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를 꺾고 2년 연속 칼링컵 결승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맨시티의 전술을 간파한 퍼거슨 감독의 전략과 경기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선수들의 응집력이 결승 진출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맨유는 28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칼링컵 4강 2차전에서 3-1의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후반 7분 폴 스콜스의 선제골과 26분 마이클 캐릭의 추가골로 2-0으로 앞서간 뒤 31분 카를로스 테베즈에게 추격골을 내줬으나 46분 웨인 루니의 극적인 헤딩골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20일 1차전에서 1-2로 패했으나 2차전에서 3-1로 승리했고 누적 스코어에서 4-3으로 앞서 맨시티의 결승 진출을 저지했습니다.
이로써 맨유는 맨시티를 꺾고 칼링컵 결승전에서 아스톤 빌라와 격돌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3월 토트넘과의 칼링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우승했던 맨유는 2년 연속 칼링컵 우승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아울러 맨시티전 승리로 최근 성적부진으로 인한 여론의 위기론과 무관론을 불식시키며 우승에 본격적인 도전을 하게 됐습니다.
미드필더 압박 강화한 퍼거슨 감독 전략 성공적
맨유는 경기 초반부터 미드필더진의 전방 압박을 통해 맨시티의 공격 물 줄기를 차단하는쪽에 집중했습니다. 캐릭-스콜스-플래처가 압박 위주의 경기를 펼치고 긱스-나니가 측면 수비에 가담하면서 미드필더진의 수비 숫자가 두꺼워졌습니다. 수비 상황에서는 미드필더 대부분이 수비 지역으로 내려와 포백과의 간격을 좁혀 커팅 이후의 역습을 노렸습니다. 수비에 안정감을 두면서 맨시티 선수들을 앞쪽으로 끌어내리고, 맨시티 진영의 뒷 공간을 파고드는 역습을 통해 루니에게 골을 전달하겠다는 것이 맨유의 의도였습니다.
퍼거슨 감독의 작전은 적중했습니다. 캐릭-스콜스-플래처는 서로 하나 된 호흡으로 맨시티의 공격을 끊어내고 안정적인 볼 키핑과 패스 전개를 통한 점유율 확보로 경기 흐름을 장악했습니다. 그 결과 맨시티 미드필더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맨유가 여러차례 골 기회를 잡았습니다. 루니가 보야타에게 막힌것이 흠이었지만 미드필더 장악에 성공한 것은 소기의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맨시티 미드필더진에서 3톱(벨라미, 테베즈, 숀 라이트-필립스)로 향하는 패스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것은 맨유 미드필더들의 수비 위주 경기 운영이 성공했음을 의미합니다.
맨유가 1차전 스코어 1-2의 열세였음에도 공격보다 수비에 안정을 둔 것은 무실점에 최우선을 두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차전에서도 상대에게 골을 내준다면 결승 진출이 어려워지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실점에 민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미드필더진의 압박 강화를 통해 경기 초반부터 맨시티의 공격 기세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상대의 경기 집중력이 무너지는 시점에 화력을 내뿜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이것은 퍼거슨 감독이 맨시티가 중앙에서 공격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없는 약점을 노렸음을 의미합니다. 사발레타-배리-데 용으로 짜인 미드필더진에서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없었고, 페너트레이션을 이끌어 공격수들의 골 기회를 돕거나 직접 골을 넣는 성향이 아닌 아킬레스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맨유 미드필더들의 압박이 용이하게 이루어졌고 시종일관 공격 기세를 유지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이 됐습니다.
특히 이날 경기의 분수령이었던 벨라미 봉쇄는 성공적 이었습니다. 플래처가 사발레타-벨라미 사이의 공간에서 맨시티의 공격을 막는데 집중하고 스콜스와 하파엘이 공간을 좁히면서 벨라미의 볼 터치가 지난 1차전보다 떨어졌습니다. 이것은 벨라미를 마크하는 하파엘의 수비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를 얻었고 포백에 균열이 벌어지지 않는 원인이 됐습니다. 여기에 퍼디난드가 테베즈를 꽁꽁 묶어놓고 에반스의 커버 플레이까지 이뤄지면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취했습니다.
그 전략은 후반전에 빛을 발했습니다. 맨시티의 공격 물 줄기를 완전히 차단했고 상대 3톱의 움직임이 무뎌지면서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그러더니 후반 7분 긱스의 오른쪽 크로스 상황에서 양팀 선수들이 혼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스콜스의 오른발 슈팅이 맨시티의 골문을 가르며 맨유가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후반 이른 시간에 골을 넣으면서 경기 기세를 완전히 장악했고, 양팀 선수들간의 신경전 과정에서 맨시티의 공격 템포가 점점 느려지면서 맨유의 빌드업과 페너트레이션이 자연스럽게 전개 됐습니다.
후반 26분 캐릭의 추가골 과정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나니가 골문쪽으로 로빙 패스를 올리는 과정에서 플래처가 공을 보면서 문전으로 쇄도했는데 맨시티 수비수들이 상대팀 선수의 움직임을 놓쳐 수비 밸런스가 무너졌습니다. 그래서 플래처의 패스를 오른쪽에서 받았던 캐릭이 노마크 상황에서 오른발로 정확하게 골을 밀어넣어 맨유가 2-0으로 앞서갔습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맨유는 경기 장악에 이은 두 골 차이의 리드로 결승 진출을 굳히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맨유는 후반 31분 테베즈에게 골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퍼디난드가 문전 앞으로 쇄도하던 테베즈와의 경합 과정에서 공간을 먼저 선점했으나 맨시티의 크로스 과정에서 커팅 판단에 미숙함을 드러내면서 테베즈에게 골을 내줬습니다. 테베즈가 헤딩슛을 넣을 것으로 판단하고 머리를 앞으로 내밀며 상체를 숙였지만 정작 테베즈는 오른발로 골을 넣었습니다. 퍼디난드의 대인마크가 아쉬웠지만 그보다는 경기 분위기를 한 순간에 바꿔버린 테베즈의 강력한 임펙트와 감각적인 슈팅이 더 좋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맨유는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미드필더들의 압박을 다시 강화하면서 맨시티의 추격 의지를 무너뜨리는데 집중했고 경기 막판에 발렌시아를 투입하면서 측면 공격을 통한 역습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러더니 후반 46분 루니가 문전으로 돌진하는 과정에서 긱스의 오른쪽 크로스를 헤딩골로 연결해 맨유의 결승 진출을 이끄는 골을 넣었습니다. 루니의 헤딩골은 노마크 상황 이었고 맨시티 수비수 어느 누구도 골을 막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루니의 문전 돌파에 이은 헤딩슛을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죠. 그래서 맨유는 2차전에서 3-1로 승리해 칼링컵 결승 진출에 성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