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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vsAC밀란, 관전 포인트 5가지는?

 

180분 중에 90분이 끝났고 이제는 또 다른 90분이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이미 90분은 끝났지만 그것이 남은 90분의 희비를 가를 잣대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90분을 훌륭하게 마쳤다고해서 남은 90분을 헛되이보내면 좋은 결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며 첫 90분에서 절망하더라도 두번째 90분을 포기하지 않으면 목표에 대한 희망을 얻게 됩니다. 반대로 90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또 다른 90분을 알차게 보내면 무난하게 목표 달성할 수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와 세리에A의 자존심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AC밀란이 외나무다리 위에 섰습니다. 오는 11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8강 진출을 다투게 됩니다. 지난달 17일 산 시로에서 열렸던 1차전에서는 맨유가 웨인 루니의 두 골과 폴 스콜스의 골로 AC밀란을 3-2로 제압했습니다. 맨유는 1차전에서의 리드를 2차전에서 그대로 이어갈 예정이며 AC밀란은 맨유를 꺾고 8강에 진출하기 위해 두 골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맨유의 우세가 예상되지만, 축구는 축구이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벌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1. 통계상으로는 맨유가 유리, 하지만 통계일 뿐

맨유와 AC밀란은 유럽 대회에서 9번 맞붙었습니다. 맨유가 AC밀란과의 역대 전적에서 9전 4승5패로 밀리는데다 역대 토너먼트에서 AC밀란을 제압하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 경험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올드 트래포드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맨유는 올드 트래포드에서 이탈리아 클럽과 16번 경기를 치르며 12승2무2패의 압도적인 전적을 자랑하며 최근 4경기 연속 이탈리아 클럽에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맨유가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던 산 시로에서는 지난달 17일 3-2의 승리를 거두며 산 시로 징크스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이번 경기가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다는 점을 상기하면, 통계상으로는 맨유가 유리한 것이 맞습니다. 더욱이 맨유는 1차전 3-2 우세를 안고 홈에서 2차전을 치르기 때문에 AC밀란보다 더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통계는 통계일 뿐입니다. 아무리 90분을 훌륭하게 싸웠더라도 남은 90분을 부실하게 싸우면 좋은 결과를 거두기 힘든것이 축구의 세계입니다. 맨유의 우세는 역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AC밀란의 막판 대분전을 기대케 합니다. 두 팀이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을 위해 끝까지 물고 늘리는 접전을 펼친다면, 2차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2. '루니 부상' 맨유vs'보리엘로 투입' AC밀란

맨유는 루니의 무릎 부상으로 걱정스러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루니는 무릎 부상으로 지난 1일 애스턴 빌라와의 칼링컵 결승전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었고 7일 울버햄턴전을 결장했습니다. 부상이 크지 않기 때문에 며칠 회복하면 말끔하게 나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지난 3일 A매치 이집트전에서 86분 동안 그라운드를 질주하며 무릎 상태가 더 악화됐습니다. 당초에는 AC밀란전 결장이 예상되었으나 최근 팀 훈련에 복귀해 팀의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을 이끌 계획입니다. 하지만 90분을 소화하는데 적잖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며 이것이 승부의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

반면 AC밀란은 지난 맨유와의 1차전에서 부상으로 결장했던 보리엘로가 투입합니다. 훈텔라르의 부진으로 공격 전술 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던 AC밀란은 보리엘로의 타겟 역량을 앞세워 호나우지뉴-파투로 짜인 윙 포워드의 공격력을 끌어올릴 것입니다. 보리엘로는 맨유와의 1차전 결장 이후에 치른 세리에A 4경기에서 두 골을 넣은것을 비롯 상대 문전에서의 위력넘치는 포스트 플레이로 여전히 변함없는 공격력을 과시했습니다. 1차전에서 호나우지뉴의 전반 3분 선제골과 후반 40분 시도르프의 추격골 이외에는 이렇다할 임펙트를 보여주지 못했던 AC밀란의 공격력은 보리엘로의 투입으로 8강 진출의 힘을 얻게 됐습니다.

3. 박지성, 피를로 봉쇄위해 공격형 MF로 출전?

지난 1차전에서 맨유의 승리를 이끌었던 박지성의 2차전 포지션은 어느 쪽이 될지 알 수 없습니다. 1차전에서는 상대 공격의 젖줄인 피를로를 봉쇄하기 위해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는데 2차전에서도 똑같은 임무를 부여받을지 아니면 원래의 임무를 맡을지 주목됩니다. 물론 1차전에서는 피를로 봉쇄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습니다. 전반전에 피를로를 완전히 제압했다면 후반전에는 네스타를 공략하는 종적인 움직임을 취하며 상대 포백의 집중력을 떨어뜨렸고 이것이 루니가 헤딩으로 두 골을 넣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박지성의 공격형 미드필더 전환은 맨유의 1차전 승리의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2차전을 앞둔 현 시점에서는 박지성의 포지션이 루니의 출전 여부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큽니다. 맨유는 루니가 선발에서 제외되면 베르바토프를 원톱으로 놓는 4-2-3-1을 구사할 것이며, 루니가 선발로 출전하면 베르바토프와 투톱을 맡아 4-4-2를 소화할 것입니다. 루니의 무릎이 완전치 않아 후반 조커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현 시점에서는 전자쪽에 힘이 실립니다. 그럴 경우, 박지성은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을 예정이며 나니-발렌시아가 좌우 측면을 휘젓게 됩니다. 하지만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이 가동할 경우, 박지성은 왼쪽 윙어를 맡아 팀의 측면 공격을 책임지는 것과 동시에 베컴의 공격을 봉쇄할 예정입니다.

4. 나니vs발렌시아, 맨유 역습 주도할 선수는?

나니와 발렌시아는 빠른 스피드와 현란한 개인기, 적시적소의 볼 배급을 앞세워 팀의 역습을 주도하는 윙어들입니다. 하지만 두 선수에게 역습 과정에서 약점이 있는것은 사실입니다. 나니는 최근에 달라졌지만 지난달 17일 AC밀란전에서 무리한 개인 플레이를 남발하며 팀 공격을 끊어뜨리는 문제점을 노출했습니다. 발렌시아는 왼발을 잘 쓰지 못하는데다 전반적인 공격 패턴이 단조롭기 때문에 상대 공격에 읽히기 쉬운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왼쪽 측면 공격을 펼치지 않기 때문에, 박지성을 비롯한 왼쪽 윙어와의 스위칭을 할 수 없는 전술적 한계가 있습니다.

만약 맨유가 4-2-3-1을 구사할 경우, 박지성이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고 나니와 발렌시아가 좌우 측면을 맡을 공산이 큽니다. 하지만 4-4-2를 구사하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박지성의 선발 출전이 유력한 상태에서, 나니와 발렌시아 중에 한 명만이 선발 출전할 수 있습니다. 나니와 발렌시아는 역습 과정에서 페너트레이션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도맡고 박지성이 다른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를 교란하는 임무를 맡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나니와 발렌시아의 선발 경쟁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넥스트 호날두'로 떠오른 나니를 선택할지 아니면 올 시즌 내내 꾸준했던 발렌시아를 선발 투입할지 주목됩니다.

5. 베컴-호나우지뉴-시도르프의 클래스, 2차전에서 통할까?

1차전에서 맨유에 2-3으로 패한 AC밀란이 2차전에서 믿을 구석은 노장들의 클래스 입니다. 1차전에서 팀의 득점 과정에 힘을 실어줬던 베컴-호나우지뉴-시도르프의 클래스가 빛을 발하기를 AC밀란이 기대하고 있을 것입니다. AC밀란은 전반 3분 베컴의 오른발 크로스를 에브라가 걷어내지 못하면서 호나우지뉴가 오른발로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 40분에는 시도르프가 문전 왼쪽에서 호나우지뉴의 패스를 받아 발뒤꿈치 슈팅으로 맨유의 골망을 흔들며 1-3으로 뒤져있던 스코어를 2-3으로 바꿨습니다.

세 선수는 2차전에서 골을 목표로 합니다. 베컴은 자신이 뛰었던 올드 트래포드에서 맨유의 골망을 상대로 오른발 프리킥골을 노릴 것이며 호나우지뉴는 감각적인 개인기와 문전에서의 절묘한 위치선정을 앞세워 상대 골망을 흔들 것입니다. 시도르프는 폭발적인 기동력에 힘입어 상대의 허를 찌르는 슈팅을 벼를 것입니다. '축구황제' 호나우두가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뛰었던 2003년 올드 트래포드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하는 클래스를 발휘하며 맨유팬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던 것 처럼, 세 선수가 올드 트래포드에서 자신만의 특징을 앞세운 클래스를 뽐내 AC밀란의 8강 진출을 이끌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