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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에이스' 이청용에게 패스가 오지 않는 이유

 

'블루 드래곤' 이청용(22, 볼턴)은 지난달 27일 번리전에서 결승골 및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1골 2도움)을 올리며 화려한 비상을 재촉했습니다. 번리전까지 5골 5도움을 기록해 10골 10도움 달성에 대한 여론의 기대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청용은 지난달 31일 리버풀전과 지난 6일 풀럼전에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공격 포인트를 매 경기마다 기록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것보다는 동료 선수들에게 활발히 패스를 받지 못해 볼 터치가 부쩍 줄어 자신의 특출난 공격 재능을 맘껏 발휘할 기회가 적었던 점이 경기를 지켜봤던 팬들을 아쉽게 했습니다. 지난달 18일 아스날전과 27일 번리전에서 지속적인 패스 기회를 받아 상대팀의 측면 공간을 장악했던 활약상과 다른 행보입니다.

물론 리버풀전에서는 상대 수비수와 골키퍼를 제치는 50m 드리블 돌파, 풀럼전에서는 자로 잰듯한 볼 배급으로 결정적인 골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특히 풀럼전에서는 경기 종료 후 <스카이스포츠>로 부터 '문제를 야기했다(Caused problems)'는 호평과 함께 평점 7점을 부여 받았지만 이것은 골 기회를 연출했던 장면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기에 가능했을 뿐입니다. 리버풀전과 풀럼전을 유심히 지켜봤던 팬들은 이청용이 동료 선수들에게 패스를 활발히 받지 못했 볼 터치가 적었던 아쉬움을 떠올릴 것입니다.

동료 선수들에게 활발히 공을 받으면 패스를 연결하고 또는 과감히 문전으로 침투하여 골을 엮어내는 장면이 부쩍 많아집니다. 그러나 패스가 자신쪽으로 오지 않아 볼 터치가 적어지면 공격을 진행하기 어려울뿐만 아니라 상대 수비에게 막히기 쉽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앞날의 맹활약을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볼턴에서 다재다능한 공격력을 뽐내며 프리미어리그의 정상급 윙어로 성장을 거듭해야 할 이청용에게 숙제가 던져진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이청용에게 패스가 오지 않는 이유가 동료 선수들 때문이 아니냐고 말합니다. 동료 선수들이 이청용에게 패스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의견이 나올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것은 볼턴이 롱볼 축구를 펼치던 시절에 나타났던 문제점 이었습니다. 후방 옵션들이 최전방에 있는 케빈 데이비스의 머리를 향해 롱볼을 올리다보니 이청용을 비롯한 미드필더들이 패스를 받을 기회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미드필더를 통해 패스를 전개하면 왼쪽 윙어이자 미들라이커인 메튜 테일러에게 공이 향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코일 감독 체제에서는 롱볼 축구에서 탈피 했습니다. 롱볼에서 미드필더를 거치는 패스 위주의 경기를 펼치면서 트라이앵글이 형성되는 다채로운 공격 루트를 통해 상대 진영을 공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청용에게 공이 오지 않는 것은 동료 선수 탓이 아닌 선수 본인에게 문제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청용의 번리전과 리버풀-풀럼전 움직임이 서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번리전에서는 동료 선수에게 패스 받을 공간쪽으로 활발히 움직이며 공격을 전개하거나 자신이 직접 문전으로 침투하여 결승골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리버풀-풀럼전에서는 자신의 근처에서 동료 선수가 공을 잡으면 머뭇거리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패스를 받으려면 자신이 위치한 곳에 가만히 있기 보다는 동료 선수의 패스 정확성을 키우기 위해 간격을 좁힐 수 있도록 움직여야 합니다. 하지만 이청용은 이러한 움직임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볼턴 선수들은 리버풀-풀럼전에서 이청용을 중심으로 하는 패스 전개를 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미드필더진에서 공격의 구심점이 없고, 테일러의 폼도 지난 시즌보다 떨어지면서 볼턴의 공격 전개가 매끄럽지 않게 진행됐습니다. 번리전처럼 이청용에게 힘을 실어줬다면 경기 초반부터 시종일관 활발한 공격 기회를 마련했을지 모르지만, 문제는 동료 선수들에게 패스를 받기 위한 이청용의 움직임이 무딥니다. 이렇다보니, 볼턴 미드필더진은 불균형 상태에서 공격을 전개했고 결과는 두 경기에서 무득점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코일 감독이 풀럼전 종료 후 "이청용에게 휴식이 필요하다. 기회가 오면 휴식을 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팀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 중 한 명이다"고 말했던 것은 이청용의 무뎌진 움직임을 파악했음을 뜻합니다. 이청용의 움직임 저하 원인은 체력과 밀접하기 때문이죠. 친정팀 FC서울 시절부터 최근까지 '각급 대표팀 차출과 맞물려' 과도한 경기 출전에 시달렸고 특히 지난해 상반기에는 피로 골절로 부침에 시달렸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볼턴에서는 체력 저하라는 약점에 직면했고 최근에는 움직임까지 이전처럼 활발하지 못합니다.

또한 이청용은 풀럼전에서 18회의 패스를 연결했는데 그 중 대부분이 패스 간격이 짧았고 5~10m 정도 됩니다. 반면 무암바-코헨 같은 중앙 미드필더들의 패스 간격은 이청용에 비해 넓었으며 하프라인에서 긴 패스를 연결한 장면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볼턴 미드필더들이 짧은 패스를 통해 공격을 전개하는데 익숙하지 않음을 뜻합니다. 롱볼에서 패스 위주의 축구로 넘어오는 과도기에 있다보니 볼턴 중앙 미드필더들이 패스를 통한 연계 플레이가 살아나지 않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이청용은 자기 공간에서 머뭇거리는 모습이 부지기수 였습니다. 동료 선수에게 패스가 오지 않으면 자신이 직접 가까이에 가서 패스 간격을 좁히고 원투 패스를 유도할 수 있는 움직임을 발휘해야 합니다. 이러한 공격 패턴이 지속된다면 볼턴 미드필더진의 연계 플레이가 상대 중원을 공략하기 쉬울 것입니다. 하지만 이청용의 움직임은 과도한 경기 출전 여파로 점점 약해졌고 볼턴 미드필더진은 공격 전개 과정에서 문제점을 노출합니다.

물론 이청용이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 성공적으로 정착했고 '볼턴의 에이스'로 극찬을 받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임에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의 정상급 윙어로 성장하려면 기량을 부쩍 성장시켜야 하며 체력 향상이 꾸준히 요구됩니다. 코일 감독이 적절한 시기에 휴식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후에도 체력이 올라오지 못하면 리버풀-풀럼전 처럼 공격 전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청용에게 확실한 발전이 필요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