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수원 감독이 이끄는 K리그 올스타가 2일 저녁 6시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서 열린 J리그 올스타와의 '조모컵 2008'에서 3-1 승리를 거두었다. 사상 첫 한일 올스타전으로 많은 축구팬들의 기대를 모은 가운데 이번 3-1 승리는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우선, K리그 올스타의 승리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K리그<J리그'라는 공식을 깰 수 있게 됐다. K리그 팀들은 지난해부터 J리그를 상대로 7전 3무4패의 눈에 띄는 열세를 보였지만 이번 올스타전 승리로 K리그와 한국 축구의 저력을 일본 안방에서 그대로 증명했다.

그리고 이번 경기가 치러진 도쿄 국립 경기장은 11년 전 차범근 감독이 한국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일본에 통쾌한 2-1 역전승을 거둔 '도쿄 대첩' 장소였다. 당시 한국은 후반 21분 야마모토에게 골을 내줬지만 39분과 44분을 거쳐 서정원과 이민성의 연속골로 대역전승을 거두고 프랑스월드컵 본선 진출에 강한 희망을 엿보게 했었다.

이번 한일 올스타전은 그 경기 못지 않게 국내팬들에게 시원한 명승부를 선사한 '제2의 도쿄대첩'으로 불리고 있다. 경기 내용과 결과에서 일본 J리그 올스타를 압도했을 뿐더러 반드시 경기에서 이기겠다는 K리그 올스타 선수들의 의지가 빛났기 때문. 그 요소들을 조화시키며 '이기는 축구'로 승리한 차범근 감독의 지략 또한 최성국-에두-이운재 같은 선수들 못지 않게 빛났다.

이번 승리는 어느 한 선수의 탁월한 개인기가 아닌 차범근 감독의 지략 승리였다. 수원에서 쓰는 4-4-2를 K리그 올스타에 그대로 적용한 차범근 감독은 'J리그 올스타 공격력이 빛난' 전반전 보다는 후반전에 승부수를 띄우며 일본 선수들의 전형적인 약점인 체력 저하에 물고 늘어졌다. 그 결과 K리그 올스타의 빠른 템포 공격을 막지 못하는 J리그 올스타 선수들이 하나 둘 씩 속출하면서 경기의 무게는 한국쪽으로 기울어졌다.

물론 전반 30분이 되기 전까지 K리그 올스타의 경기력은 국내팬들에게 답답해 보였을지 모른다. 정대세를 주축으로 하는 J리그 올스타의 적극적인 공세 때문에 가끔씩 터지는 K리그 올스타의 공격력이 묻혀졌기 때문. 소집 초반부터 발을 맞춘 '김치우-김치곤-김형일-이정수'로 짜인 포백의 몸 날리는 수비가 없었다면 J리그 올스타에 실점하여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을지 모른다. 네 명의 수비수를 짧은 소집기간 동안 계속 호흡을 맞추게 했던 차범근 감독의 성공적인 지략이 묻어나는 부분.

K리그 올스타 미드필더진과 공격진은 J리그 올스타가 '힘을 소비한' 전반 30분 이전까지 에너지와 힘을 비축했고 그들의 역량이 떨어지는 전반 30분 이후부터 빠른 역습 공격을 위주로 그들의 수비 진영을 한꺼풀씩 벗겨냈다. 최성국의 빠른 왼쪽 측면 돌파와 라돈치치의 화려한 발재간을 앞세워 J리그 수비수들을 괴롭히더니 전반 44분 두두의 프리킥에 이은 최성국의 선취골로 앞서면서 그 지략을 사전에 준비했던 차범근 감독의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차범근 감독 지략에 큰 효과를 안긴 사나이는 에두였다. K리그서 상대팀의 두꺼운 압박을 '저글링 같은 돌파'로 가볍게 뚫었던 에두에게 있어 'K리그보다 약한' J리그 수비수끼리 짜인 수비 진영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후반전 부터 출전한 에두는 시작부터 자신의 사력을 다하며 J리그 올스타의 수비 진영을 뚫고 K리그 올스타의 공격을 이끈 선봉장 역할을 했다. 차범근 감독의 승리 카드였던 '에두 시프트'의 진 면목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

에두를 중심으로 공격의 흐름이 이어지는 K리그 올스타의 공격력은 J리그 올스타 수비진의 체력을 고갈시켰고 에두가 후반 12분과 15분에 골을 넣자 그들의 집중력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그 이후 '정조국-김진용-장남석' 같은 공격 옵션들이 대거 투입되자 그들은 완전히 전의를 상실했고 그렇게 경기는 3-1의 통쾌한 승리로 막을 내렸다.

골키퍼 이운재의 든든한 선방도 좋았다. 후반 2분 야마세 코지가 폼이 느릿느릿한 페인팅으로 두 차례 몸짓을 바꾸다가 왼쪽으로 찼지만 이운재가 그 코스를 정확하게 읽으며 슈퍼세이브를 했기 때문. 이운재는 전반전 J리그 올스타의 공세에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슛을 잡아내는 집중력을 선보였고 후반전에는 다나카 툴리우에게 골을 내줬음에도 끝까지 냉정함을 잃지 않으며 이날 경기의 숨은 MVP로서 자신의 진가를 빛냈다.

지난해부터 J리그 클럽들에게 번번이 무릎을 꿇어야만 했던 K리그에 기를 살린 '승장' 차범근 감독의 지략은 한국과 일본 축구 교류 역사에 평생 남을 첫번째 한일 올스타전에서 기념비적인 승리에 기여했다. '제2의 도쿄대첩'으로 불리는 이번 경기는 철저하게 준비가 잘 됐던 차범근 감독의 치밀함을 엿볼 수 있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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