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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청용, 지나친 혹사가 부른 경기력 저하

 

상대 문전 정면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은 나름 돋보였고 발재간도 그리 나쁜편은 아니었습니다. 상대 골망을 흔들기 위한 공격 작업을 위해 동료 선수와 원투 패스를 시도하려는 모습도 있었고 상대 골키퍼와 1대1로 맞선 상황에서 슈팅을 날리며 골도 노렸습니다. 그러나 과정은 좋았지만 임펙트와 슈팅 마무리 동작이 평소와 달리 위력적이지 못했고 볼 배급 및 슈팅 방향도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경기를 치를수록 폼이 점점 떨어진 것입니다.

'블루 드래곤' 이청용(22, 볼턴)이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의 원정 경기에 풀타임 선발 출전했으나 시즌 6호골 달성에 실패했습니다. 이청용의 볼턴은 10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시티 오브 맨체스터에서 열린 맨시티와의 2009/1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경기에서 0-2로 패했습니다. 전반 30분 카를로스 테베즈에게 페널티킥 선제골을 내줬고 후반 27분 엠마뉘엘 아데바요르에게 추가골을 허용해 고개를 숙였고 리그 17위에 머물려 여전히 강등 위협에 시달리게 됐습니다.

이청용은 경기 종료 후 <스카이스포츠>로 부터 '특색이 없었다(Fairly anonymous)'는 평가와 함께 평점 5점에 그쳤습니다. 후반전에 교체 투입 된 메튜 테일러와 함께 팀 내 최저 평점을 기록했고 대부분의 동료 선수들은 6점을 받았으며 공격수인 케빈 데이비스만이 7점을 얻었습니다.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들과 경합하며 공간 싸움을 벌였던 데이비스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기대에 못미친 활약을 펼친 것입니다.

이날 경기에서는 볼턴이 직면한 문제점들이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아담 존슨에게 페널티킥을 허용한 이후부터(테베즈가 키커로 나서 선제골 기록) 수비 집중력이 흔들리고 상대 공격 옵션에게 뒷 공간을 내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맨시티의 새내기인 존슨 봉쇄에 실패해 경기 흐름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반 클라스니치 부상 공백의 대안이었던 요한 엘만더는 최전방에서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았고 중앙 미드필더들의 볼 배급은 전반적으로 매끄럽지 못해 윌셔-이청용으로 짜인 윙어들의 공격력을 보조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볼턴은 최근에 빈도를 줄였던 롱볼을 통해 공격을 전개했습니다. 무암바-코헨-이청용의 움직임이 평소와 다르게 떨어지다보니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의 공간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미드필더 사이에서 패스가 통하지 않자, 후방 옵션들이 전방에 위치한 데이비스-엘만더의 머리를 향해 롱볼을 날렸습니다. 그나마 데이비스가 맨시티 수비수를 달고 다니며 롱볼을 잘 따냈으나 그 과정에서 문전 침투를 통해 상대 골망을 흔들려는 선수들의 공격 자세는 이전과 다르게 소극적 이었습니다.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볼턴이 최근 3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쳤다는 것입니다. 3경기에서의 공통점은 미드필더들이 모두 제 몫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이청용을 비롯한 미드필더 전원이 평소에 비해 움직임이 무뎌지고 빌드업 및 수비가담 타이밍이 느렸습니다. 개개인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패스 간격이 길어지거나(무암바-코헨) 부정확한 패스가 많아지거나(테일러) 패스 받는 공간으로 움직이지 못해 상대 수비진에 고립되고 공격의 마무리가 약해지는(이청용)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볼턴이 맨시티전에서 롱볼 빈도를 늘리고 말았습니다.

볼턴 미드필더들의 부진 원인은 최근에 두드러졌던 살인적인 일정 때문입니다. 지난달 18일 아스날전부터 31일 리버풀전까지 보름동안 5경기를 소화하면서 많은 체력을 소모했고 급기야 폼이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아스날전 이전에는 한파로 인한 경기 취소가 잇따르면서 컨디션 조절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날씨도 추웠습니다. 결국 체력 저하에 시달려 평소답지 못한 활약을 펼쳤고 이것은 볼턴이 3경기 연속 골을 넣지 못한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지난달 아스날과의 2연전과 27일 번리전에서의 인상적인 경기력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히 이청용의 체력 저하는 다른 누구보다 심각성이 큽니다. 이청용은 지난해 1월 대표팀 동계훈련 일정을 소화하여 중동 전지훈련 및 A매치 이란전에 뛰었고 그 이후 친정팀 FC서울에 복귀해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 대표팀의 월드컵 최종예선 일정을 병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로골절로 신음하며 한때 서울에서 부진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그러더니 여름 휴식기 없이 볼턴에 입단해 지금까지 경기를 뛰고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이 지난해 여름부터 시즌 일정을 소화했다면, 이청용은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여기에 이청용은 2007년과 2008년에 청소년-올림픽-국가대표팀 일정을 모두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쳤습니다. 2007년 U-20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및 최종예선 같은 굵직한 A매치 일정을 소화했고 대부분의 경기에서 주전으로 뛰었습니다. 그것도 기량 및 체력이 여물지 않은 19~20세에 대표팀과 소속팀을 넘나드는 바쁜 일정을 소화했죠. 이동국-고종수-최성국-박주영-김진규가 거듭된 혹사에 시달리다 슬럼프에 빠져 부진의 늪에 빠졌던 것 처럼, 이청용도 그 전례를 밟을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청용은 서울 시절에 체력 저하로 꾸준히 좋은 경기를 펼치지 못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최근 볼턴에서 체력 저하로 경기력이 떨어진 것도 마찬가지의 상황입니다. 문제는 과도한 출전으로 체력 저하가 누적이 되었다는 점이고, 휴식을 취할 상황이 마땅치 않습니다. 소속팀 볼턴이 강등권에 있어, 코일 감독이 팀의 중심 선수인 이청용을 지속적으로 선발 기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청용의 혹사가 계속된 것은 팀의 열악한 상황과 밀접합니다.

최근 이청용의 경기를 보면 '볼턴 에이스'로서 꾸준히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던 지난날과 대조적입니다. 특유의 활력 넘치는 움직임과 과감한 문전 침투가 빛을 발하지 못했고 볼 배급과 슈팅 과정에서 타이밍이 한 박자 빠르지 못하며 마무리가 매끄럽지 못합니다. 특히 맨시티전에서는 후반 34분 상대 골키퍼 세이 기븐과 1대1로 맞선 상황이 있었으나 부정확한 슈팅을 날리며 시즌 6호골 달성에 실패했습니다. 조금만 더 집중했다면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킬 수 있었으나 체력 저하로 경기에 몰입할 수 있는 힘을 잃으면서 결정적인 상황에서 기회를 놓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냉정한 관점에서 바라보면, 맨시티전에서는 상대 왼쪽 풀백인 웨인 브릿지에게 봉쇄 당했습니다. 브릿지의 압박 및 공간 선점에 밀려 전방으로 침투할 수 있는 방향을 잃고 말았습니다. 여기에 동료 선수들에게 활발한 볼 배급을 받지 못하면서 고립이 두드러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그레타르 스테인손이 오른쪽 측면 뒷 공간을 넓게 커버하면서 후방 패스를 통해 공격 기회를 얻었지만 중앙 미드필더들과의 연계 플레이는 적극적이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지난 6일 풀럼전에서도 재차 반복되었던 문제점입니다.

이청용은 맨시티전에서 13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며 팀 내에서의 붙박이 주전 입지를 굳게 지켰습니다. 하지만 역의 관점에서 보면 이청용의 혹사가 두드러졌으며 이것은 경기력이 떨어진 원인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이청용의 혹사는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을 꿈꾸는 허정무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합니다. 비록 볼턴이 강등권에 있지만 아직 리그 경기가 10경기 이상 남아있는 만큼, 이청용에게 휴식을 부여하며 경기력 회복을 키우기 위한 코일 감독의 빠른 결단이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