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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월드컵 우승 후보들의 '좋은 예vs나쁜 예'

 

월드컵은 지구촌 최대의 축구 무대이자 세계 최고의 축구 강국을 가리는 무대다. 남아공에서 열릴 월드컵은 오는 6월에 열리지만 벌써부터 어느 국가가 우승하고 어떤 판도가 그려질지 많은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월드컵에서 우승하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치게 될 우승 후보들의 특성을, 최근 누리꾼들에게 유행하는 시리즈인 '좋은 예vs나쁜 예'를 통해 정리했다.

1. 브라질

-좋은 예 : 실리축구 변신 성공

브라질은 남미예선 18경기에서 9승7무2패, 33득점 11실점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실점이 적은 것은 선 수비-후 역습을 통한 실리축구를 앞세워 지지 않는 팀 컬러를 뽐냈음을 의미한다. 골키퍼 세자르의 물샐 틈 없는 선방, 포백의 견고한 수비, 질베르투-멜루로 짜인 중원의 탄탄함, 오른쪽 윙어 엘라누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앞세워 견고한 수비 조직력을 키운 것이 브라질의 장점이다.

-나쁜 예 : 여전히 채우지 못한 호나우두의 존재감
브라질하면 떠오르는 것이 공격축구다. 그 정점에는 호나우두 같은 타의 추종의 개인기와 빠른 순발력을 앞세워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공격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브라질 축구에는 호나우두 만큼의 파괴력을 지닌 공격수가 없다. 파비아누가 브라질의 원톱으로서 제 구실을 다했으나 카카-호비뉴와의 연계플레이에 강할 뿐, 개인의 힘으로 수비를 제압하는 아우라가 부족하다.

2. 아르헨티나

-좋은 예 : 메시-테베즈-이과인-아구에로-밀리토의 가공할 화력
마치 '독수리 오형제'를 연상케 한다. 유럽 빅 리그 득점 랭킹 상위권에 있는 5명(메시-테베즈-이과인-아구에로-밀리토)의 국적이 아르헨티나이기 때문. 특히 메시-이과인은 프리메라리가 득점 1~2위를 기록 중이며 테베즈는 지난 시즌의 5골보다 4배 많은 20골 고지를 넘어섰다. 5명의 가공할 득점력이라면 월드컵 우승도 가능할 기세다. 다만, 밀리토는 마라도나 감독의 신임을 얻지 못했다.

-나쁜 예 : 전략가의 향기가 없는 마라도나 감독
축구는 감독의 비중이 높은 스포츠다. 선수들의 실력이 좋아도 감독의 전략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그 팀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 마라도나 감독 체제의 아르헨티나가 대표적인 예다. 단조로운 전술과 모래알 조직력, 공격수들의 무기력한 움직임을 일관하며 화려한 네임벨류 속에서도 기복이 심한 전력을 나타냈다. 바르사에서 펄펄 날던 메시가 대표팀에서 작아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3. 이탈리아

-좋은 예 : 여전히 막강한 빗장수비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팀 이탈리아의 강점은 빗장수비다. 자물쇠가 있는 단단한 문을 보는 듯한 견고한 수비 조직력과 공수를 연결하는 허리의 밸런스, 골키퍼 부폰의 건재함은 지금도 여전하다. 특히 그로소-키엘리니-칸나바로-잠브로타로 짜인 포백의 자물쇠는 이탈리아의 월드컵 유럽예선 10승 무패(7승3무, 19골 7실점) 달성의 일등공신 역할을 해냈다.

-나쁜 예 : 노쇠화가 우려된다
현 시점에서 이탈리아의 포백은 막강하지만 월드컵이라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다. 주전 수비수의 평균 연령이 32.25세이기 때문. 올해 37세의 칸나바로는 지난해부터 노쇠화로 인한 기량 저하가 나타났다. 그럼에도 대표팀에서는 투쟁적인 수비력과 높은 점프력, 지능적인 위치선정을 통해 상대 공격을 봉쇄했으나 체력전이 불가피한 월드컵에서 4년 전의 막강함을 재현할지 의문이다.

4. 잉글랜드

-좋은 예 : EPL에서 검증된 월드 클래스들의 집합소
잉글랜드는 유럽 최고의 리그로 꼽히는 프리미어리그의 주축 선수들이 스쿼드를 형성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합하며 실력과 경험을 다진 선수들이 즐비한 것. 에이스인 루니를 중심으로 미드필더진의 구심점인 제라드-램퍼드, 수비를 맡는 애슐리 콜-테리-퍼디난드는 월드 클래스의 내공을 갖췄다. 젊고 싱싱한 영건인 애슐리 영-월컷-레넌-리차즈도 월드 클래스에 버금가는 아우라를 지녔고 이들을 지휘하는 사령탑은 '우승 청부사' 카펠로 감독의 존재감도 막중하다.

-나쁜 예 : 적어도 골키퍼는 월드 클래스가 아니다
아무리 수비가 강해도 골키퍼가 한 순간의 실수로 무너지면 상대팀에 실점을 헌납하는 것이 축구의 세계다. 하지만 잉글랜드에는 부폰-세자르-판 데르 사르 같은 극강의 선방을 과시하는 골키퍼가 없다. 그동안 잉글랜드의 골문을 맡았던 제임스가 올 시즌 내내 무릎 부상으로 휘청거리면서 골키퍼 문제가 심각해진 것. 포스터-그린-하트에게 주전을 맡기기에는 이들의 실력이 불안정하다.

5. 프랑스

-좋은 예 : 지단의 공백? 구르퀴프가 있다!

프랑스 축구의 중대한 고민은 지단의 은퇴 공백이었지만 월드컵 유럽 예선을 통해 후계자를 찾는데 성공했다. 올해 24세의 구르퀴프는 대표팀과 보르도에서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프랑스 축구의 새로운 중추로 자리매김했다. 날카로운 패싱력과 현란한 기교, 안정적인 경기 조율, 순도 높은 골 결정력, 그리고 강팀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는 강심장이 앞으로의 미래를 촉망케 한다.

-나쁜 예 : 경기력이 답답하다
프랑스 축구하면 '아트사커'였지만 근래의 프랑스 축구는 '답답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전술적인 짜임새 부족으로 경기를 확실하게 이기지 못하며, 공격 옵션의 쟁쟁함 속에서도 득점력이 기대이하다. 졸전을 펼치는 횟수도 적지 않아 도메네크 감독을 비난하는 현지 여론의 목소리가 크다. 플레이오프에서 앙리가 손으로 골을 넣으며 환호했던 장면이 프랑스 축구의 현 주소를 상징한다.

6. 독일

-좋은 예 : 큰 경기에 강하다.

독일 대표팀은 큰 경기에 강하다. 2002 한일 월드컵 준우승, 2006 독일 월드컵 3위, 유로 2008 준우승의 저력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꾸준함은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도 이어졌다. 10경기 8승2무 26골 5실점 및 유럽 예선 전체 최다득점 3위, 최소 실점 2위를 기록해 막강 화력과 견고한 수비 조직력을 과시했다. 외질, 베스테르만, 마린, 트로코우스키 같은 신진 자원의 가세로 세대교체에 성공해 스쿼드의 내실이 튼튼해졌다.

-나쁜 예 : 발라크vs뢰브 감독의 갈등 재점화?
독일 대표팀의 문제점은 내부에 있다. 대표팀의 아이콘이자 캡틴인 발라크가 뢰브 감독과의 사이가 좋지 않다. 발라크는 2년 전 대표팀의 세대교체로 노장 선수들의 입지가 좁아지자 뢰브 감독과 충돌한 경험이 있다. 결국 두 사람은 화해했지만 지난달 3일 아르헨티나전 0-1 패배로 발라크가 뢰브 감독의 전술을 비판하면서 갈등이 재점화 될 조짐을 보였다. 또한 유럽 예선 8경기에서 7골을 넣은 클로제는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에서 극심한 골 부진에 시달리며 벤치 멤버로 밀렸다.

7. 스페인

-좋은 예 : 아름다운 축구의 강자

그야말로 천하무적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스쿼드를 가득 메우는데다 조직력까지 탄탄하다. 특히 미드필더진에는 바르사 공격 축구의 심장인 사비-이니에스타를 비롯 파브레가스, 실바, 알론소, 카솔라 같은 공격 성향의 선수들이 스쿼드를 형성했다. 공격진에는 '영혼의 투톱'인 비야-토레스 투톱이 버티며 스페인 특유의 '아름다운 축구'를 주도하고 있다. 유로 2008 우승과 월드컵 유럽 예선 10전 전승의 저력을 앞세워 월드컵을 제패하겠다는 각오다.

-나쁜 예 : '살림꾼' 세나의 노쇠화
스페인이 지난해 여름 컨페드컵 4강 미국전에서 발목이 잡힌 이유는 '살림꾼' 세나의 부상 이탈 공백이었다. 그동안 아름다운 축구를 구사했던 이유는 세나의 헌신적인 역할이 공격 옵션들의 수비 부담을 줄였기 때문. 그런데 세나가 부상 이후 노쇠화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델 보스케 감독은 알론소-부스케츠를 세나의 새로운 대안으로 선택했지만 이들이 유로 2008 우승 밑거름 역할을 했던 세나의 포스를 보여줄지는 의문이다.

*이 글은 Daum 스포츠 남아공 월드컵 특집 매거진에 실렸으며 Daum측의 허락을 받고 게재함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