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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청용의 포지션 변신, 볼턴 패배에 헛수고

 

'블루 드래곤' 이청용(22, 볼턴)이 3개의 포지션을 소화하며 풀타임 출전했지만 팀의 대량 실점 패배를 막지 못했습니다.

이청용의 볼턴은 10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스타디움 오브 나이트에서 열린 2009/1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순연 경기 선덜랜드 원정에서 0-4로 대패했습니다. 전반 1분 프레이져 캠벨에게 기습 선제골을 내주면서 의기소침한 경기 운영을 비롯 불안한 수비력을 일관하더니 후반 18분-28분-42분 대런 벤트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해 대량 실점으로 무너졌습니다. 후반 27분에는 샘 리케츠가 퇴장당해 10명이라는 숫적 열세 속에서 경기를 치렀던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만약 볼턴이 선덜랜드를 이겼더라면 프리미어리그 3연승을 달성하며 강등권 추락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단계에 도달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선덜랜드전 0-4 패배로 리그 13위에서 14위로 떨어지면서 앞으로의 행보를 장담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청용은 이날 경기에서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전했으나 팀의 부진 속에 이렇다할 공격력을 뽐내지 못했고 후반 12분에는 중앙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바꿨지만 팀의 추가 실점에 빛이 바랬습니다. 리케츠 퇴장 이후에는 오른쪽 풀백으로 전환했지만 팀의 0-4 패배를 막기에는 역부족 이었습니다.

역습에 강했던 볼턴, 역습에 당했다...이청용은 중앙MF-오른쪽 풀백으로 전환

볼턴이 지난달 28일 울버햄턴전 1-0, 7일 웨스트햄전 2-1 승리로 2연승을 달릴 수 있었던 원인은 선 수비-후 역습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포백을 밑으로 내리고 미드필더들이 수비수들과 간격을 좁히면서 적극적인 압박을 통해 상대의 공세를 무너뜨린 뒤, 이청용을 통한 역습에 중점을 맞췄습니다. 무암바를 중심으로 한 미드필더들의 압박은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이었으며 종적인 움직임과 적시적소의 볼 배급을 앞세운 이청용의 역습이 힘이 실리면서 볼턴이 지난 두 경기를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덜랜드전에서는 역으로 당하고 말았습니다. 지난 두 경기 동안 역습으로 재미를 봤으나 이번에는 상대팀의 역습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전반 1분 카나의 크로스에 이은 캠벨의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선덜랜드가 기습 선제골을 넣은것이 결정타가 되어, 볼턴이 경기 초반부터 무기력한 경기 운영을 펼쳤습니다. 지금까지는 볼턴이 미드필더진을 밑으로 내려 수비를 강화하면서 역습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번에는 선덜랜드가 볼턴의 전술 특징을 그대로 이용했습니다. 그래서 볼턴은 당초에 의도했던 대로의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습니다.

볼턴의 전반전 공격은 역습에 무게감을 실은것도 아니었고 점유율에서 우세를 점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전반전 점유율에서 44-56(%)로 밀렸고 슈팅 숫자에서도 4-7(유효 슈팅 1-3)으로 뒤졌습니다. 역습을 펼치는 팀들이 점유율에서 확고한 우세를 점하는 특징이 두드러지지 않음을 상기하면, 볼턴의 공격이 얼마만큼 안풀렸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왼쪽과 중앙에 있는 미드필더들, 그리고 쉐도우를 맡는 엘만더가 서로 공을 돌렸으나 상대의 촘촘한 압박을 뚫지못해 고전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말았습니다.

상대팀의 압박을 뚫으려면 2대1 패스를 비롯 상대 수비 사이의 틈을 노리는 대각선 패스나 전진 패스를 통해 공격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볼턴의 패스는 거리가 길었습니다. 짧고 정교한 패스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면서 상대팀의 압박을 한꺼풀씩 벗기는 경기 운영이 필요했지만 볼턴 선수들에게는 이러한 능숙함이 부족했습니다. 긴 패스를 반복하며 상대팀에게 커팅을 당할 기회를 내주고 말았죠. 그래서 선덜랜드는 볼턴의 패스를 재차 가로채며 말브랭크와 캠벨을 통한 측면 역습에 초점을 맞춰 경기 분위기를 주도했고 여러차례 결정적인 골 기회를 연출했습니다.

볼턴의 무기력한 공격력은 이청용 효과를 무의미하게 했습니다. 볼턴이 지난 두 경기를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이청용의 역습을 통한 공격력이 빛을 봤기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볼턴이 전반 1분 기습 실점 및 상대팀의 선 수비-후 역습 대처 실패로 공수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이청용에게 공이 가지 않는 문제점이 생겼습니다. 이청용이 상대팀 압박에 막혀 공격의 돌파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죠. 더욱이 이청용은 동료 선수에게 공을 받기 위한 움직임에 소극적인 모습을 나타내면서 상대 수비에 움직임이 읽히는 문제점을 노출했습니다.

전반전에 선덜랜드에게 끌려다녔던 볼턴의 무기력함은 후반전에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후반 3분에 윌셔가 왼쪽 측면에서 상대팀 선수 세 명을 제끼고 전방으로 돌파하면서 공격의 돌파구를 마련했고 3분 뒤에는 이청용이 오른쪽 측면에서 문전으로 돌파하는 과감함을 발휘했으나 그것이 오래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볼턴 미드필더들이 상대의 빠른 발을 앞세운 역습을 막아내지 못한데다 포백의 존 디펜스가 흔들리면서 이청용을 비롯한 공격 옵션들의 수비 부담이 커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더니 후반 12분에는 무암바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바이스가 오른쪽 윙어로 교체 투입하고 이청용이 중앙 미드필더로 전환했습니다. 이청용의 중앙 전환 원인은 세 가지 입니다. 첫째는 볼턴의 후보 자원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쓸만한 자원이 없었다는 점이며 둘째는 바이스의 기동력을 통해 추격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는 첫째와 둘째의 영향이 겹쳐 이청용의 포지션 전환이 불가피했고, 그동안 팀 공격을 능수능란하게 이끌었던 이청용의 공격 조율을 마음껏 활용하겠다는 코일 감독의 의도가 담겼습니다.

이청용의 중앙 미드필더 전환은 소기의 성과가 있었습니다. 이청용은 중앙에서 패스를 받으면 앞쪽에 있는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연결하거나 자신이 직접 전방쪽으로 공을 몰고가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습니다. 상대 수비가 중앙쪽에서 압박 강도를 높이면 그 즉시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하여 공격을 전개했습니다. 특히 후반 22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문전쪽으로 직접 침투하며 상대 수비수들을 공략했고 그 과정에서 클라스니치의 슈팅을 유도하는 인상깊은 공격력을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이청용의 포지션 변신도 팀의 추가 실점 앞에서는 헛수고 였습니다. 수비수들이 벤트의 움직임을 놓치는데 실패하면서 우왕좌왕하더니 후반 18분-28분-42분에 세 번씩이나 실점을 허용했기 때문이죠. 이청용이 중앙에서 추격의 불씨를 살렸던 볼턴의 공격력은 수비수들의 부진속에 무의미한 과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27분에는 리케츠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이청용이 중앙 미드필더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전환했으나, 동료 선수들에게 패스를 받지 못해 이렇다할 공격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오른쪽 풀백 전환은 리케츠 퇴장으로 팀의 수비 숫자를 채우기 위한 방편에 불과했을 뿐입니다.

코일 감독의 잘못된 교체 기용은 팀의 0-4 대량 실점 패배를 키우고 말았습니다. 후반 12분에 무암바를 빼고 바이스를 투입한 것, 28분에 가드너를 빼고 테일러를 투입해 공격적인 미드필더를 조커로 투입한것이 화근이 되고 말았습니다.

바이스를 투입해 이청용을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한 것 까지는 좋았지만, 가드너의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 테일러를 넣으면서 공격적인 선수들로 미드필더를 구성한 것은 볼턴의 수비력이 점점 나빠지는 원인이 됐습니다. 이청용을 오른쪽 풀백으로 내리고 윌셔-테일러-바이스로 짜인 미드필더진을 구성하면서, 수비에 힘을 실어줄 미드필더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볼턴은 미드필더와 수비수 사이의 간격을 메우는데 실패했고 42분 벤트에게 추가골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물론 후보 선수들 중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쓸 적임자가 마땅치 않았던 것은 사실이나, 가드너를 교체한 것은 코일 감독의 실수 였습니다. 결국 볼턴은 경기 초반부터 졸전을 거듭한 끝에 선덜랜드에 0-4로 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