너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입니다.

현 시점에서 맨유 이적설로 주목받는 선수는 카림 벤제마(23, 레알 마드리드. 이하 레알) 입니다. 벤제마는 리옹 시절부터 맨유의 영입 관심을 받았으나 지난해 여름 레알로 이적했던 공격수입니다. 하지만 레알에서 팀 적응에 어려움을 겪어 자신의 장점을 맘껏 보여주지 못해 곤살로 이과인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습니다. 맨유가 이전에 벤제마 영입을 추진했고 레알도 3년 전 베르바토프 영입을 고려했던 전례가 있는 것 처럼,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두 선수와의 트레이드가 벌어질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맨유에게 베르바토프-벤제마 트레이드는 필요, 하지만 레알은?

우선, 베르바토프는 지난 2008년 여름 맨유 역사상 최고 이적료인 3075만 파운드(약 527억원)를 기록해 올드 트래포드에 입성하여 지금까지 84경기에서 26골 14도움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힘을 들이지 않고 경기를 하는 스타일 때문에 맨유의 빠른 공격 컨셉에 맞지 않아 최근까지 기복이 심한 경기력을 일관했습니다. 올 시즌에는 강팀과의 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거나 결장하며 팀에서의 비중이 줄었고 특히 맨유 우승 여부의 결정타로 작용했던 바이에른 뮌헨-첼시-블랙번전 부진으로 해결사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현지 언론은 베르바토프가 맨유의 방출 1순위라고 보도했습니다. 잉글랜드 일간지 <미러>는 13일 "퍼거슨 감독과 구단 스태프가 회의를 열어 다음시즌 팀 전력 구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베르바토프가 여름 이적시장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베르바토프의 방출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베르바토프는 지난해 여름 루이스 나니와 함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트레이드 설이 제기되었고, 지난 1월 안데르손-토시치-나니-비디치와 함께 살생부 명단에 올라 방출설에 시달리더니 이제는 시즌이 끝나갈 무렵에 또 다시 방출설에 휘말리게 됐습니다.

현재 정황상으로는 베르바토프가 방출 될 가능성이 큽니다. 자신과 닮은 꼴 먹튀였던 후안 베론이 팀의 기대치를 채우지 못하고 두 시즌만에 첼시로 떠났던 것 처럼, 베르바토프는 여전히 맨유의 컨셉과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팀 전력을 고민에 빠뜨렸습니다. 맨유 입단 초기에는 뤼트 판 니스텔로이(함부르크) 같은 타겟맨으로서 맹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빠른 공격에 적응하지 못해 최전방에 고립되는 문제점을 나타냈습니다. 그래서 쉐도우로 전환했으나 루니와 동선이 겹치는데다 상대팀의 강한 압박에 밀려 꾸준한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팀에서의 활용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맨유 입장에서 정리할 때가 왔습니다.

맨유의 문제점은 루니 이외에는 박스 안에서 골을 해결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베르바토프는 박스 바깥에서의 조율을 즐기는 성향이며, 마이클 오언은 부상이 잦으며, 마케다-웰백-디우프는 경험이 적은데다 전형적인 타겟맨이 아닙니다. 영건 공격수를 키워야 하는 맨유는 마케다-웰백-디우프에게 적지 않은 출전 기회를 제공할 것이 분명합니다. 마케다는 조율형이고 웰백-디우프는 반격형입니다. 그래서 쉐도우를 맡는 베르바토프와 포지션이 겹칩니다. 물론 세 선수는 즉시 전력감이 아니지만 맨유에게 리빌딩의 무게감이 커졌기 때문에 앞으로의 활용 가치는 클 것입니다.
 
또한 맨유는 구단주의 재정난으로 대형 선수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베르바토프 방출로 얻게 될 이적료 또는 트레이드를 통해 골잡이 영입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베르바토프의 방출설은 최근 맨유 이적설로 주목받는 벤제마와 맞물리고 있습니다. 벤제마는 원톱으로서 상대 수비진의 틈새를 벌리고 좁은 공간에서 골 기회를 만드는 능력이 뛰어난 타겟맨입니다. 그래서 리옹 시절부터 맨유의 영입 제의를 받았고(리옹 구단의 높은 이적료 요구로 무산) 지금도 영입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맨유에게 있어 베르바토프-벤제마 트레이드는 최상의 시나리오 입니다.

레알 입장에서도 벤제마는 다른 팀에 넘길 것이 분명합니다. 지난해 겨울 이적시장에서 영입했던 클라스 얀 훈텔라르가 프리메라리가 적응에 어려움을 겪어 반시즌 만에 방출했던 전례가 있었던 것 처럼 벤제마를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내놓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벤제마도 베르바토프처럼 두둑한 이적료의 가치를 보여주지 못한 공격수였기 때문에 레알에서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벤제마가 어렸을 적 부터 레알을 동경했지만 꾸준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명분보다 실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문제는 레알이 베르바토프를 원할지 의문입니다. 3년 전 토트넘의 타겟맨으로서 맹활약을 펼치던 베르바토프에 대한 관심을 나타낸 적이 있었지만, 그때와 지금의 상황은 전혀 다릅니다. 맨유에서 내림세를 나타냈기 때문에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이 원하는 슈퍼 스타의 타입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베르바토프가 기술적이고 개인기가 출중한 공격수이기 때문에 프리메라리가에 맞는 타입으로 볼 수 있지만, 토트넘 시절의 불꽃튀는 공격력과는 달리 맨유에서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레알에게 찜찜한 구석입니다.

물론 레알에는 스타가 즐비한데다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프랑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을 데려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베르바토프가 필요 없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 영입에 많은 비중을 두었던 '갈락티코' 레알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챔피언스리그-코파 델 레이 탈락과 프리메라리가 우승 실패가 유력하면서 두 시즌 연속 무관에 그칠 위기에 놓였던 레알이라면 스타 영입에 목을 멜 것이 분명합니다. 레알의 스타 의존증은 페레즈 회장이 존재하는 이상 계속 될 것이기 때문에, 베르바토프까지 팀 전력에 가세할 수 있습니다.

레알은 이과인을 원톱으로 올리는 4-2-3-1을 주 전술로 쓰지만 때에 따라 벤제마-라울-호날두 중에 한 명을 공격수로 끌어올려 4-4-2를 씁니다. 그런데 벤제마와 라울은 올 시즌 팀에서의 기여도가 크지 않았고 호날두는 공격수보다는 오른쪽 윙어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성향입니다. 전력 보강 차원에서 공격수 영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베르바토프-벤제마 트레이드를 염두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벤제마를 키울 의지가 있거나 베르바토프가 탐탁지 않으면 트레이드는 무산 될 것입니다. 베르바토프-벤제마 트레이드는 레알의 선택과 의지에 달려있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