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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역습의 교과서' 박지성 맹활약 기대하라

 

2009/1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AC밀란 원정을 앞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새로운 과제를 부여 받았습니다. 네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비롯 우승을 달성하는 것이 그것이죠. 특히 AC밀란전은 유럽 제패로 향하는 토너먼트 무대의 첫 걸음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합니다.

하지만 맨유는 역대 유럽 대항전 토너먼트 무대에서 AC밀란을 탈락시킨 경험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특히 산 시로 원정에서 4전 4패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아쉬움이 있습니다. 17일 산 시로 원정을 앞둔 맨유로서는 원정 경기에 대한 악연이 무거울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맨유가 AC밀란에 약한 징크스를 깨고 8강에 진출하려면 악연을 반드시 이겨내야 합니다. 최근 맨유 공격의 화두로 떠오른 '역습'을 통해 AC밀란의 방패를 뚫는다면 공격의 무게감이 힘이 실릴 것입니다.

맨유는 점유율에서 역습 축구로 전환한 최근 5경기에서 16골을 넣는 파괴적인 득점력을 뽐냈습니다. 그동안 미완의 대기에 그쳤던 루이스 나니의 각성모드가 점유율 축구 부진으로 신음하던 맨유의 공격력을 바꿨습니다. 특히 나니를 통한 오른쪽 역습 공격이 빛을 발하면서 맨유가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리는 과정이 손쉬워졌으며 이것은 웨인 루니의 골 감각이 무르익고 맨유의 성적이 향상되는 비결이 됐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AC밀란전에서도 나니를 통한 역습으로 승리의 해답을 얻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선수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나니와 경쟁자였으나 이제는 나니와 공존 관계가 된 '산소탱크' 박지성이 AC밀란전의 또 다른 필승카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맨유가 지난 1일 아스날 원정에서 3-1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박지성-나니를 통한 역습이 상대 수비진을 붕괴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특히 박지성의 맹활약은 점유율 축구의 부진을 극복하고 역습 축구에서 화려하게 비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것은 맨유의 AC밀란전 행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박지성은 아스날전 이후에 열린 포츠머스전과 애스턴 빌라전에서 결장했습니다. 로테이션 차원에서 결장했지만 이것을 다른 의미로 보면 AC밀란전 선발 출전을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맨유가 산 시로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공 소유권을 늘리는 점유율 축구보다는 박지성과 나니를 통한 역습으로 재미를 보겠다는 심산이 깔려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최근 두 경기 동안 박지성에게 휴식을 부여한 것은, 한 경기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박지성의 체력을 안배하며 AC밀란전 맹활약을 주문한 것입니다.
 
그런 박지성은 맨유 역습에 없어서는 안 될 공격 옵션입니다. 지난 시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좌우 측면에서 장단을 맞춰 맨유의 역습을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나니와의 공존을 통해 맨유 공격의 역동성을 키웠습니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전방으로 빠르게 질주하는 공격 본능과 상대 수비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빠른 타이밍의 패스가 맨유의 역습 공격을 향상 시키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특히 상대 수비가 혼란스러운 틈을 이용해 팀의 역습 속도를 끌어올리도록 돌파를 가하거나 종 패스를 날리는 영민함이 빛을 발했습니다.

사실, 박지성은 종적인 움직임과 종 패스를 즐기는 선수입니다. 수비가담을 통한 커팅으로 직접 빌드업을 시도하거나 전방쪽으로 패스를 밀어주는 플레이, 직선 형태의 돌파로 측면을 파고드는 움직임, 동료 공격 옵션과의 연계 플레이 과정에서 전진 패스를 구사하며 상대 수비의 시선을 빼앗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종적인 활약은 상대 수비 입장에서 부담이 커지고 맨유의 역습이 용이해지는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그 대표적인 장면이 지난해 5월 아스날전 호날두의 두번째 골과 지난 1일 아스날전 루니의 골 과정 이었습니다. 박지성은 두 경기 모두 맨유 진영에서 공을 잡아 자신의 앞선에서 전방으로 빠르게 치고들던 루니에게 적지적소의 패스를 연결했고 이것이 맨유가 골을 넣는 발판으로 작용했습니다. 지난해 5월 아스날전에서 호날두의 패스를 이어받아 역습을 전개했다면 지난 1일 아스날전에서는 자신이 직접 상대의 공을 빼앗아 루니에게 재빠르게 공을 연결했습니다.

특히 루니에게 패스한 이후에는 전방으로 빠르게 치고들며 맨유의 역습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루니의 마크맨 이었던' 토마스 베르마엘렌의 시선을 자신쪽으로 유도하면서 루니가 노마크 상황에서 골을 넣는데 성공했습니다. 공이 없을 때 상대 수비의 시선을 다른 한 쪽으로 분산시키는 지능적인 움직임으로 동료 선수의 골 기회를 유도한 것입니다.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칭찬할 때 마다 "박지성은 공이 없을때의 움직임이 환상적이다"라고 말했던 것 처럼, 박지성의 진가는 역습에서 빛을 발할 수 있었습니다.

박지성이 올 시즌 맨유의 점유율 축구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점유율 축구는 횡 패스가 많기 때문에 횡적인 움직임이 강조될 수 밖에 없습니다. 종적인 활약에 익숙한 박지성에게는 횡이 중요시되는 전술에서 공격 전개에 대한 약점을 노출했고 맨유의 새로운 전술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맨유의 점유율 축구는 상대팀들에게 읽히는 문제점이 두드러지면서 정착에 어려움을 겪었고, 최근에 나니를 통한 역습으로 승승장구하면서 박지성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 되었습니다.

그런 박지성의 진가는 이번 AC밀란전에서 빛을 발할 것입니다. 특히 산 시로에서 열리는 챔피언스리그 1차전은 맨유의 원정 경기이기 때문에 공격 주도 보다는 압박에 이은 역습을 통해 상대의 허를 찌를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에 4-2-3-1과 4-3-3을 쓰는 맨유는 캐릭-스콜스-플래처를 중앙에 포진시켜 압박을 가하고 박지성과 나니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통해 압박의 세기를 높일 것입니다. 허리에서 상대 공격을 끊으면 박지성과 나니를 통한 종적인 역습이 진행 될 것이며 루니에게 골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AC밀란의 오른쪽 풀백으로 모습을 내밀 가능성이 높은 이그나치오 아바테는 경험 부족에 따른 수비 집중력에 약점이 있는 선수입니다. 기본적인 대인방어 능력을 갖췄지만 고비 때마다 빠른 주력을 자랑하는 상대 공격 옵션에게 흔들리는 모습이 두드러집니다. 크로스 능력은 좋으나 무리한 공격 가담 때문에 수비 뒷 공간을 쉽게 내주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높은 클래스의 팀에게 고전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박지성이 아바테의 약점을 공략한다면 AC밀란전 맹활약을 비롯 맨유 승리의 주역으로 자리매김 할 것입니다.

또한 박지성은 PSV 에인트호벤 소속이었던 지난 2005년 챔피언스리그 4강 1~2차전 AC밀란전에서의 인상깊은 활약으로 지구촌 축구팬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습니다. 특히 2차전 선제골은 맨유에 입단할 수 있었던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그리고 2010년 AC밀란과 상대하는 박지성은 '역습의 교과서'로서 맨유의 승리를 이끌 것입니다. 지난 아스날과의 두 경기에서 맹렬한 역습을 가했던 박지성의 진가가 산 시로에서의 짜릿한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