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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볼튼 에이스' 이청용의 저력 또 빛났다

 

'블루 드래곤' 이청용(22, 볼튼)이 시즌 5호골을 기록해 역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중에서 최초로 두 자릿 수 공격 포인트(5골 5도움, 10개) 기록에 성공했습니다. 아울러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 달성에 성공하는 오름세를 달렸습니다.

이청용은 27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리복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9/10시즌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번리와의 경기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습니다. 전반 34분 오른쪽 측면에서 문전으로 파고 드는 상황에서 케빈 데이비스의 스루패스를 받아 상대 수비수 두 명을 달고 왼발 하프 발리슛으로 골문을 갈랐습니다. 이청용의 슈팅 타이밍은 번리의 골키퍼인 브라이언 옌센이 캐치하지 못할 만큼 절묘하고 빨랐습니다. 이 골은 볼튼이 1-0으로 승리할 수 있는 결정타로 작용했고 리그 19위에서 15위로 도약해 강등권에서 벗어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특히 이청용이 올 시즌에 골을 넣은 5경기에서는 볼튼이 모두 승리했습니다. 지난해 9월 26일 버밍엄 시티전 결승골을 시작으로 10월 25일 에버튼전 선제골, 12월 16일 웨스트햄전 선제골, 지난 3일 링컨 시티전 추가골, 그리고 이번 번리전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특히 5경기 중에 4경기는 프리미어리그 경기였으며 볼튼의 시즌 5승 중에 4승을 이청용이 결정적으로 공헌했습니다. 그런 이청용은 자신의 힘으로 볼튼의 승리와 팀의 강등권 탈출을 이끌며 팀에서의 입지를 다시 한 번 굳혔습니다.

이청용은 얼마전 번리에서 볼튼으로 둥지를 틀었던 오언 코일 감독에게 승리의 선물을 바치며 '코일의 황태자'로 떠올랐습니다. 코일 감독은 전 소속팀 번리를 상대로 볼튼 감독 부임 후 프리미어리그 첫 승을 달성했습니다. 지난 24일 셰필드 유나이티드전에서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으나 FA컵 경기였기 때문에 프리미어리그 승리가 필요했습니다. 볼튼이 지난달 16일 웨스트햄전 이후 약 40일 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승리가 없었기 때문에 번리전에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습니다. 웨스트햄전에서 선제골을 넣었던 선수가 이청용이었고, 이번 번리전 선제골도 이청용의 발끝에서 터졌습니다.

그런 이청용은 번리전 골을 앞세워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 기록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21일 아스날전과 24일 셰필드 유나이티드전에서 도움을 기록해 팀의 골 장면에서 결정적 기여를 했습니다. 번리전에서는 골을 넣으면서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달성했고 FA컵을 포함해 시즌 5골 5도움을 기록했습니다. 두 자릿 수 공격 포인트 달성에 성공하면서 시즌 10골 10도움에 본격적인 도전을 하게 됐으며, 지금의 오름세라면 10골 10도움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울러 이청용은 번리전 골로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최초로 두 자릿 수 공격 포인트 기록에 성공했습니다. 종전 기록인 2006/07시즌 설기현의 4골 5도움(9개, 레딩)을 넘어섰고 박지성이 2006/07시즌에 기록했던 한 시즌 최다 골(5골, 맨유)과 타이를 형성했습니다. 지금의 기세라면 역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중에서 가장 뚜렷한 족적을 남길 것으로 보입니다.

이청용의 시즌 5호골 및 두 자릿 수 공격 포인트 달성은 어엿한 '미들라이커'로 진화했음을 의미합니다. 미들라이커란 미드필더와 스트라이커를 합친 용어로서, 스트라이커 못지 않게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는 미드필더를 뜻합니다. 5골 5도움의 기록이라면 미드필더 치고는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케빈 데이비스(4골 9도움, 13개)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공격 포인트가 많으며 미드필더 중에서 가장 많은 기록을 올렸습니다.

그런 이청용이 미들라이커로 성장할 수 있었는 이유는 문전에서의 과감함이 빛났기 때문입니다. 이청용이 골과 도움을 기록했던 장면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위치가 문전이었고 이번 번리전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번리전에서는 문전쪽으로 과감히 돌파하는 과정에서 왼발 하프 발리슛을 꽂았고 그 이전에는 문전에서 안정적인 위치선정과 감각적인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동료 선수의 골을 유도하는 센스 또한 절묘했고 상대 압박에 아랑곳않고 자신의 공격 페이스를 그대로 이어가며 경기 분위기를 뜨겁게 가열 시켰습니다.

사실, 볼튼은 두 명의 미들라이커가 있었습니다. 공격형 미드필더(지금은 공격수로 활약중) 케빈 데이비스, 왼쪽 윙어로 뛰고 있는 메튜 테일러가 바로 그들입니다. 두 선수는 지난 시즌에 10골 이상의 기록을 올릴 만큼 미들라이커로서의 위력을 뽐냈으나 올 시즌에는 예년과 달리 폼이 저하되었습니다. 데이비스는 올 시즌 공격수로 완전히 자리잡았으나 지난 시즌 만큼 다득점을 기록하지 못한것이 흠입니다. 테일러의 문전 침투는 올 시즌에 이르러 위력이 반감되었고 슈팅 과정에서 실수하는 모습이 부쩍 잦아졌습니다.

그 시점에서 이청용이 팀의 새로운 미들라이커로 떠오르면서 볼튼의 화력이 강해졌습니다. 문전으로 과감히 침투하여 골과 도움을 기록하려는 의지와 그 과정에서 상대의 수비 기세를 빼앗는 감각적인 기교를 발휘하며 좋은 경기력을 이어갔습니다. 여기에 정교한 패싱력과 크로스, 빠르고 재치있는 드리블 돌파를 거침없이 발휘하며 팀 공격의 활력소로 거듭났습니다. 그래서 이청용은 볼튼의 에이스로 자리잡으며 팀 공격을 짊어지는 존재로 떠오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거구의 체격 조건을 앞세워 거친 수비를 가하는 상대 수비의 파워풀함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힘을 이겨낼 수 있는 개인 기술력이 뛰어남을 의미합니다. 테크니션들은 상대의 수비 견제에 밀리기 쉬운 일반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상대 견제를 이겨내는 테크니션의 가치가 제법 크다는 것을 상기하면, 이청용의 경기력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합니다. 힘을 이겨낼 수 있는 과감함과 스피드, 공을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죠. 이것은 이청용이 볼튼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이청용의 번리전 맹활약을 칭찬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는 바쁜 일정속에서도 자신의 물 오른 공격 기세를 힘껏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지난 18일 아스날전을 시작으로 번리전에 이르기까지 3일 간격으로 4경기를 소화하는 강행군 속에서도 공격력이 여전히 임펙트가 넘칩니다. 체력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볼튼의 에이스로서 확실한 진가를 발휘하며 팀의 공격력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번리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이청용의 진가는 오는 31일 리버풀 원정에서 빛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리버풀의 경기력이 올 시즌들어 주춤하고 있음을 떠올려 볼 때, 이청용의 맹활약 및 4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 달성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 경기에서는 리버풀과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왼쪽 풀백으로 뛰고 있는 에밀리이노 인수아와 정면 격돌해 '미리보는 남아공 월드컵'으로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이목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로서 성공적인 행보를 걷고 있는 이청용의 끝 없는 비상이 주목되는 이유입니다.