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드래곤' 이청용(22)의 소속팀 볼턴이 프리미어리그 선두 첼시에게 고춧가루를 뿌리지 못했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앞으로 남은 4경기에 대한 밝은 희망을 엿보게 했습니다.
볼턴은 14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2009/1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4라운드 첼시 원정에서 0-1로 패했습니다. 전반 43분 디디에 드록바의 크로스에 이은 니콜라 아넬카의 헤딩골 한 방을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이로써, 볼턴은 리그 15위 자리를 그대로 지켰고 첼시는 승점 3점을 획득해 리그 우승의 9부 능선을 넘었습니다. 이청용은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전하여 후반 37분까지 그라운드를 누비며 평균 이상의 활약을 펼쳤고, 경기 종료 후 <스카이스포츠>로 부터 '문제를 야기했다(Caused problems)'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평점 7점을 부여 받았습니다.
이청용, 첼시전 선전으로 평소의 폼을 되찾았다
우선, 볼턴은 지난해 10월 28일과 31일 첼시와의 2연전 모두 0-4로 대패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지만 포백과 미드필더의 간격이 벌어지는 문제점이 나타나면서 압박이 느슨해지고 상대 공격 옵션을 놓치는 불안함을 노출했습니다. 이청용은 28일 첼시와의 칼링컵에서 결장했고 31일 첼시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으나 마이클 에시엔의 강력한 압박에 걸리는 바람에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번 첼시전에서도 어려운 경기를 펼칠 것으로 예상 됐습니다. 지난 3일 애스턴 빌라전까지 3경기 연속 무득점 패배에 빠졌던 내림세가 문제였습니다. 반면 첼시는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다 전통적으로 스탬포드 브릿지에 강했습니다. 결국 볼턴은 첼시 원정에서 아넬카에게 골을 허용해 0-1로 패하면서 4경기 연속 무득점 패배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볼턴의 경기 내용을 되돌이켜보면 첼시와 대등한 경기 흐름을 유지하며 지난 3경기에서의 무기력함에서 벗어났습니다.
볼턴은 첼시 원정에서 4-2-3-1 포메이션을 구성하여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수비수 리케츠를 홀딩맨 무암바의 짝으로 돌리고 테일러-윌셔-이청용으로 짜인 2선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통해 첼시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압박했습니다. 미드필더들의 위치를 내려 협력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쳐 첼시 공격 옵션들에게 뒷 공간을 허용하지 않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가했고 특히 왼쪽과 중앙 수비가 탄탄했습니다.
그런 볼턴에게 오른쪽 측면이 불안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전반 43분 오른쪽 측면에서 드록바-지르코프의 스위칭 과정에서 빈 공간을 허용해 아넬카에게 골을 내줬기 때문입니다. 특히 첼시 왼쪽 풀백인 지르코프가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통해 공간 활로를 개척하면서 볼턴의 수비 저지선이 여러차례 뚫린게 아쉬웠습니다. 지르코프와 동일선상에 있던 선수가 이청용이었기 때문에 수비력에 약점을 꼬집을 수 있지만, 두 선수의 매치업이 자주 벌어지지 않아 이청용이 지르코프에게 뚫렸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지르코프가 동료 선수와의 스위칭 및 2대1 패스를 통해 볼턴의 협력수비를 뚫으며 공격을 전개했기 때문입니다.
이청용은 첼시전에서 오른쪽 풀백 스테인손의 불안한 수비력을 커버해야 하는 악조건 속에서 수비에 임했습니다. 이날 스테인손은 스카이스포츠에서 양팀 최저 평점인 5점을 기록할 만큼 지르코프-아넬카의 정면 돌파에 무너지면서 뒷 공간을 쉽게 허용했습니다. 그래서 이청용의 수비 부담이 많아지면서 동료 선수와 협력 수비를 펼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랐습니다. 전반전에는 부지런한 움직임을 통해 협력 수비에 초점을 맞췄다면 후반전에는 첼시 선수가 소유한 공을 직접 따내거나 패스를 차단하는 적극성을 발휘하며 팀의 수비에 안정을 꾀했습니다.
물론 이청용은 수비가 강한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시즌 초반과 중반에는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다보니 상대 측면 옵션에게 뒷 공간을 내주거나, 강력한 압박을 펼치지 못해 상대 측면 옵션의 전방 돌파를 저지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볼턴이 근래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면서 이청용이 팀 전술에 융화 되었고 상대 측면 옵션을 악착같이 따라 붙거나 동료 선수들과 협력 수비를 펼치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어느새 수비에 자신감이 붙었고 그것이 첼시전에서 드러났습니다. 스테인손이 첼시전에서 부진하여 수비 공간이 많아졌던 어려움을 감안하면, 이전보다 수비력이 발전한 것은 분명합니다.
무엇보다 이청용의 이날 컨디션이 좋았습니다. 지난 3경기에서 체력 저하에 따른 무기력했던 활약과 달리 첼시전에서는 열흘이라는 충분한 휴식 속에 평소의 컨디션을 되찾으면서 활발한 움직임을 펼쳤습니다. 적극적인 수비를 통해 팀의 협력 수비에 기여했다면 공격시에는 오른쪽 측면 전방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팀의 기동력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그 과정에서 동료 선수들에게 활발한 볼 배급을 받으며 상대팀 진영 오른쪽 공간 및 박스 바깥 중앙에서 양질의 패스를 연결하여 결정적인 골 기회를 연출하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비록 볼턴이 첼시를 상대로 골을 넣는데 실패했지만, 이청용을 통한 공격 전개를 통해 골 기회를 노렸던 공격력은 매끄러웠습니다. 볼턴이 첼시전 이전까지의 3경기에서 무기력한 공격을 펼쳤던 원인은 쉐도우를 맡는 엘만더에 편중된 공격 전술 및 엘만더의 불안한 볼 키핑력과 데이비스와의 호흡 불안 이었습니다. 그래서 윌셔-이청용을 활용한 측면 공격이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첼시전에서는 엘만더를 벤치로 내리고, 테일러-윌셔-이청용으로 짜인 2선의 아기자기한 공격 전개를 통해 첼시 진영을 공략하며 다채로운 공격 패턴을 엮었습니다.
첼시를 상대로 선전한 볼턴 그리고 이청용의 경기력이라면 앞으로 남은 4경기에 대한 희망을 엿보게 합니다. 특히 오는 17일 스토크 시티 원정과 24일 포츠머스와의 홈 경기는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첼시전 선전이 두 경기에서의 승리에 적지 않은 자신감과 직결 될 것으로 보입니다. 첼시전을 통해 평소의 폼을 되찾은 이청용이라면 두 경기에서의 맹활약이 기대됩니다. 이제는 이청용이 팀의 승리를 해결지을 시점이 찾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